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이 정치권 눈치 보느라 사법독립을 포기" 사법연수원 17기 140여 명 성명서"지금 누가 정치를 하고 있습니까"… 정욱도 대구지법 부장판사 실명으로 원장 비판
  •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사표 관련 거짓말 파문이 확산하는 가운데, 임 부장판사의 사법연수원 17기 동기들이 "김 대법원장의 탄핵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5일 주장하고 나섰다.

    사법연수원 17기 140여 명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김 대법원장은 법원의 수장으로서 자신이 지켜야 할 판사를 보호하기는커녕 탄핵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도록 내팽개쳤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선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가 이뤄졌다"며 "이미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행위에 대해 범여권 국회의원들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선 법관에 대한 탄핵을 소추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이어 "범여권 의원들은 수적 우세를 이용해 무도한 입법행위를 자행했다"며 "자신들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자들이니 선출되지 않은 법관에게 감히 대들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런 논리라면 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 이들은 "(김 대법원장은)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데 급급해 사법부 독립을 포기했다"며 "이러한 행동은 법원의 권위를 실추시켰고, 다수의 법관으로 하여금 치욕과 자괴감을 느끼게 했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또 "임 판사가 잘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잘못에 대한 책임은 그 정도에 상응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이번 탄핵소추의 실체는 법원 길들이기, 범여권의 입지를 세우기 위한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직권남용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탄핵사태는 법조와 관련된 것이고, 우리 17기 동기생과 관련된 것이기에 우리가 먼저 나섬이 타당하다"고 성명의 배경을 밝힌 이들은 "17기가 아닌 다른 법조인을 비롯한 일반 국민들도 우리와 함께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명수 부적절 처신, 비판 지고 가야"  

    한편, 이날 이번 김 대법원장의 거짓말 사태와 관련해 사법부 내부에서 첫 실명 비판도 나왔다. 

    정욱도 대구지법 부장판사는 4일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지금 누가 정치를 하고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법과 상식에 따라 당위를 추구하는 일에 정치적 시각을 투영시켜 입맛대로 덧칠하고 비난하는 행태가 사법부의 독립을 흔들고 신뢰를 떨어뜨리는 오늘의 상황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정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에게 "(임 부장판사의) 사직 반려 경위에 대해 정정당당히 대응하는 대신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듯한 외관을 만든 점, 특히 논란이 불거진 후에 사실과 다른 해명으로 논란을 부추긴 점은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이에 대한 법원 내외의 비판은 당사자께서 지고 가실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정 부장판사는 이어 “졸견으로는 면이 깎이는 한이 있더라도 가장 원칙적인 대응, 즉 진지한 반성과 함께 사실을 소상히 밝히는 조치로써 직접 논란을 수습하시는 편이 옳다"고도 촉구했다.

    "정작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은 두 분(김 대법원장과 임 부장판사)이 아니라, 내 편이 아니라고 보이는 사람을 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법원에 영향을 미치고 싶어하는 외부의 정치세력"이라고 지목한 정 부장판사는 "비록 탄핵도 비판도 정상적 정치과정의 하나이고 헌법상 보장되는 일이지만, 사법부 구성원들까지 외부의 부당한 정치화에 휘말려 자중지란을 벌이는 일은 부디 없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