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 장기 체류 외국인 등에 주민 자격… 한국 거주 재외동포 80%가 중국인학생과 교직원도 주민 자격… "전교조·민노총이 주민총회 분위기 좌지우지할 것"직장 소재지에서 주민인데 거주지에서도 주민… 지방자치법 '주민 자격'과 충돌"현행법과 정합성 문제 발생"…국회 행안위도 검토보고서에서 사실상 반대 의견
  • ▲ 공직선거법에 따라 영주권을 취득한 뒤 국내에서 3년 이상 머문 외국인이 선거권을 부여받아 투표에 참여 할 수 있었던 지난 4·7 보궐선거에서 외국인 선거권 부여자의 79.4%가 중국 국적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일인 지난 4월 7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 주민센터에 위치한 대림 제2동 제1투표소에서 중국인들과 시민들이 투표를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 공직선거법에 따라 영주권을 취득한 뒤 국내에서 3년 이상 머문 외국인이 선거권을 부여받아 투표에 참여 할 수 있었던 지난 4·7 보궐선거에서 외국인 선거권 부여자의 79.4%가 중국 국적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일인 지난 4월 7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 주민센터에 위치한 대림 제2동 제1투표소에서 중국인들과 시민들이 투표를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읍·면·동에 주민자치회를 설치해 지역 정책을 좌우하도록 하는 주민자치기본법(이하 주민자치법)에 명시된 '주민 자격'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거주자가 아닌 지역 내 사업체의 직원도 주민으로 인정받는가 하면, 학교 교직원과 심지어 외국인에게도 주민의 자격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아무나 주민'을 인정한 주민자치법이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세력으로 변질 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국내 거주 외국인 중 중국인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조선족법'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선족 위한 법?… 주민자치법 논란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 등 19명이 발의한 주민자치법은 주민의 자격에 한국 국적의 거주자 외에 외국인을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 재외동포 체류 자격으로 입국한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거소를 정하고 지방 출입국이나 외국인 관서의 장에게 국내 거소를 신고하면 주민자치법에 따른 주민 자격이 부여된다.  

    게다가 영주권을 취득한 후 3년이 경과하고, 지자체 외국인등록대장에 오른 외국인도 주민으로서 주민총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이런 혜택을 대부분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이 누린다는 점이다. e-나라지표에 따르면 2019년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재외동포는 총 87만8449명인데, 이 중 중국 국적을 보유한 사람이 71만9269명(81.8%)이다. 다음이 미국(4만5655명), 캐나다(1만6046명) 순이다. 

    우리나라에 체류 중인 외국인 중 중국인의 비율도 높은 편이다. 법무부 출입국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체류 외국인 203만6075명 중 중국인은 89만4906명으로 전체의 44%를 차지했다. 중국 외에 국내 체류자가 많은 국가는 베트남(21만1243명·10.4%)·태국(18만1386명·8.9%) 등이다.

    김태우 자유수호포럼 공동대표는 "법은 외국인을 포함할 수 있도록 했지만, 사실상 우리와 사상체계가 다른 조선족을 위한 법"이라며 "한국에 들어오는 조선족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중국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특정 지역에서 (조선족이) 조직력을 발휘하면 사실상 지역사회가 중국화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민노총·전교조, 조직적으로 움직일 것"

    또 주민자치법은 지자체 관할구역에 주민등록된 사람 외에 행정구역 내 주소지를 가진 기관과 사업체에 근무하는 사람, 행정구역 내 주소지를 가진 학교에 소속된 학생과 교직원에게도 주민의 자격을 부여한다. 

    이는 지방자치법에서 지자체 관할 구역 안에 주소지를 가져야 주민의 자격을 부여하는 것과 충돌한다. 이들은 자신의 거주지에서도 중복해서 주민의 자격을 부여받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검토보고서는 "근무지와 학교 학생·교직원에 대해서도 주민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지 논의가 필요하다"며 "현행법에서 관할 구역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사람에게 주민투표권과 조례 제정 및 개폐 청구권·감사청구권을 인정하는 현행법과 정합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지도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직원과 회사원이 주민으로 인정받을 경우 이미 대규모 전국조직화한 특정 집단이 주민총회를 장악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환 변호사는 "이념성이 강한 전교조·민노총이 자신의 직장 소재지에서 수적 우위를 활용해 주민총회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다"며 "전국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조직이 주민총회를 장악하면 결국은 주민의 의사가 아닌 이념적으로 편향된 결정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5년간 9조2000억원 소요… 법인 만들어 사업도 가능

    주민 자격 부여 기준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전국 읍·면·동에 주민총회와 주민자치회를 운영하는 데도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제출한 비용 추계서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주민자치법 시행을 위해 9조2439억원이 소요된다. 연평균 1조8487억79000만원을 투입하는 것이다. 

    주민자치법 13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자치회 운영에 필요한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사실상 모든 부담을 국가가 져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주민자치회 사무국 직원은 주민자치회 추천으로 임명된다. 임명된 사무국 직원은 지자체장에 의해 지방공무원 신분을 얻게 된다. 

    뿐만 아니라 주민자치회는 예산을 활용해 법인 운영 사무·특수목적법인의 설치와 운영을 할 수 있고, 특수목적법인에 출자와 출연도 가능하다. 사업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아 사실상 모든 이권사업에 참여 가능한 셈이다. 

    차별금지 조항도 '끼워넣기'

    이를 두고 이동환 변호사는 "국가 예산으로 수익사업을 하고 사업영역에 제한이 없어 자영업의 범위까지 침범할 수 있다"며 "사실상 노동자들이 경영에 참여하고 이익을 분배하는 사회주의식 협동경제가 막대한 국가 예산으로 출현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민자치법에는 사회적으로 찬반 논란이 계속되는 차별금지 관련 조항도 삽입됐다. 주민자치법은 "모든 주민은 성별, 신념, 종교, 인종, 세대, 지역, 학력,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 등에 의해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주민자치회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으며 기회균등을 보장한다"(8조)고 명시했다. 

    주민자치법은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