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목함 지뢰 부상 장병에 '짜장면 먹고 싶지 않냐' 묻더니국방장관은 음식 먹기도 어려운 청해부대 장병들에게 과자 선물국가에 헌신한 대가가 코로나와 과자냐… 원희룡 "경질하라" 분통
  • ▲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 전원을 국내로 이송하기 위해 출국한 특수임무단이 19일 오후 문무대왕함에 승선해 방역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 전원을 국내로 이송하기 위해 출국한 특수임무단이 19일 오후 문무대왕함에 승선해 방역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신 접종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청해부대를 방치해 초유의 코로나 집단감염 사태를 야기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국방부가 귀국한 장병들에게 '고래밥' 등 과자를 격려품으로 보낸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23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 20일 '국방부 장관 격려품'이라고 쓰여진 과자 한 박스를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 장병들에게 보냈다.

    박스 겉면에는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내며, 여러분 모두의 쾌유와 건승을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박스 안에는 고래밥·미쯔·아이비 등 시중에 판매되는 과자들이 들어 있었다.

    34진 승조원 A씨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목이 너무 아파서 음식 삼키는 게 고통스러울 정도로 아팠고, 현재도 미각과 후각이 없는 상태여서 맛도 못 느끼는데 이런 걸 주면 뭐하나 싶어서 헛웃음만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를 위해 헌신한 대가가 이거인가 싶었다. 국가는 우리를 버렸고 서러워서 직업군인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맛도 못 느끼는데 이런 걸 주면 뭐하나 헛웃음"

    A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격리는 의미가 없었고, 주는 약은 타이레놀뿐이었다"며 "청해부대는 난장판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상황이 워낙 심각해 혼자 코로나19를 이겨냈다"며 "아무리 우리가 얘기해봤자 바뀌는 게 없다. 소용없다. 언론이 나서서 우리를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코로나19 감염을 방치한 상황이나 이후 대처하는 모습에서 군은 달라지는 게 없다는 걸 확신하게 됐다는 A씨는 박스 안에 있던 서욱 국방부 장관과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 등 군 수뇌부의 편지도 공개했다.

    서 장관은 이 편지에서 "저 멀리 해외 바다에서 우리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고 국제평화와 해양질서 유지를 위해 헌신한 장병 여러분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보내고, 귀국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당분간 불편함이 있더라도 방역수칙을 잘 준수하고 건강관리와 회복에 힘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의 또 다른 승조원 B씨는 22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가 퍼진 (문무대왕함 안) 상황은 지옥이었고 개판이었다. 좁은 함 안에서 격리는 무의미했다"며 '청해부대는 난장판이었다'는 A씨의 주장을 거들었다.

    B씨는 청해부대가 백신 접종에서 제외된 것과 관련해 "국가가 우릴 버린 것 아니냐"며 "이번 일로 직업군인을 그만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부에서 이번 일과 관련해 외부에 일절 발설하지 말라는 지시가 왔지만,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집단감염 당시의 처참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피가래 나와도 타이레놀만 먹어… 국가가 우릴 버렸다"

    B씨는 "음식 삼킬 때 목이 아파 너무 힘들었고, 피가래가 나왔다"며 "하루하루 환자가 늘어나는데도 먹은 약은 타이레놀(감기약)뿐이었다. 군의관들도 이런 일이 처음이다 보니 일단 열부터 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약만 처방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솔직히 어떻게 견뎠는지는 모르겠다. 끙끙 앓다가 잠들기를 반복했고, 서로 건강 체크해주고 의지하면서 버텼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B씨는 "(정부가) 중간에서라도 백신 보급을 해줬어야 하지 않냐"며 "해외 파병 보내는 부대는 더 우선순위에 뒀어야 했을 텐데 왜 오히려 제외됐는지 이유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또한 B씨는 일각에서 집단감염의 책임을 부대원들에게 돌리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우리 상황을 자세히 모르면서 우리가 정박하고 외출 나가서 술 마시다 감염됐다고 하는 사람들도 봤는데 매우 답답하다"고 반박했다.

    B씨는 "우리는 방역도 제대로 했고 정박할 때마다 마스크도 철저히 썼다"며 "부식을 적재할 때 말고는 육상에 가는 일이 없어서 배 안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B씨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대한민국에서 군인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부모님도 그만두라고 하신다"며 "주변 지인들에게도 '군인 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청해부대 코로나 확진자 수는 22일 1명이 추가돼 승조원 301명 중 271명(90% 이상)이 감염되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겼다.

    원희룡 "부상병에 '짜장면' 권유한 文의 장관답다"


    한편, 원희룡 제주지사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백신 대신 과자라니, 정신 나간 국방부 장관을 즉각 경질하라'라는 글을 올려 국방부의 안이한 대처를 꾸짖었다.

    원 지사는 "목함 지뢰 폭발 사고로 부상당한 장병에게 '짜장면 한 그릇 먹고 싶지 않냐' 묻던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국방부 장관답다"며 "정작 필요한 백신은 공급하지 않아 청해부대 전체를 위험에 빠트리더니 코로나에 걸려 음식 섭취도 어려운 청해 부대원들에게 과자를 선물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국가를 위해 헌신한 대가가 코로나와 과자냐"며 "국방부 장관의 상황 대처 능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다"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