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부족' 핑계 대기엔 구차하고, 청와대 수사는 꺼림칙하고… "김진욱 난감할 것"
  •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뉴데일리 DB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뉴데일리 DB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윤대진 전 법무부 감찰국장 등의 수사를 이첩받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인다.

    유출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에 조국·박상기 전 법무부장관 등 '여권 핵심인물'이 언급되면서, 윤 전 국장 등을 대상으로 한 수사가 경우에 따라서는 청와대까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원칙대로 윤 전 국장 등을 대상으로 한 수사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전망이지만,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청와대를 향한 수사에 부담을 느껴 검찰로 재이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윤대진 등 검사 3인 수사 이첩받은 공수처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최근 △윤 전 국장과 △이현철 전 안양지청장 △배용원 전 안양지청 차장검사의 사건 기록을 검찰로부터 이첩받았다. 공수처법 25조 2항의 '공수처 외 다른 수사기관이 현직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하면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는 규칙 때문이다.

    검찰은 이 규칙 때문에 이 지검장의 공소장을 통해 조국·박상기 전 법무부장관의 연루 정황도 파악했지만, 공수처에 이첩하지는 않았다. 

    공수처법 24조에는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 반드시 이첩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공수처장이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할 경우에는 이에 응해야 한다.

    지난 13일 유출돼 논란을 일으킨 이 지검장의 공소장에는 안양지청의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수사가 어떤 과정을 통해 무마됐는지 잘 나타나 있다. 

    공소장에는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이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당시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부터 "이규원 검사가 곧 유학갈 예정인데 이 검사가 수사받지 않고 출국할 수 있도록 검찰에 이야기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윤 전 국장에게 전달했다고 나와 있다. 윤 전 국장은 이를 자신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현철 전 안양지청장에게 전달했다. 

    조국·박상기 등 여권 핵심인물 얽혔는데… 윤대진 수사 이어갈까

    박 전 장관도 윤 전 국장과 얽혔다. 박 전 장관은 당시 법무부장관으로서 출입국본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검찰의 조사 사실을 보고받은 뒤 윤 전 국장에게 "내가 시켜서 직원들이 한 일을 조사하면 나까지 조사하겠다는 것이냐"고 질책했다는 내용이 공소장에 담겼다.

    이에 따라 공수처가 윤 전 국장을 대상으로 수사하게 되면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청와대 관련 인사인 이광철 비서관과 조 전 장관도 수사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박 전 장관 역시 수사를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수처가 윤 전 국장 등의 수사를 맡을지는 불분명하다. 공수처는 지난 3월12일 수원지검 수사팀이 이첩한 이규원 검사와 이성윤 지검장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재이첩한 바 있기 때문이다.
  • ▲ 김진욱 공수처장. ⓒ뉴데일리 DB
    ▲ 김진욱 공수처장. ⓒ뉴데일리 DB
    "김진욱 공수처장 난감할 것… '유보부 이첩' 가능성 현실적"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공수처법에도 명시된 만큼 윤 전 국장 등 수사 외압 혐의가 있는 검사들을 대상으로 공수처가 수사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실제로 수사할지는 모르겠다"면서 "(공수처는) 이성윤 지검장 사건을 수원지검에 재이첩할 때 수사관 선발을 이유로 들며 '수사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라고 했는데, 지금도 수사관을 전부 뽑지 못했을 뿐더러, 조희연 교육감 사건도 수사 중이어서 수사인력이 부족한 것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설립 취지대로 살아있는 권력을 대상으로 한 수사를 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그러나 정치적 문제 때문에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김진욱 공수처장도 지금 처지가 참 난감할 것"이라며 "이성윤 때와 같이 수사인력 부족이라는 핑계를 대기에는 구차하고, 그렇다고 청와대를 향할 수도 있는 수사를 하기는 또 꺼려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수사인력이 부족해) 기소권은 공수처가 갖고 수사는 검찰이 마무리하는 '유보부 이첩'을 할 가능성이 제일 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 전 장관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과 관련한 견해를 밝혔다. "기자분들이 연락이 많이 오기에 밝힌다"고 발언 배경을 언급한 조 전 장관은 "저는 이 건과 관련하여 어떤 '압박'도, '지시'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