"세미나서 본 기억 없다"는 증인들… 진술 오락가락 하기도 "한영외고에서 나 혼자 참석, 그런데 영상 속 인물은 90%가 조민"
  •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강민석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강민석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친구들이 2009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학술회의'에서 조씨를 본 기억이 없다고 증언했다. 이에 조 전 장관 부부는 조씨의 학술회의 참석입증을 위해 증인들에게 직접 질문을 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부장판사 마성영·김상연·장용범)는 23일 오전 조 전 장관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입시비리 등 혐의에 대한 14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조민씨의 친구인 A씨와 B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조민 친구 2명 증인으로 출석… "학술회서 조민 본 기억 없다"

    A씨와 B씨는 조민씨와 함께 2009년 5월에 열린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학술회의에서 인턴활동을 했다는 확인서를 받았다. A씨의 아버지는 조 전 장관과 서울대 법과대 동창으로 집안 사이 친분이 깊다. B씨는 조씨의 한영외고 동창이다.

    검찰은 이날 오전 지난 2009년 5월에 공익인권법센터가 주최한 '동북아시아의 사형제도' 국제학술회의에 조민씨가 참석했는지를 두고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A씨는 '학술회의에서 조민씨를 본 사실이 없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네"라고 답하며 학술회의 동영상에 나오는 여학생이 조씨와 닮았지만, 조씨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법정에 제출된 학술회의 영상에는 조 전 장관 측이 조씨로 특정한 여학생과 A씨가 서로 마주쳤는데, 이 여학생이 조씨가 아니었다는 게 A씨 증언이다.

    A씨는 지난해 열린 정 교수의 1심 재판에서도 증인으로 출석해 학술회의 동영상 속 여학생이 조씨와 닮긴 했으나, 조씨가 아니라고 증언한 바 있다. 이날 증인신문에서도 A씨는 같은 취지의 대답을 이어갔다.

    조 전 장관 부부는 A씨에게 직접 질문을 하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A씨가 고교에 재학할 당시를 이야기하며 "두 가족이 종종 식사하면서 내가 인권동아리 활동을 권유한 것이 기억나냐"고 물었고 A씨는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 같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정경심 "학술회의 후 증인에게 저녁 사줬다"… A씨 "학술회 당일인지 기억 없다"

    정 교수는 "증인(A씨)이 나를 선생님이라 부르며 학술회의가 끝난 뒤 '선생님, 밥 좀 사주세요'라고 말해 방배동에서 저녁을 사줬었다"며 "이후에 우리 집에 들러 책 몇권을 빌려가기도 했다. 기억이 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A씨는 "(정 교수와) 저녁을 먹은 경우가 몇 번 있었다"면서도 "그게 학술회의 당일인지는 명확한 기억이 없다"고 강조했다.

    오후 재판에서는 B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시작됐다. 검찰은 B씨에게도 "당시 학술회의에서 조민씨를 본적 있느냐"고 물었고, B씨는 "본 적 없다"고 답했다. B씨는 이어 "조민이 왔을 수도 있고 안 왔을 수도 있다"면서도 "왔었다면 인사를 했을텐데 그런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또 검찰이 '한영외고에서 학술회의에 혼자만 참석했다고 진술한 게 맞냐'는 질문에 B씨는 "그렇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와 B씨는 증인신문이 진행되는 동안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다. 이들은 "학술회의에서 조민을 본 기억은 없다"면서도 "영상 속 인물이 조민인 것 같다"고도 진술했다. A씨는 검찰 신문 때는 "조민을 본 기억이 없다"고 했지만, 이어진 변호인 신문에서는 "영상 속 학생이 조민이 맞는 것 같다"고 진술을 바꿨다.

    B씨 역시 검찰 신문 때는 조민씨를 본 적 없다고 했다가, 변호인 신문에서는 "영상 속 인물은 조민이 90% 맞다"면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을 흐렸다.

    조국 "검찰과 법원 판단, 모두가 어이 없어"

    한편 조 전 장관은 이날 법정에 들어서기 전 조민 씨의 '허위 인턴'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조 전 장관은 "별장 성접대 동영상 속 인물이 김학의 차관이 아니라고 하면서 김 차관에게 면죄부를 준 검찰이 이제 학술회의 동영상 속 왼손잡이 여고생이 제 딸이 아니라고 하면서 저를 처벌하려 한다"라며 "정경심 교수 1심 법원은 저녁 식사 자리에만 참석했다고 판결했다. 이 모두가 어이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은 일부 증인의 증언을 근거로 딸이 학술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강변한다"며 "정 교수의 재판을 한 1심 법원은 (딸이) 저녁식사 자리에만 참석했다고 판결했다. 이 모두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