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여의도공원서 이틀째 상경투쟁… 서울시,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 경찰에 고발
  • ▲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사회적합의 승리, 단협 체결 승리, 전국택배노조 결의대회에 앞서 방송장비를 옮기는 도중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뉴시스
    ▲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사회적합의 승리, 단협 체결 승리, 전국택배노조 결의대회에 앞서 방송장비를 옮기는 도중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이 16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이틀째 '상경투쟁'을 벌였다. 택배노조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시작된 사회적합의기구 회의 결과에 따라 투쟁을 이어갈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견해다.

    우한코로나(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지 않은 가운데 대규모 집회로 감염 우려가 커지자, 서울시는 택배노조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택배노조가 지난 9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배송에 차질이 생기자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는 상황이다.

    사회적합의 결렬되면 투쟁 이어갈 듯

    택배노조원 4000여 명은 15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 모여 '과로사 대책 마련 촉구 집회'를 열었다. 집회는 노사와 정부, 국회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합의기구 진행에 맞춰 15~16일 이틀간 진행된다. 전날 전국에서 모인 노조원들은 여의도공원에 텐트와 돗자리 등을 펴고 노숙하며 집회를 이어갔다.

    집회 이틀째인 16일 오전 택배노조는 결의대회를 열고 "택배노동자들도 쉬면서 일할 권리, 죽지 않고 일할 권리가 있다. 이 땅에 세금을 내는 만큼 우리도 국민으로서 누리고 살아갈 권리가 있다"며 "우리도 가족에게 저녁을 해주는 삶, 저녁이 있는 삶을 갖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15일 진행된 사회적합의기구에서 물류인력 투입 시기와 관련해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우체국택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에 불만을 표했다. 우체국택배 분류비용·인력 투입 등 중요한 쟁점들이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사회적합의가 결렬되면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태완 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사회적 합의가 대체적으로 진전을 보고 있지만 민간 택배사를 비롯해 우정사업본부 역시 이에 합의해야 한다"며 "합의안이 도출되도록 끝장투쟁을 벌일 것이다. 협상이 결렬되면 위원장 지시에 따라 청와대로 이동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회적합의 결과는 이날 오후 늦게 나올 전망이다.

    문제는 택배노조 총파업이 길어지면서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실제로 온라인쇼핑몰 대부분은 지난 9일부터 택배지연 및 배송불가 지역을 안내하는 중이다. 배송지연 안내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 ▲ 한 인터넷 쇼핑몰에 택배노조 총파업에 따른 배송지연 안내문이 공지돼있다. ⓒ인터넷 캡쳐
    ▲ 한 인터넷 쇼핑몰에 택배노조 총파업에 따른 배송지연 안내문이 공지돼있다. ⓒ인터넷 캡쳐
    대부분 온라인쇼핑몰, 택배지연 및 배송불가 안내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임모(63) 씨는 "손주에게 선물하려고 쇼핑몰에서 옷을 샀는데 3일째 '배송준비중'이고 언제 배송이 시작될지 연락조차 받지 못했다. 구매를 취소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다들 어려운 시기인데 파업을 며칠씩 하면 어쩌자는 거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서울 성수동에 거주하는 주부 최모(32) 씨는 "평소 아이 분유를 사던 온라인쇼핑몰에서 배송이 지연된다는 공지를 봤다"며 "마트에 가는 것이 어려워 더 비싸더라도 제대로 배송되는 쇼핑몰에서 구매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최씨는 "택배기사분들이 고생하는 것도 알고 평소에 감사하다고 생각하지만 저렇게 단체행동으로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노조의 정당성을 해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특히 냉장식품을 판매하는 사업자들의 경우 물류센터에 물건이 장시간 방치되면 변질될 수 있어 더욱 애를 태우는 상황이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우한코로나 시기에 대규모 파업을 벌이는 것에 따른 우려도 나왔다. 수원에 사는 이모(28) 씨는 "지금 전 국민이 코로나 감염을 막자고 더운 여름에도 땀 흘리면서 숨쉬기 힘들어도 마스크를 쓰고 고생하는데 저렇게 모여 뭐 하자는 거냐"며 "이번 택배노조 파업은 절대 지지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서울시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 고발"… 경찰 "엄정대응할 것"

    이번 파업과 관련해 서울시는 택배노조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15일 택배노조 측에 감염병예방법 제49조(감염병 예방 조치)에 근거해 집회금지 행정명령을 전달했다. 현재 서울 전역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적용에 따라 100인 이상 집합이 금지된 상태다.

    경찰은 택배노조의 집회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엄정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서울경찰청은 "방역당국과 합동으로 경력과 장비를 최대한 동원해 방역수칙 위반 상황이 조속히 해소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현장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불법행위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전담팀을 편성하고 다각적인 사법적·행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