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日 아사히 인터뷰서 "미·중 초월한 외교 전략 구사해야" 등거리 외교 강조
  • 문재인 정부 출범부터 최근까지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을 지내 대통령의 '외교안보 멘토'로 불리는 문정인(사진) 세종연구소 이사장이 "우리나라가 미국 편에 서면 한반도 평화를 담보하기 어렵다"며 미·중 열강에서 벗어난 '초월적 외교'만이 한국이 살길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상 한·미 혈맹을 부정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對中) 견제 정책에 참여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비쳐질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한국이 미국 편 서면, 중국은 북한 지원… 한반도 평화·번영, 요원해져" 

    문 이사장은 11일자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한미 외교·국방장관(2+2)회담 공동성명에서 중국 견제가 명시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한국이 미국 편에 서면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담보하기 어렵게 된다"며 "그러면 중국은 북한 지원에 힘을 쏟을 것이고, 러시아도 가세해 동맹을 강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따라서 "최전선에서 대치하는 한국의 안보 부담이 한없이 커진다"고 설명한 문 이사장은 "미·중 대립이 격화할수록 한국의 선택지는 제한되기 때문에 대립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친중국 경향으로 비쳐진다'는 지적에 그는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동북아 지역에 대한 관여를 강화하고 있어 한국이 중국 일변도로 방향을 잡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미·중 어느 진영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다자 협력과 지역 통합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것이 미·중 충돌을 막고 외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적극적인 외교"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외교에 대해서도 "수동적이고 과도하게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며 "일본이 과도하게 미국 편을 들면 미·중 신냉전 고착화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요미우리 "美, '쿼드 참가' 요구에‥ 靑, '우리 입장 이해해달라' 호소"

    한편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2일 한·미·일 안보실장회의에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쿼드(미·일·호주·인도 안보협의체)에 참가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며 "당시 서 실장은 이 같은 요구에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우리의 입장도 이해해달라'고 호소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관련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해당 매체의 인용이 매우 부정확하며, 전체 기사 내용도 한미 간의 협의 내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쿼드 참가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