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출연진 업그레이드… '뮤지컬 박정희' 서울 공연 성황리 종료박지만 EG 회장 "같이 관람한 모두 눈물… 부모님 관련 공연 중 최고"
  • 부산 초연 이후 음악과 대본, 출연진을 대폭 수정·교체하며 기대를 모았던 창작뮤지컬 '뮤지컬 박정희'의 서울 공연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간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박정희'는 매회 몰려든 관객으로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첫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이 재밌다는 입소문을 내면서 매일매일 관객수가 늘어난 '뮤지컬 박정희'는 마지막 공연엔 가족 단위 관객부터 굴지의 유통 대기업 오너와 정계 인사들까지 각계각층에서 몰려든 인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박근혜 대통령의 남동생 박지만 EG 회장이 첫날 공연을 다녀간 데 이어 박 대통령의 여동생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은 지난 19일 가족과 함께 주말 공연을 관람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만 회장은 공연 이후 "오늘 뮤지컬을 관람했습니다. 같이 간 모두가 눈물을 보였습니다. 지금까지의 부모님 관련 공연 중 최고라 생각됩니다. 이런 시국에 출연한 배우들께도 가세연에도 감사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가로세로연구소 강용석 소장과 김세의 대표에게 보냈다.

    정계 인사로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윤상현 무소속 의원이 공연장을 찾았다. 이외에도 배우 현석, 농구 스타 현주엽, 가수 JK 김동욱, 배우 허규·신동미 부부, 가수 조영남 등 다수의 방송·연예 인사들도 '뮤지컬 박정희'를 관람했다.

    제작사인 가로세로연구소가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별도의 포토월 행사를 갖지 않으면서 유명 인사들이 일반 관객들 틈에 섞여 자유롭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 100% 라이브 연주·노래로 감동 배가… 소속사 반대 불구 출연한 배우도

    김세의 대표가 직접 연출한 이번 서울 공연은 모든 면에서 전작보다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다.

    가장 두드러진 차별점은 음악이다. 초연 당시, 사전 녹음한 MR을 틀고 공연했던 '뮤지컬 박정희'는 이번 서울 공연에선 전자 악기와 현악기를 망라한 밴드를 구성해 100% 라이브로 공연을 진행했다.

    초연부터 '뮤지컬 박정희'의 음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리한 음악감독은 '내 나이 스물셋(박근혜 노래)', '꿈을 위한 약속(어린 박정희, 박상희 노래)', '내 일생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박정희 노래)' 등 서정적인 신곡을 추가해 뮤지컬 넘버를 더욱 풍요롭게 했다.

    무대 세트도 더욱 크고 웅장해졌다. 전작에서 볼 수 없었던 버스가 등장하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벼락'과 '3차원 헬기 영상'까지 오감을 자극하는 무대 효과들이 보는 재미를 극대화했다.

    가로세로연구소 정은이 작가의 아이디어로 이병철 자서전의 내용이 추가된 것도 새롭다. 극 중 이병철 삼성 사장이 일본에 경제 지원을 요청할 당시 미쓰이 물산의 나가 본부장이 거만한 태도를 보이자 "나가"라고 말했다는 에피소드는 이 자서전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희·육영수 부부로 새롭게 호흡을 맞춘 뮤지컬 배우 최수형(더블캐스팅 김민균)과 가수 겸 배우 송민경의 호연도 '뮤지컬 박정희'의 흥행을 견인한 요인으로 꼽힌다.

    박정희 역을 맡은 베테랑 배우 최수형은 명불허전,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와 미친 가창력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배우 김민균도 섬세하면서도 절제된 연기로 박정희라는 쉽지 않은 캐릭터를 무난하게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육영수 역을 맡은 가수 겸 배우 송민경은 이번 서울 공연의 최대 화제거리였다. 걸그룹 '더씨야'로 활동하다 연기와 트로트까지 장르의 폭을 넓힌 송민경은 이번 공연으로 뮤지컬 배우로 대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송민경은 소속사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번 공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역을 맡은 배우 노민아는 순수하면서도 책임감 강한 '어린 박근혜'로 분해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동생 박지만과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 장년층 관객의 향수를 자극했다는 후문이다.

    초연에 이어 이번 공연에서도 차지철 역으로 열연한 배우 임재현과 각각 '마을 원로'와 '부녀회장' 역으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 배우 김영수와 신시온의 미친 존재감도 공연 인기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개그맨 최국과 송치호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김세의 대표와의 친분으로 이번 공연에 합류한 두 사람은 관객들에게 웃음폭탄을 던지는 멀티맨으로 활약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최국은 즉석에서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는 등 예측 불허의 애드리브로 주연 배우 이상의 존재감을 뽐냈다. 최국은 현재 가세연의 개그 제작물 '곰눈깔 컴퍼니'에 출연 중이다.
  • 김세의, 사재 털어 뮤지컬 제작·연출… 커튼콜서 '눈물'

    이처럼 '뮤지컬 박정희' 서울 공연의 흥행을 이끈 요소들이 많지만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한 장본인이 바로 김세의 대표다.

    부산 초연 이후 연출·제작진과 갈등을 빚으면서 절치부심한 그는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서울 공연을 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측근에 따르면 김 대표가 이번 공연에 새롭게 추가한 무대 세트와 특수 효과 장비에 적지 않은 사비를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뮤지컬컴퍼니A와 결별한 뒤로 '뮤지컬 박정희'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들 때문에 더 속앓이를 했다는 김 대표는 "가시밭길 여정이었지만 끝까지 저를 믿어준 동료들과 팬분들 덕분에 '뮤지컬 박정희'가 성공적으로 막을 올릴 수 있었다"며 주위 사람들에게 공을 돌렸다.

    "정말 가시밭길 여정이었죠, '뮤지컬 박정희'. 저희가 정말 할 수 있을까, 어려운 난관이 참 많았는데요. 여러분이 끝까지 믿고 함께 해주셨기에…. 여러분 덕분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20일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는 커튼콜에서 그는 박정희 대통령 가족에 대한 언급을 하다 잠시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평소 잘 울지 않는다는 자신의 말과는 달리 김세의 대표는 소문난 울보다. 워낙 감수성이 풍부하고 감정이 여려, 사건사고에 휘말릴 때 남몰래 눈물을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방송에서만큼은 매번 의연한 모습을 보여왔기에 이날 김 대표의 눈물을 접한 관객들의 반응은 남달랐다.

    이날 초등학생 자녀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한 중년 관객은 "평소 장난치는 모습만 자주 보다 이렇게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을 보니 그간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는 지가 느껴진다"며 "여러 난관에도 불구 이런 좋은 공연을 만들어 주신 데 대해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공연 직후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배우들이 얼마나 이 무대와 작품에 대해 애착을 가졌으면, '뮤지컬 박정희'를 언급할 때마다 '저희 뮤지컬' '우리 뮤지컬'이라고 말한다"며 "다들 주인의식을 갖고 연기에 임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저를 믿고 어려운 결정을 내려준 배우 여러분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 취재 = 조광형 기자
    사진 = 강민석 기자
    영상 = 이기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