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할당제·장병 부실급식에 반발여론 확산… 국회 청원도 하루 만에 1만여 동의
  • ▲ 여성 징병제 도입 관련 청원. ⓒ청와대, 국회 홈페이지
    ▲ 여성 징병제 도입 관련 청원. ⓒ청와대, 국회 홈페이지
    정치권에서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한다는 '여성징병제'가 논란이 된 가운데, 이와 관련한 청와대·국회의 국민청원이 화제다.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시켜 달라'는 제목으로 오른 청원은 나흘 만인 이날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기록했다.

    청원인은 글에서 "성평등을 추구하고 여성의 능력이 결코 남성에 비해 떨어지지 않음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병역의 의무를 남성에게만 지게 하는 것은 매우 후진적이고 여성비하적인 발상"이라며 "여자는 보호해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라를 지킬 수 있는 듬직한 전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도 22일 '여성 의무 군복무에 관한 병역법 개정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에는 이날 1만2000여 명이 동의했다. 국회 청원은 30일 이내에 10만 명 이상 동의를 얻으면 국회에 접수되고, 법률안에 준해 소관 상임위원회로 회부된다.

    "北과 휴전 중인데 여자도 싸울 수 있어야"

    청원인은 글에서 "대한민국은 현재 북한과 전쟁 중이다. 휴전협정을 맺은 것일 뿐, 언제라도 북한이 쳐들올 수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니 여자들도 전쟁이 불시에 일어나도 북한과 싸울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성징병제는 지난 4·7서울시장보궐선거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성 72.5%, 30대 남성 63.8%가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면서 화제가 됐다. 이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남녀평등복무제' 도입을 제안하며 진화에 나섰다.

    박 의원이 주장한 남녀평등복무제는 현행 병역제도를 '모병제'로 전환해 지원 자원을 중심으로 군대를 유지하되, 온 국민이 남녀 불문 40~100일 정도의 기초군사훈련을 의무적으로 받는 혼합 병역제도다.

    이준석 "강경화·김현미·추미애 장관 임명 옳았나"

    정치권에서는 '이대남'으로 불리는 20대 남성이 여권에 등을 돌리는 이유로 문재인정부에서 강화된 여성우대정책을 꼽았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문재인정부의 내각 30% 여성할당제에 의해 우리가 최고의 장관들을 임명하지 못했던 것은 자명하다"며 '여성할당제 무용론'을 제기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강경화 장관이 과연 우리나라 외교가 뽑아들 수 있는 최고의 카드였는가, 김현미 장관이 최고의 국토·부동산 전문가 였는가, 유은혜 장관이 교육에 대해서 어떤 전문성이 있었는가, 추미애 장관이 검찰개혁이라는 걸 추진할 능력과 성정이 있는 사람이었는가? 이런 고민을 해본다"고 말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전날 중앙일보 칼럼에서도 "창업경진대회에서 여성 3점, 장애인 0.5점, 국제기능올림픽 입상자 0.5점의 가산점을 주는 상황은 시대착오적 여성 배려의 잔재"라며 "젠더 이슈는 2030의 정치적 판단에 있어 유일하지는 않지만,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 격리 男 병사는 부실급식

    최근 화제가 된 군 격리 장병 '부실급식' 논란도 여성 징병 청원의 동의 급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자신을 51사단 예하 여단 소속이라고 밝힌 한 장병은 지난 18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알려드립니다'에서 휴가 복귀 후 코로나19 의무 격리 중 부실한 급식을 제공받았다는 글과 함께 급식 사진을 올렸다. 비슷한 사례를 겪었다는 댓글도 이어졌다.

    이에 2019년부터 '여성희망복무제'를 제안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국방부 지침을 지키는 청년 병사들의 식판을 보니 기가 찬다"며 "급식의 질은 차치하더라도 '1식4찬' 기본 지침도 지키지 않고, 그 양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결국 서욱 국방부장관은 다음날 "최근 격리 장병에 대한 급식 지원 및 생활 여건이 부실하였던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국방부장관으로서 엄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文은 여성 징병 청원에 "재밌는 이슈"

    한편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한다'는 취지의 국민청원은 2017년에도 올라온 바 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방의 의무를 남녀가 함께 하게 해달라는 청원도 재미있는 이슈 같다"고 말했고, 회의 참석자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문 대통령은 "요즘은 육군사관학교·공군사관학교 수석졸업자들이 거의 해마다 여성들이다. 만만치 않다"며 여성의 능력을 칭찬하기만 했다.

    이와 관련, 이 전 최고위원은 "복잡한 생각 할 것 없이 그냥 내 사고체계 내에서 A가 옳으면 A를 주장하면 된다"며 "대충 보고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하고 웃고 있으면 문재인식"이라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