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일체형 잠수복에 패딩점퍼 솜바지 착용→ 일체형 습식잠수복엔 솜바지 못 입어귀순 당일 수온 4~5도→ "7도" 말 바꿔… 사우나 냉탕이 12도 안팎, 7도면 얼음물잠수복 오리발 물안경, 400m 떨어진 숲속에 숨겼다→ 귀순자가 공작원처럼 행동
  • ▲ 최근 미해군이 미네소타주 리플리 기지에서 벌인 혹한기 잠수훈련 모습. 이 정도 장비로도 겨울바다에서 몇 시간 씩 있기 어렵다. ⓒ미해군 트위터 캡쳐.
    ▲ 최근 미해군이 미네소타주 리플리 기지에서 벌인 혹한기 잠수훈련 모습. 이 정도 장비로도 겨울바다에서 몇 시간 씩 있기 어렵다. ⓒ미해군 트위터 캡쳐.
    ‘슈퍼솔저’ 논란이 인 ‘수영귀군’과 관련한 조사 결과를 23일 군이 공개했다. 

    군 당국은 "육군 22사단 감시장비에 귀순자가 10번이나 포착됐지만 8번 놓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귀순자가 두꺼운 일체형 잠수복 안에 패딩점퍼와 솜바지를 입고 6시간 동안 물 위를 10㎞가량 헤엄쳐 왔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귀순자의 나이나 소속 등 구체적 상황의 공개를 일절 거부했다. 

    일체형 잠수복에 패딩점퍼 입어, 6시간 수영 가능했다는데...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6일 ‘수영귀순’이 발생한 뒤 전비태세를 검열했다. 군 당국은 23일 그 결과를 설명했다. 

    군 당국자는 “국민들의 관심이 많은 ‘6시간 수영’이 가능하냐는 것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합동 정보 조사 중”이라면서도 “현재까지 조사하고 판단한 내용으로 볼 때는 충분히 (헤엄쳐 귀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귀순자가 착용한 것은 ‘머구리 잠수복’이 아닌 일체형 잠수복으로, 우리 군이 발견 당시 물에 젖지 않은 채였다”고 밝힌 군 당국자는 “귀순자는 잠수복 속에 패딩점퍼, 두꺼운 양말 등을 착용하고 잠수복을 입은 덕분에 (바다에서도) 체온을 어느 정도 유지했고 부력도 일정 수준 작용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참고로 스킨스쿠버나 해난구조활동용 겨울 잠수복은 5~7mm 두께의 네오프로필렌 소재 습식잠수복이다. 군 당국의 설명처럼 잠수부의 얼굴과 발목 아래만 노출된다. 겨울에 이런 잠수복을 입을 경우 체온 유지를 위해 잠수복 안에 내피를 착용한다. 하지만 군 당국의 설명처럼 모자가 달린 겨울용 패당점퍼에 솜바지까지 껴입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습식잠수복은 몸에 꼭 달라붙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속에 솜바지를 끼어 입으면 착용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어렵사리 입는다고 해도 움직임이 둔해져 파도가 거센 바다에서 헤엄치기가 쉽지 않다. 잠수복 안에 스웨터나 내복을 입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습식잠수복이 아닌 건식잠수복(dry suit)의 경우다. 

    군 당국자는 “귀순 당일 파도가 높기는 했지만 해류 방향이 북에서 남으로 흘렀고, 물에 익숙한 귀순자의 속성까지 고려하면 현재까지 파악한 정황만으로도 ‘수영귀순’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10시간 동안 헤엄쳐 귀순했다는 소문이 맞느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귀순자가 출발한 지역은 현재 조사 중이어서 말할 정보가 없다”면서도 “수영시간은 대략 6시간 정도로 판단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귀순자가 한국에 올 때까지 헤엄친 거리는 대략 10㎞"라고 덧붙였다.

    ‘수영귀순’ 발생 후 언론들이 국립해양조사원과 기상청 등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귀순자가 헤엄쳐 온 바다의 당일 수온은 4~5도였다. 하지만 군 당국은 "귀순 당시 수온이 7도"라고 밝혔다. 군은 귀순자가 입고 왔다는 잠수복과 패딩점퍼 등을 보여주면서 "사진촬영도, 구체적 묘사도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귀순자 연령·소속·출발지 등은 신상정보… 밝힐 수 없어”

    군 당국자는 또 귀순자의 연령과 소속 등 신상정보, 출발한 장소 등도 “조사 중”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귀순자의 속성이 바다에 익숙하다는 것이 무슨 말이냐”는 질문에는 “민간인으로 어업 관련 부업을 했고 물에 익숙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 ▲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여기서 머지 않은 곳에서 '수영귀순'이 발생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여기서 머지 않은 곳에서 '수영귀순'이 발생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군 당국은 “귀순자가 해안으로 올라온 뒤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입고 있던 잠수복과 오리발·물안경을 유기(遺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 대한 설명은 ‘유기’보다 ‘은닉(隱匿)’에 가까웠다. 

    우리 군 병력이 귀순자를 발견한 곳은 전방소초(GOP)와 민간인통제선 사이였다. 귀순자는 발견될 당시 모자 달린 패딩점퍼를 입고 하반신을 낙엽으로 덮고 누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귀순자는 우리 측 지역에 도착한 뒤 잠수복·오리발·물안경 등을 해안에서 400m 떨어진 숲속에 숨겼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그러면서도 코로나용 마스크는 옆에 있는 나뭇가지에 걸어 놓았다. 귀순자의 행동은 매우 특이했다. 그는 전방소초나 검문소를 찾아 귀순 의사를 밝히지 않고 그대로 남쪽으로 향했다. 

    군 당국자는 이를 두고 “(귀순자가) 왜 군에 바로 귀순 의사를 밝히지 않았냐고 하시는데, 확답은 할 수 없지만 북한 노동당 간부에게서 ‘한국으로 가서 군대에 잡히면 바로 사살한다’고 교육받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그가 정말 귀순 의사가 있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감시장비 8번 경고했는데 무시... 9번째 포착

    육군 22사단의 대북경계 수준이 어느 정도였는지도 이날 드러났다. 군 당국은 "해안을 향한 과학화 감시장비와 철책감시용 CCTV에 귀순자가 총 10번 포착됐는데, 담당자가 8번째까지는 별일 아니라고 보고 무시했다"고 설명했다. 군의 과학화 감시장비는 경계구역에서 움직임이 포착되면 모니터에 알람 메시지가 뜬다. 담당 경계병이 이런 알람 메시지 가운데 8개를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껐다는 것이다.

    귀순자는 22사단 경계지역의 배수로 45곳 가운데 보강작업이 안 된 4곳 가운데 하나를, 그것도 해안과 접해 유실지뢰가 있을 가능성이 큰 위험지역을 무사히 통과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그 경위 역시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군 당국은 22사단의 당시 경계상황을 설명한 뒤 “그러나 과학화 경계 시스템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감시카메라에 설정된 감시범위와 비교해 귀순자가 너무 먼 거리에서 발견돼, 포착됐을 때 사람이라고 식별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군 당국자는 “전문가들도 나중에 (귀순자가 포착된 영상을 보고) 사람이었구나 하는 정도였다”면서 “영상 감시병을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당시 상황에서 사람(귀순자)을 식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근거 안 밝히고 '진돗개 하나’ 발령... 주변 부대 출동도 안 해

    ‘수영귀순’ 당시 귀순자를 포착한 직후 ‘진돗개 하나(대남 침투 및 국지도발 상황 때 연대장급 이상 지휘관이 내리는 대응 명령)’를 발령할 때도 문제가 있었다. 교범에 따르면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려면 대공 용의점이 있거나 대남 국지도발 근거가 필요하다. 하지만 군 당국은 이날 별다른 근거 없이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

    ‘진돗개 하나’를 발령할 정도의 상황이 발생하면 인근의 연대급 이상 부대까지 모두 지원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군단 예하 부대들은 이날 ‘진돗개 하나’가 발령됐음에도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이날 군 당국은 “이번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환골탈퇴의 각오로 근본적인 보완대책을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22사단장과 8군단장 등 지휘관 문책과 관련해서도 “현재 국방부에서 검토 중”이라고만 대답했다.
  • ▲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3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3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바이든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기지 않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방첩전문가 "'수영귀순'이 국제적 사건 노린 것이었다면…"

    군 당국이 이날 정황을 설명한 ‘수영귀순’은 지난 16일 오전 4시12분쯤 강원도 고성군 해안철책 남단의 과학화 감시장비에 귀순자가 포착되면서 시작됐다. 

    군은 이날 오전 4시16분 제진검문소 북쪽의 CCTV를 통해 신원미상의 사람을 처음으로 식별했다. 2분 뒤 귀순자는 해안도로 가드레일을 넘어 남쪽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3시간이 흐른 오전 7시 27분 제진검문소 동북쪽 숲에서 발견됐다.

    익명을 요구한 방첩전문가는 ‘수영귀순’과 관련해 흥미로운 가설을 제기했다. 방첩작전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이 전문가는 “어디까지나 개인적 견해”라며 “이번 ‘수영귀순’ 뒤에는 더 큰 그림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 김씨 일가에게 강원도 고성군은 특별한 곳이다. 6·25전쟁 전 김일성은 고성군 거진읍 소재 화진포해수욕장에 별장을 지었다. 전쟁이 끝난 뒤 이곳은 한국에는 승리의 상징처럼, 북한에는 빼앗긴 성지처럼 여겨졌다. 이 ‘성지’에 북한이 공작원을 보내 점령을 시도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단순한 국지도발의 경우에도 미국은 한국을 돕기 위해 전력을 보내야 한다. 현재 한반도로 즉각 출동할 수 있는 미군 전력은 괌 앤더슨공군기지의 전략폭격기와 대만해협·남지나해 일대의 2개 항모강습단이 있다. 현재 미 해군 제7함대는 규슈 남서쪽 해역에서 일본 자위대, 프랑스 해군과 함께 기뢰 제거 연합훈련을 진행 중이다. 

    이는 중국에는 대단히 큰 위협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국지도발이 벌어진다면 이들은 함께 동해로 향하게 되고, 남지나해와 대만해협 일대에서 중국을 향한 압박은 크게 줄게 든다.

    조 바이든 정부는 이미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대만을 위협하면 과연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할까. 

    이 전문가는 “북한이 중국을 도와 미국 등 서방 전력 일부를 한반도에 묶어놓는 데 성공한다면, 중국에는 대단히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