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날 사무처 국장 등에게 발길질과 욕설… "개표상황실에 본인 자리 없다는 게 이유"
  • ▲ 제38대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으로 첫 출근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사진=공동취재단)
    ▲ 제38대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으로 첫 출근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사진=공동취재단)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4·7 재·보궐선거 당내 개표상황실에 자신의 자리가 마련되지 않았다며 당직자들에게 욕설과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압승한 잔칫날 당 내부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민의힘이 벌써 선거 승리에 도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4·7 선거일에 의원이 당직자에 폭언 

    4·7 재·보궐선거 개표가 한창 진행 중이던 7일 오후 9시30분쯤, 국민의힘 사무처 당직자들은 성명을 내고 송 의원(비상대책위원장비서실장)이 당직자들을 상대로 폭언·폭행을 행사했다고 주장하며 사퇴를 요구했다. 이때는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오세훈·박형준 등 국민의힘 서울·부산시장후보의 압도적 승리가 알려진 직후였다.

    국민의힘 사무처 당직자들은 성명에서 "오늘 송 의원은 당사 개표상황실에서 본인의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사무처 국장 및 팀장급 당직자에게 발길질 등의 육체적 폭행과 욕설 등의 폭력을 자행했다"며 "선거 투표일에 행해진 폭력을 사무처 당직자 일동은 절대 묵과할 수 없다"고 강력비판했다. 

    이들은 송 의원의 공식 공개사과와 당직 사퇴, 탈당 등을 요구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국회의원직 사퇴까지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오후 8시쯤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될 무렵 송 의원은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3층 대회의실에서 소리를 지르며 당직자의 정강이를 걷어찬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있던 취재기자 다수도 이를 목격했다. 

    송 의원은 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좌석 배치 때문에 이야기한 것이고 그 이상은 없었다"며 "소리만 좀 있었지, (폭행은) 없었다"며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벌써 자만해졌나' 정치권 비판도… '자강론' 경계해야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민의힘이 벌써 정권교체를 향한 자만심에 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 개표일 당직자들을 대상으로 폭언·폭력을 행사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것만으로도 말이 안 되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이를 의식한듯,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부를 향해 "자만하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8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이 잘해서 지지한 것이 아니라 민주당정권이 민심과 어긋나는 폭정을 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니 승리에 도취되지 말고 정신을 바짝 차려서 더 낮은 자세로 하라"고 주문했다. 

    주 권한대행은 특히 "또 '겸손해라'는 충고를 (여러 곳에서) 받았는데, 의원들과 당원들은 이를 명심하라"면서 "행동거지 등 하나 하나가 국민에 불편을 끼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조심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국민의힘이 오만해진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이번 선거에서 완승하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외부 도움 없이 자체적인 힘으로 내년 대통령선거도 치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정권교체는 이번 선거 승리보다 국민의힘 행보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내에서 '겸손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동시에, 전문가들도 이에 따른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이 이번 선거에서 모두 이긴 것은 분명히 문 정권의 레임덕을 급속하게 가속화시킨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정권교체까지 바라본다면, 김종인 위원장 재추대 및 이후 윤석열 전 총장 합류 등이 전제돼야 내년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해볼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