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주민들, 명절 때마다 당에서 ‘김정일화’ 구입…작은 화분 1개 북한주민 평균 월급의 20배
  • ▲ 평양 만수대 태양상에 헌화하는 북한 주민들. 저 꽃이 모두 김정일화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평양 만수대 태양상에 헌화하는 북한 주민들. 저 꽃이 모두 김정일화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정은이 지난 16일 김정일 생일을 맞아 리설주와 함께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 김정일 생일인 ‘광명성절’에는 모든 북한 주민과 기관·기업소가 ‘영생탑’이라 부르는 김일성·김정일 우상화 조형물 앞에 ‘김정일화(花)’를 바쳐야 한다. 그런데 올해는 노동당이 이 꽃을 강매하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소식통 “김정일 생일 맞자 우상화 조형물에 꽃다발 잔뜩”

    북한에서는 설날과 김정일 생일, 김일성 생일 등이 되면 모든 사람이 의무적으로 ‘태양상(김일성·김정일 동상)’ 같은 김씨 일가 우상화 조형물에다 김정일화 생화 꽃다발과 꽃바구니를 바쳐야 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평양의 경우 만수대에 올라가는 길 주변에 북한돈 3~8만원(약 3000~7000원)짜리 꽃다발을 파는 곳이 줄 지어 있다. 여기서는 외화로만 꽃을 파는데 대금은 전부 노동당으로 입금된다”는 평양 출신 탈북자의 증언을 17일 전했다.

    방송은 “김정일 생일을 맞아 지방의 ‘영생탑’ 앞에도 꽃다발과 꽃바구니가 줄줄이 놓였다”는 평안북도 소식통의 말을 전하면서 “이 꽃들은 모두 당에서 관리하는 온실에서 재배해 판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북한 당국은 김정일 생일 전에 ‘김정일화 축전’을 열어 주민들이 비교적 저렴하게 꽃다발과 꽃바구니를 살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올해는 우한코로나를 이유로 축전을 열지 않고, 노동당 온실에서 재배한 꽃을 비싼 값에 강매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가격은 김정일화 한 송이에 북한돈 1000원(약 100원), 화분 한 개에 북한돈 10만원(약 9000원)이다.

    “이를 두고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신성한 꽃으로 떠받들던 김정일화가 이제는 당국의 돈벌이 상품으로 전락했다’며 비웃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신의주 소식통도 비슷한 이야기를 전했다. 소식통은 “추운 겨울에 생화를 파는 곳은 당 온실밖에 없다. ‘태양상’에 헌화한 생화들은 전부 온실에서 구매한 것”이라며 “당국의 강매 조치로 기관·기업소에서는 단체로 돈을 모아 생화 꽃바구니를 사다 바쳤는데 꽃바구니 한 개 가격이 20만~30만원(약 1만8000~2만7000원)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각 기관·기업소와 주민들이 당 온실에서 꽃을 구매한 액수가 결코 적지 않은 금액으로, 모두 당으로 입금되고 있다”며 “주민들은 당국이 김정일 생일을 이용해 꽃을 팔아 폭리를 취하고 있는 행태를 비난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강조했다.

    일부 돈주들, 당국에 잘 보이려 100달러짜리 꽃바구니 헌납

    방송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계급이나 조직 규모에 따라 바쳐야 할 꽃 종류가 정해져 있다. 일반 주민들은 꽃 한 송이면 되지만, 초급 당 간부는 꽃다발, 기관·기업소 등 단체 명의일 때는 꽃바구니를 바쳐야 한다. 그런데 개인이 비싼 꽃바구니를 바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당국의 비호 아래 사업을 하는 돈주(북한 신흥부자)들이 100달러짜리(북한돈 330만원) 꽃바구니를 갖다 바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이는 돈주들의 충성심이 높아서가 아니라 당의 신임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비싼 꽃바구니를 바치는 사람들은 명단을 취합해 당의 각 기관에 이를 통보하는 것을 아는 돈주들이 향후 사업을 하면서 편의를 얻으려 많은 돈을 쓴다는 설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