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설탕 등 생필품 품귀, 옷·신발 가격 3~4배 폭등… 아이들 1년째 학교 못 가은행·우편 서비스 중단, 평양도 자주 정전… 영국·독일·오스트리아 대사관 폐쇄
  • ▲ 2017년 4월 평양 시내의 야경. 우한코로나를 이유로 한 국경봉쇄 이후 더욱 어두워졌다고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7년 4월 평양 시내의 야경. 우한코로나를 이유로 한 국경봉쇄 이후 더욱 어두워졌다고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 김정은은 우한코로나(코로나19) 감염을 두려워한 나머지 지난해부터 ‘쇄국(鎖國)정책’을 펴는 중이다. 이 때문에 현재 평양에서조차 식량과 생필품을 구하기 어렵고, 전기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고 평양주재 외국 대사관 관계자들이 전했다. 일부 유럽국가는 대사관을 폐쇄했다고 한다.

    평양주재 체코대사관 “물품 부족 심각… 외국 대사관들 철수”

    지난 9일 국내 언론은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주재 러시아 대사가 인테르팍스통신과 인터뷰에서 밝힌 평양 현황을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0일 이와 관련해 “마체고라 대사의 말이 모두 사실(completely true)”이라는 북한주재 체코대사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북한이 지난해 초 중국과 국경을 봉쇄한 뒤 평양에서도 생필품 등 물품부족 현상이 심각해졌다는 것이 체코대사관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북한이 해외에서 물품 수입을 중단하면서 지난 몇 달 동안 초콜릿·커피·과자·치약·설탕·식용유 등 북한 주민들 기준으로는 사치품이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생필품인 제품을 살 수 없게 됐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평양에는 외국인 전용상점 300여 곳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통일거리시장이 있다. 북한 당국은 이곳을 통해 자체 생산한 생필품을 내놓지만 품질은 매우 나쁘고 가격은 비싸다고 체코대사관 관계자는 설명했다. 

    또한 이곳에서 소량으로 판매하는 외국제품들은 가격이 국경봉쇄 이전에 비해 3~4배 올랐다고 한다. 인스턴트 커피 한 병에 30달러(약 3만3400원, 북한 돈 약 33만원) 이상, 샴푸와 샤워젤 등은 50달러(약 5만5700원, 북한돈 약 55만원) 정도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평양주재 러시아 대사 “생필품 부족 심각… 가장 큰 문제는 의약품 부족”

    체코대사관 관계자의 설명은 마체고라 러시아 대사가 지난 8일(현지시간) 인테르팍스통신과 인터뷰에서 밝힌 상황과 일치했다. 

    앞서 마체고라 대사는 “북한이 우한코로나 유입을 막기 위해 지난해 1월부터 국경을 봉쇄한 결과 평양은 물론 북한 전역에서 생필품과 의약품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국경봉쇄 이후 원자재 수입이 중단돼 많은 기업이 문을 닫았고, 사람들은 실업 상태이며, 어린이들은 1년 내내 학교를 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한 마체고라 대사는 “평양에서도 밀가루와 설탕 등 기본적인 생필품조차 사기 어려워졌고, 옷이나 신발은 가까스로 구해도 가격이 국경봉쇄 전에 비해 3~4배 비싸져 러시아대사관 직원들은 아이들의 옷과 신발을 서로 교환해 입힌다”고 밝혔다.
  • ▲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기념 야간 열병식 당시 김일성 광장. 평양에서 김씨 일가 관련 시설에는 절대 불이 꺼지지 않는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기념 야간 열병식 당시 김일성 광장. 평양에서 김씨 일가 관련 시설에는 절대 불이 꺼지지 않는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마체고라 대사는 “북한 당국은 우한코로나가 확산될 경우 대처할 만한 의료시설이 없기 때문에 국경봉쇄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을 공공연히 인정한다”면서 “때문에 지난해 1월 이후 북한으로 들어온 외국인은 없으며, 북한 주재 외교관은 물론 국제기구 직원들도 평양 밖으로 여행하는 것이 금지됐고, 외교관 자녀들은 대사관에서 나가지 못한다”고 전했다.

    은행·우편 서비스 중단, 전력 공급 엉망… “국경봉쇄하면 겪는 모든 문제 일어나”

    체코대사관 관계자에 따르면, 국경봉쇄 이후 북한에서는 국내외 우편 서비스가 중단됐고, 이미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던 북한 은행들은 현금부족에 시달린다고 전했다.

    “북한 주민 가운데 26%만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추정은 논리적”이라고 평가한 이 관계자는 “그나마 전력을 공급받던 평양시민들조차 올 들어 정전을 겪는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평양 당국은 외국 공관들이 전기를 사용하 는데 어떤 제한조치도 취하지 않지만, 올 들어 대사관에서도 여러 차례 정전이 발생했다”면서, 그러나 “만약 북한 전체에 전기 공급이 끊긴다고 해도 김일성광장은 분명 환하게 불을 밝힐 것(very moment wasn´t any electricity in a whole DPRK, KIS square would be over lighted for sure)”이라고 부연했다. 

    “게다가 평양에는 응급환자를 수송하는 ‘의료지원 항공기(MEDVAC)’가 없어 응급상황이 생겨도 후송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우려한 이 관계자는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은 외국 대사관이 문을 닫거나 상주인력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각국 외무부에 확인한 결과 오스트리아는 현재 북한에 외교대표를 두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독일은 북한주재 독일대사관 운영이 불가능하게 돼 철수했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또한 현재 북한주재 대사관을 닫은 상태라고 한다.

    이 관계자는 “한 국가가 1년 동안 국경을 봉쇄하면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 모든 문제가 현재 북한에서 발생한다”고 현재 북한 상황을 요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