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한·미, 공동 목표" 강조… "文과 통화 못할 정도로 바쁘지 않았다" 뼈 있는 농담
  •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 간 통화를 했다. 지난달 27일 미·일 정상의 통화가 이뤄진 지 일주일 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32분간 이뤄진 통화에서 "한미가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을 진전시키기 위해 공동 노력해 나가자"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된 당사국인 한국 측 노력을 평가한다"며 "한국과 같은 견해가 중요하며, 한국과 공통 목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두 정상은 한미 간 역내 평화와 번영의 핵심동맹을 재확인하고, 가치를 공유하는 책임동맹으로 한반도와 인도-태평양지역을 넘어 인권 및 다자주의에 기여하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한미동맹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며 "한일관계 개선과 한·미·일 협력이 역내 평화와 번영에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강조했다.

    한·미·일 '3각 협력' 거론

    이날 정상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일관계 개선과 한·미·일 3각협력'을 거론한 것은, 바이든정부의 대중국 견제전략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가 중국과 관계에 어떻게 접근할지 조정하기 위해 동맹·파트너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 동맹들과 긴밀히 함께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 양국의 "같은 입장이 중요하다"고 한 것은, 문 대통령이 미·중 사이에서 올바른 견해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내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시진핑 주석과 40분간 통화하면서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친중' 기조를 드러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북한·미얀마 문제에 靑-백악관 발표 온도차

    대북정책과 관련해 청와대와 백악관 발표 간 온도차도 드러났다. 강 대변인은 '북한'을 특정하지 않은 채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가급적 포괄적 대북전략을 함께 마련하자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반면, 백악관은 보도자료에서 양국 정상이 "북한문제에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미얀마 쿠데타와 관련해서도 강 대변인은 "최근 미얀마 '상황'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원론적 합의 내용을 전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두 정상이 미얀마의 '민주주의 즉각 복원'을 위한 필요성에 합의했다"며 구체적으로 강력한 메시지를 주고받았음을 알렸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 직후 페이스북에 "방금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 통화를 하고, 공동의 가치에 기반한 한미동맹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하기로 약속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언론들은 청와대 대변인의 공식 브리핑이 나오기도 전에 일제히 속보로 한미 정상 통화 소식을 전했다. 한중관계에 관심이 있지만, 한미관계도 흔들림이 없다는 사실을 빨리 전하고 싶었던 문 대통령의 속내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바이든 "文과 통화 못할 정도로 바쁘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분주한 가운데 전화 주셔서 감사하다"고 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과 통화 못할 정도로 바쁘지 않았다"며 웃음을 주고받았다. 

    그동안 청와대는 '조속한 시일 내 정상 통화'를 요구했지만, 백악관은 대통령 일정이 바쁜 것과 상관 없이 의도적으로 미일 정상 통화 이후 일주일 간격을 둔 것이다. 미국의 늦은 응답은 문 대통령이 우방인 미국보다 먼저 시진핑 주석과 통화한 것에 따른 불만이 에둘러 나온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번 한미 정상 통화가 미일 정상 통화가 이뤄진 지난주 수요일 직후, 또는 이번주 초 안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차일피일 미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 이후 14일 만에 문 대통령과 통화했다.

    과거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이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첫 통화를 나눈 시점과 비교해보면 문 대통령은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취임 후 4일 만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 통화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취임 후 13일 만에 이명박 전 대통령과 첫 통화를 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후 9일 만에 황교안 전 대통령권한대행과 통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