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금융위기 돌파한 MB정부, 부동산 안정시킨 건 朴정부인데… 유승민에 동의 못해"
  • ▲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모임 '명불허전 보수다'에서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한 당 개혁'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뉴시스(사진=공동취재사진)
    ▲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모임 '명불허전 보수다'에서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한 당 개혁'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뉴시스(사진=공동취재사진)
    내년 3·9대선 출마를 사실상 피력한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이명박·박근혜정부 9년 동안 "경제·안보에 대해 무능했다"고 평가했다. 

    유 전 의원은 그러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 지난해 4·15총선에 이어 내년 대선을 위해 "반드시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명박·박근혜정부 9년 동안 유 전 의원은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등 여당 소속으로 18~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MB·朴 9년, '경제·안보 무능 비난'에 반박할 수 없었다"

    유 전 의원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의 공부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가 마련한 강연에서 "우리가 여당 시절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입만 열면 우리에게 경제에 무능하고 안보에 무능한 정당이라고 비난했다"며 "솔직히 이명박·박근혜정부 9년 동안 그렇게 딱 집어서 시원하게 반박할 수가 없었던 괴로운 과거가 있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무능과 부패와 거짓과 위선에 절망하면서도 '바꿔봐도 똑같은 것 아니냐'는 말을 하는 분들에게는 '(국민의힘이) 무능하다'는 이미지가 굉장히 크게 작용한다"고 지적한 유 전 의원은 "시대 문제를 바로 해결할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노동·교육·복지·주택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전 의원은 이어 "낡은 보수를 이제 그만 쓰레기통에 버리자"고 부연했다.

    다만 유 전 의원은 "우리가 퍼주기 경쟁을 해서는 이길 수 없다. 건전한 보수정당이 '허경영당'을 닮아가면 안 된다"며 여권발 선심성 퍼주기 정책을 경계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문제와 관련해서는 "'탄핵의 강'을 건너지 않으면 민주당의 장기집권을 도와주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며 "탄핵의 강을 건너고 과거와 확실히 결별해서 건전한 보수와 합리적 중도로 우리 당의 정치 영토를 확장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은 나아가 국민의힘이 '자유'의 가치에 편중됐다는 지적도 내놨다.

    "국민의힘, 제발 '자유'만 이야기하지 말라"

    유 전 의원은 방송인 김제동 씨의 에세이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의 부록인 '대한민국 헌법'을 들어보이며 "(우리 당의) 가치관에 대해 강조하고 싶다. '제발 자유만 이야기하지 말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자유시장경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면서도 "우리 당의 전반적인 가치관이 자유에 너무 편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제가 들고 있는 이 빨간 책이 뭐냐. 김제동 씨라는 사람이 만든 헌법책이다. 촛불시위 이후에 김제동 씨가 헌법을 가지고 국민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유튜브 영상을 많이 보셨을 것"이라고 환기한 유 전 의원은 "우리 당도 자유 외에 정의와 공정, 자유와 평등, 인권과 법치, 생명과 존엄, 안보와 평화에 관한 가치를 함께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은 "촛불시위 때 보셨겠지만 국민들께서 우리 헌법의 가치를 지키라고 했다. 그 욕구가 대단했다"며 "그런데 문재인정부는 헌법 가치를 자기들이 독점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공정하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하고, 평등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사이비 진보가 헌법 가치를 독점하는 척하고 있는데 절대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경계한 유 전 의원은 "자유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자유만 이야기해선 앞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절대 잡을 수 없다. 자유만 편식하지 말고 헌법에 있는 나머지 가치들을 추구하고 실현하는 정치세력이 돼야만 국민 다수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전 의원은 그러면서 초선의원들에게 "가치 경쟁에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文정권보다 확실한 우위가 경제·안보인데… 자기비하한다" 비판도

    유 전 의원의 일부 발언에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아쉬움 섞인 반응과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의원은 "탄핵의 강을 건너는 주체는 역사와 국민이어야지 가해자가 건너자고 해서 건너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당내에서 이를 주도한 유 전 의원을 '가해자'로 칭하며 비판한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유 전 의원은 과거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내가 주도했다. 흔들리는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탄핵을 왜 해야 하는가'라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며 "이 때문에 확실히 '배신자' 낙인이 찍혔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중진의원은 또 "이명박·박근혜정부가 문재인정권에 확실한 우위를 가지는 것이 경제와 안보인데, 이마저 부정하는 '자기비하'로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며 "자기 반성과 자기 폄하는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도 "이명박·박근혜정부 때 경제와 안보가 무능했다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며 "전 세계적 금융위기를 돌파한 것이 이명박정부이고, 부동산이 안정됐던 것은 박근혜정부"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