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강규형 전 KBS 이사 '해임 부당' 2심 불복… 서울고법에 상고장 제출
  • ▲ 문재인 대통령. ⓒ뉴데일리DB
    ▲ 문재인 대통령. ⓒ뉴데일리DB
    강규형 전 KBS 이사가 제기한 해임무효 소송 1·2심에서 패소한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1심과 마찬가지로 강 전 이사의 손을 들어준 항소심 판결에 불복, 서울고법 행정11부(부장판사 배준현·송영승·이은혜)에 상고장을 냈다. 법률대리인은 정부법무공단의 변호사 실장인 서규영 변호사였다.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한 사이 변호인을 통해 상고를 제기한 사실이 알려지자, 야당에선 "국가 원수가 일개 국민을 상대로 3번씩이나 법정 다툼을 벌이겠다고 나섰다"며 "좀스럽고 민망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아집 못 버리고 상고… 독선의 그림자, 더 짙어져"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을 통해 "오늘 문 대통령의 상고 결정에 이 정권의 언론장악 의도만이 분명해 졌을 뿐"이라며 "어떠한 위치에서의 도량(度量), 그 그릇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이 새삼 들게 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 역시 강 전 이사의 해임에 대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이라 판단을 내린 사안"이라고 지적한 뒤 "준엄한 법의 판단을 받아들여 잘못된 것을 되돌려 놓아야 함이 마땅함에도, 아집을 버리지 못하고 상고까지 하는 모습에서 문 대통령의 독선의 그림자만이 더욱 짙어진다"고 비판했다.

    당시 KBS 이사(11명) 전부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음에도 강 전 이사만 유일하게 해임된, 명백한 찍어내기였다고 되짚은 그는 "그 빈 자리를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로 골라 채워, 공영방송의 중립성을 훼손하고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려는 이 정권의 노골적인 방송장악 시도를 모르는 국민들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한민국은 지금 거짓을 이기는 진실을 찾으려는 몸부림이 꿈틀대며 거세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 대통령의 오기는 결국 진실에 묻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文, 상고장 제출… 좀스럽고 민망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의 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기어코 3심 절차에 들어갔다"며 "1심도, 2심도 이견이 없고 결과가 뻔한 사안을 두고, 국가 원수가 일개 국민을 상대로 법정 다툼을 벌이겠다니 좀스럽고 민망하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코드 대법원'의 뒤집기를 기대한 것인지, 아니면 국민 혈세를 쓰면서 1년도 안 남은 임기 말까지 버텨보자는 지연 전술인지 모르겠다"면서 "피의자에게도 있는 '마음의 빚'이 방송장악 피해자에게는 없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로써 문 대통령이 방송장악의 흑역사를 성찰하고, 억울한 피해자에게 반성하고 사죄할 기회마저 걷어차 버렸다고 개탄한 그는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무모한 방송장악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피해자의 인권을 또다시 외면하니 서글프다"며 "귀국 후 상고 포기라는 결단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현직 대통령과 마지막 3심까지 법정공방을 벌이게 된 강 전 이사는 본지에 "문재인 대통령이 (제출 기한)마지막날 상고장을 냈다"며 "임기 중 망신을 피해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참 쪼잔한 사람…, 미국에 가면서 이 무슨 창피한 짓이냐"는 입장을 전했다.
  • ▲ 강규형 전 KBS 이사. ⓒ뉴데일리DB
    ▲ 강규형 전 KBS 이사. ⓒ뉴데일리DB
    방통위 "부적절한 처신으로 KBS 명예실추"… 강규형 해임 건의 

    강 교수는 2015년 9월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KBS 이사에 임명됐으나 ▲업무추진비 320여만원을 사적 용도로 사용하고 ▲자신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대를 조롱했으며 ▲도그쇼에서 애견 동호회원을 폭행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으로 KBS의 명예실추와 국민의 신뢰저하를 초래했다는 이유로 2017년 12월 해임됐다.

    당시 감사원 감사 결과 강 교수는 업무추진비로 해외에서 식사 대금을 결제하거나 자택 인근 음식점에서 94만여원어치(1회 평균 6189원) 배달 음식을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지적에 청문회를 연 방송통신위원회는 강 교수가 업무추진비를 사적 용도로 사용한 규모가 크고, KBS 이사로서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해임을 건의했다.

    문 대통령은 방통위의 건의를 수용해 2017년말 강 교수를 KBS 이사직에서 해임했다. 강 교수의 임기는 2018년 8월까지였다.

    이에 강 교수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측이 자신에게 폭행·협박죄 등을 뒤집어씌웠고, 방통위가 절차 및 내용상 문제가 많은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켰다며 행정법원에 해임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재판부 "'이사 적격' 상실 아냐‥ 해임처분 부당" 원고승소 판결

    소송을 심리한 1심 재판부(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는 "감사원 감사 결과 KBS 이사 모두에게서 업무추진비 부당집행 현황이 지적됐고, 원고의 부당집행 액수가 여타 이사들에 비해 현저히 크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KBS에서 업무추진비 부당집행을 이유로 징계한 사례도 없으며 원고가 업무추진비 부당집행액을 모두 반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2심 재판부(서울고법 행정11부) 역시 "원고가 시위자에게 취한 언동에 욕설이나 모욕적인 행동이 없었고, 원고는 폭행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형사사건의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그 판결이 확정됐다"며 "이런 사유 등으로 KBS의 명예실추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