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인권위 잇달아 '성추행' 판단했는데… 강난희 "진실 밝혀지지 않았다" 자필편지 논란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아내인 강난희 씨가 남편의 여비서 성추행 가해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자필편지를 써 2차 가해 논란이 일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법원의 판결에도 "내 남편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야당과 피해자 측은 "2차 가해"라며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를 검찰 포렌식에 맡겨 공개하자"고 반발했다.

    "박원순 도덕성 믿고 회복시켜야"

    지난 6일 작성된 '박원순의 동지 여러분 강난희입니다'라는 제목의 자필편지는 SNS 등에서 급속도로 퍼지며 진위 여부에 따른 의문이 제기됐다. 하지만 다음날인 7일 박 전 시장 추모단체인 '박원순을기억하는사람들'(박기사) 측을 통해 강씨가 쓴 편지는 '진짜'인 것으로 확인됐다.

    강씨는 A4 용지 2장 분량의 이 편지에서 "아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다"며 "나의 남편 박원순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저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특히 '박기사'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강씨는 "박기사 입장문 내용 중에 '인권위의 성희롱 판결을 받아들이고, 박원순의 공과 과를 구분하고, 완전한 인간은 없다'는 내용이 있다"며 "이번 박기사의 입장문을 본 후 저희 가족은 큰 슬픔 가운데 있다"고 밝혔다.

    강씨는 그러면서 "40년을 지켜본 내가 아는 박원순정신의 본질은 도덕성"이라며 "저와 우리 가족은 박원순의 도덕성을 믿고 회복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野·피해자 측 "박원순 휴대전화 포렌식하라" 반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그러나 지난달 14일 "피해자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으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고, 인권위도 지난달 25일 "박 전 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며 박 전 시장의 가해사실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박 전 시장의 성추행 가해사실을 부인하는 취지의 강씨 편지가 공개되자 야당과 피해자 측은 "2차 가해"라고 반발했다. 또 지난달 서울시를 통해 유족에게 반환된 박 전 시장의 업무용 휴대전화를 공개하자고도 요구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8일 통화에서 "가족으로서 마음이 아프실 것이라는 부분은 공감하지만, (편지의 내용은) 2차 가해"라며 "남편의 명예를 회복하려면 검찰에 휴대전화 포렌식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도 7일 SBS와 통화에서 "그분들(박원순 지지자들)이 믿고 싶은 어떤 것을 위해서 아마 이런 것을 공개하지 않을까 싶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싶으면 박 시장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씨의 자필편지로 논란이 커지자 박기사 측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편지가 널리 공개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 강난희 여사의 뜻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공유를 자제해줄 것을 지지자들에게 요청한 바 있다"며 "그럼에도 김재련 변호사는 편지 공개가 사전에 의도하고 계획적으로 유포한 것처럼 매도했다"고 반발했다.
  • ▲ 박원순 전 서울시장 부인 강난희 씨 자필편지. ⓒSNS 캡처
    ▲ 박원순 전 서울시장 부인 강난희 씨 자필편지. ⓒSNS 캡처
  • ▲ 박원순 전 서울시장 부인 강난희 씨 자필편지. ⓒSNS 캡처
    ▲ 박원순 전 서울시장 부인 강난희 씨 자필편지. ⓒSNS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