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사청문회서 현실부정… 北 핵무력 과시하는데도 "김정은 비핵화 의지"
  •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정의용 외교부장관후보자는 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의 도발이 일절 없었다"며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 평화가 일상화됐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자는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도 평가했다.

    지난해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군에 총살되고, 북한이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특히 북한은 지난 1월 열병식에서 신형 전략무기들을 대거 공개하며 핵무력을 과시한 상황이다.

    "김정은, 비핵화 약속했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정 후보자를 상대로 문재인정부의 핵심 외교정책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대상으로 추궁했다. 

    "정 후보자는 문재인정부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맡았다"고 전제한 김 의원은 "문재인정부의 실패한 외교정책에 대해 총괄적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 후보자는 "단정적으로 말씀하시는데 결고 동의할 수 없다.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의 평화가 일상화됐다고 평가한다"며 "북한의 도발이 일절 없었다는 점만 해도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생활할 수 있었나"라고 반문했다. 

    정 후보자는 한 술 더 떠 북한의 비핵화 의지도 높게 평가했다. 정 후보자는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의 "김정은에게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김정은)이 분명히 약속했다. 저한테도 했고, 대통령한테 더 확실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미국과 북한의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을 예로 든 정 후보자는 "김 위원장이 하노이까지 70여 시간을 기차 타고 갈 때는 단단히 각오를 하고 간 것"이라며 "그런 좋은 기회를 그때는 이루지 못했지만, 앞으로 김 위원장이 우리 정상과 약속한 것은 지킬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서는 유보적 견해를 보였다. 정 후보자는 "방위태세 유지를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연합훈련은 계속 실시돼야 한다"면서도 "다만 대규모 연합훈련은 한반도 상황에 여러 가지 함의가 있어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 후보자의 발언은 한미연합훈련이 북한과 협상에서 고려 대상이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밝힌 것으로 보인다. 

    '北 원전 추진' 의혹에는 "지시 없었다" 부인

    최근 논란이 됐던 북한에 원자력발전소 건설 추진은 완강히 부인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이와 관련 "산업부 공무원이 실현 가능성도 낮고 민감하며 수조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보고서를 지시 없이 만들 수 있느냐"고 정 후보자를 압박했다. 

    정 후보자는 그러나 "그런 지시는 없고, 언론에서 여러 매체에서 북한에 원전을 지어줘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많이 실려서 그런 것을 보고 한 것이 아닌가 한다"고 답했다. 

    산업부 공무원이 해당 문건을 파기한 것과 관련해서는 "산업부 문건도 아마 실무 차원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에둘렀다. 

    이에 이 의원이 "후보자 답변 내용과 다른 상황이 발생할 경우 책임을 지겠느냐"고 확인했고, 정 후보자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정 후보자는 한중관계를 문재인정부가 복원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우리 정부가 출범할 당시 사드의 불투명한 절차를 통한 국내 배치로 한중관계는 거의 단절된 상태였다"고 전제한 정 후보자는 "그것을 차근차근 복원해 한중관계를 이 정도로 관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