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부족' 핑계 대기엔 구차하고, 청와대 수사는 꺼림칙하고… "김진욱 난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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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윤대진 전 법무부 감찰국장 등의 수사를 이첩받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인다.유출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에 조국·박상기 전 법무부장관 등 '여권 핵심인물'이 언급되면서, 윤 전 국장 등을 대상으로 한 수사가 경우에 따라서는 청와대까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공수처가 원칙대로 윤 전 국장 등을 대상으로 한 수사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전망이지만,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청와대를 향한 수사에 부담을 느껴 검찰로 재이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윤대진 등 검사 3인 수사 이첩받은 공수처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최근 △윤 전 국장과 △이현철 전 안양지청장 △배용원 전 안양지청 차장검사의 사건 기록을 검찰로부터 이첩받았다. 공수처법 25조 2항의 '공수처 외 다른 수사기관이 현직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하면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는 규칙 때문이다.검찰은 이 규칙 때문에 이 지검장의 공소장을 통해 조국·박상기 전 법무부장관의 연루 정황도 파악했지만, 공수처에 이첩하지는 않았다.공수처법 24조에는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 반드시 이첩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다만, 공수처장이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할 경우에는 이에 응해야 한다.지난 13일 유출돼 논란을 일으킨 이 지검장의 공소장에는 안양지청의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수사가 어떤 과정을 통해 무마됐는지 잘 나타나 있다.공소장에는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이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당시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부터 "이규원 검사가 곧 유학갈 예정인데 이 검사가 수사받지 않고 출국할 수 있도록 검찰에 이야기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윤 전 국장에게 전달했다고 나와 있다. 윤 전 국장은 이를 자신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현철 전 안양지청장에게 전달했다.조국·박상기 등 여권 핵심인물 얽혔는데… 윤대진 수사 이어갈까박 전 장관도 윤 전 국장과 얽혔다. 박 전 장관은 당시 법무부장관으로서 출입국본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검찰의 조사 사실을 보고받은 뒤 윤 전 국장에게 "내가 시켜서 직원들이 한 일을 조사하면 나까지 조사하겠다는 것이냐"고 질책했다는 내용이 공소장에 담겼다.이에 따라 공수처가 윤 전 국장을 대상으로 수사하게 되면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청와대 관련 인사인 이광철 비서관과 조 전 장관도 수사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박 전 장관 역시 수사를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다만 공수처가 윤 전 국장 등의 수사를 맡을지는 불분명하다. 공수처는 지난 3월12일 수원지검 수사팀이 이첩한 이규원 검사와 이성윤 지검장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재이첩한 바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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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공수처장 난감할 것… '유보부 이첩' 가능성 현실적"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공수처법에도 명시된 만큼 윤 전 국장 등 수사 외압 혐의가 있는 검사들을 대상으로 공수처가 수사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실제로 수사할지는 모르겠다"면서 "(공수처는) 이성윤 지검장 사건을 수원지검에 재이첩할 때 수사관 선발을 이유로 들며 '수사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라고 했는데, 지금도 수사관을 전부 뽑지 못했을 뿐더러, 조희연 교육감 사건도 수사 중이어서 수사인력이 부족한 것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이 변호사는 "설립 취지대로 살아있는 권력을 대상으로 한 수사를 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그러나 정치적 문제 때문에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또 다른 변호사는 "김진욱 공수처장도 지금 처지가 참 난감할 것"이라며 "이성윤 때와 같이 수사인력 부족이라는 핑계를 대기에는 구차하고, 그렇다고 청와대를 향할 수도 있는 수사를 하기는 또 꺼려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이 변호사는 "(수사인력이 부족해) 기소권은 공수처가 갖고 수사는 검찰이 마무리하는 '유보부 이첩'을 할 가능성이 제일 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한편 조 전 장관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과 관련한 견해를 밝혔다. "기자분들이 연락이 많이 오기에 밝힌다"고 발언 배경을 언급한 조 전 장관은 "저는 이 건과 관련하여 어떤 '압박'도, '지시'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