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文 겨냥 북한 인권·미얀마 거론하며 "5·18정신 선택적으로 쓰면 안 돼"메시지로 정치권 환기… 여권 대선후보 확정되는 9월 이후 본격 행보 전망
  •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월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4.7재보궐선거 사전투표소를 찾아 투표를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월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4.7재보궐선거 사전투표소를 찾아 투표를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맞아 그 의미를 다시 새기는 메시지를 냈다. 5·18민주화운동이 특정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이 직접적으로 광주를 찾으며 정치행보에 나서지는 않았으나, 자신의 원래 임기가 종료되는 7월 이후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며 '별의 순간'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진영에 따라 편할 때 쓰고 던지는 게 5·18정신인가"

    윤 전 총장은 17일 보도된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5·18은 현재도 진행 중인 살아있는 역사이자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이 우리 국민들 가슴 속에 활활 타오르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특히 "남북관계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우리가 보편적 인권정신에 입각해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에 이름을 빼서는 안 된다"며 "미얀마 사태에 대해서도 더 강력한 규탄을 해야 하지만 안 한다"고 지적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은 특정진영의 전유물이 아닌 보편적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정신이라며 북한의 인권탄압과 미얀마 사태 등을 거론하며 문재인정부를 비판한 것이다.

    "5·18정신을 선택적으로 써먹고 던지면 안 된다"고 강조한 윤 전 총장은 "진영에 따라 편할 때 쓰고 불편하면 던지는 것이 5·18정신이냐"고 꼬집었다.

    두 달 전 "보궐선거 왜 하는지 잊었나"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4일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후 잠행을 이어오면서도 굵직한 정치현안에 소신을 밝혀왔다. 

    지난 4·7 재·보궐선거 당시에는 "서울·부산시장보궐선거를 왜 하게 됐는지 잊었느냐"며 "권력을 악용한 성범죄 때문에 대한민국 제1, 제2 도시에서 막대한 국민 세금을 들여 선거를 다시 치르게 됐다.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라고 보궐선거의 의미를 되새겼다.

    윤 전 총장은 이후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서울 서대문구에서 사전투표를 했다. 

    '첫 공개 행보로 사전투표를 선택한 이유' '국민의힘 입당 의향' 등의 물음에는 일절 답하지 않았지만, 사전투표를 믿지 못하는 일부 국민의힘 지지층의 걱정을 불식시키며 투표를 독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때문에 이번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이틀 앞두고 5·18의 의미를 상기시키면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을 겨냥한 메시지를 내자 이번에야말로 그동안의 잠행을 깨고 본격 행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윤 전 총장 측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아직 별도의 광주 일정을 잡지 않았다. 지난해 2월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메시지를 통해 환기하는 데 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그냥 넘기기 어려운 상황에서 외부 행보를 하지 않으니 몇 가지 입장을 낸 것으로 안다"며 "광주에 가면 정치선언이나 마찬가지다. 당분간 광주에 방문할 일정이 없으니까 메시지를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늦을수록 빛나는 尹의 '별의 순간'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의 본격적인 등판이 7월 이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 당 대표가 6월11일 선출되는 데다 새 지도부 하에서 당이 어지러운 내부 분위기를 수습하고 대선체제로 전환하기까지 일정 기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7월24일인 원래 자신의 임기까지 별다른 행보에 나서지 않고 잠행을 이어가며 단순히 정계입문을 위해 검찰총장직을 내려놓지 않았다는 명분도 얻을 수 있다. 민주당 당헌·당규상 9월11일 전에 대선후보를 확정해야 하는 만큼 상대를 보고 맞춤전략을 들고 나올 시간적 여유도 생긴다. 때문에 윤 전 총장이 '별의 순간'을 늦게 잡을수록 유리하다는 해석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은 5·18이 특정지역과 특정세력의 소유가 아니고 대한민국의 5·18이라고 강조하면서 친중(親中) 외교기조로 미얀마 사태에 목소리 내지 못하는 것과 북한에 대한 굴종적 자세에 대해 문재인정부의 비겁함을 비판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 평론가는 "윤 전 총장이 숨가쁘게 움직일 필요 없이 호시우보(虎視牛步·호랑이처럼 예리하게 보고, 소처럼 신중하게 행동한다)의 자세로 나아가야 한다"며 "민주당 후보가 결정된 다음 움직여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