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는 정치권이, 헤지펀드는 언론이 돕는 양상…1일 증시 개장하면 ‘2차전’ 시작
  • ▲ 뉴욕의 한 게임스탑 매장. 게임스탑 매장의 가장 큰 특징은 '중고게임'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뉴욕의 한 게임스탑 매장. 게임스탑 매장의 가장 큰 특징은 '중고게임'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 시간으로 오후 11시 30분부터 열리는 2월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게임스탑’을 둘러싼 ‘개미투자자들’과 ‘헤지펀드’의 2차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게임스탑도 과거 ‘피글리 위글리’ 공매도 때처럼 끝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두 사건은 차이가 있다. 공매도에 맞서는 주체부터 다르다. ‘게임스탑’ 주가를 폭등시킨 미국 개미투자자들은 이제 공매도 세력은 물론 자신들을 비판하는 주류 언론에도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대주주와 투기꾼이 싸웠고, 거래소가 편파적이었던 ‘피글리 위글리’ 사태

    국내 일각에서 ‘게임스탑’과 유사한 사례로 드는 ‘피글리 위글리’ 공매도는 98년 전에 일어난 사건이다. 관련 내용은 1959년 5월 30일 <뉴요커>에 실렸다. 클라렌스 샌더스는 1919년 테네시주 멤피스에 ‘피글리 위글리’라는 식료품 가게를 열었다. 이곳은 점원이 상품을 가져다주는 기존의 가게와 달리 고객이 직접 판매대에서 상품을 골라 가져와서 계산하는 방식이었다. 슈퍼마켓과 마트, 편의점과 같은 현대식 소매점의 시초가 ‘피글리 위글리’였다. 이 식료품 가게는 곧 큰 인기를 얻었고, 미국 곳곳에 체인점을 열었다. 그리고 1922년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그러나 야심차게 문을 연 뉴욕지점이 실패하면서 1923년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당시 월스트리트 투기꾼들은 ‘피글리 위글리’ 주식을 공매도하는 동시에 악성루머를 퍼뜨려 주가를 떨어뜨리려 했다. 주가가 이상하게 하락한 것을 눈치 챈 샌더스는 은행에서 1000만 달러(1920년대 1달러의 현재 가치 100달러로 환산, 1조1160억원)를 대출 받아 자신의 주식을 시장에서 매입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923년 3월에는 시장에 풀린 ‘피글리 위글리’ 주식 20만주 가운데 19만 8872주를 매집했다. 주가는 한때 123달러(현재 가치 1만2000달러·약 1340만원)까지 다다랐다.

    결국 청산 마감일이 다가옴에도 투기꾼들은 공매도 청산에 필요한 주식을 구하지 못했다. 투기꾼들은 파산하고 샌더스가 승리할 것처럼 보였다. 이때 갑자기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피글리 위글리’ 주식 거래를 금지하고, 투기꾼들에게는 청산 마감일을 연장해줬다. 그리고 샌더스에게는 “주식 매점매석을 저질렀다”며 ‘피글리 위글리’를 상장폐지 해 버렸다. 이 조치로 ‘피글리 위글리’ 주식은 휴지조각이 돼 버렸고 투기꾼들은 공매도에 성공했다. 샌더스는 결국 파산했다.

    ‘피글리 위글리’와 ‘게임스탑’의 차이…공매도 성공 미지수

    ‘게임스탑’의 주가 폭등을 보고 ‘피글리 위글리’ 공매도 사태를 비교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두 사태는 주식 공매도에 맞서는 주체의 차이, 이들을 후원하는 세력에서 차이가 있다.

    ‘피글리 위글리’ 사태에서 샌더스의 치명적 실수는 대주주 개인이 유통주식 대부분을 회수했다는 점이다. 반면 현재 ‘게임스탑’을 매수하는 주체는 개인이다. 몇 명인지도 모른다. 심지어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직접 소액 투자하는 한국 개인투자자)’도 끼어 있다. 이들의 첫 번째 목표는 주가 상승을 통한 차익 실현이지만 ‘공매도 세력’에 대한 반발심도 그만큼 크다. ‘공매도 세력’을 물리치겠다고 ‘게임스탑’의 주식을 사들인 세계 각국의 투자자 수십만 명에게 ‘매점매석을 통한 주가 조작’ 혐의를 붙인다면, 그것만으로 뉴욕증시에 대한 신뢰는 추락한다.

    두 번째는 ‘게임스탑’ 주식을 사는 사람과 공매도 세력을 후원하는 사람들의 차이다. 지난 1월 28일(현지시간) 주식거래앱 ‘로빈후드’가 개인투자자 거래화면에서 ‘매수’ 버튼을 삭제해 버렸다. 이 후폭풍으로 주가가 44% 떨어졌다. ‘로빈후드’는 “이상과열을 막으려 했다”고 주장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로빈후드’의 매출 40%가 헤지펀드 ‘시타델’에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시타델’도 ‘게임스탑’ 공매도에 투자했다. 또한 ‘포인트 72’라는 헤지펀드와 함께 ‘게임스탑’ 사태로 큰 피해를 본 ‘멜빈 캐피털’에 27억 5000만 달러(약 3조700억원)을 빌려주기도 했다.

    주류 매체들도 개인 투자자들을 향해 각을 세우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로빈후드’와 헤지펀드의 공매도 문제를 비판하면서도 “(게임스탑 투자자들이) 증시 시스템을 전복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며 “진짜 걱정되는 점은 ‘게임스탑 세력’이 향후 누구를 겨냥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천 명의 개인투자자들이 소액 거래를 한 곳으로 모아 집단광기로 서로 채찍질할 수 있다”며 ‘게임스탑’ 사태를 비판했다.

    반면 미국 정치권은 공매도 세력을 비판하며 ‘로빈후드’의 매수버튼 삭제에 관해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뉴욕 검찰도 ‘로빈후드’ 논란에 대해 수사를 시작했다. 엘론 머스크 또한 공매도 세력을 비판하며 개인투자자 편을 들고 있다. ‘게임스탑’을 둘러싼 대결은 이제 ‘진영 대결’로 양상이 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매도 물량이 29일 갑자기 대폭 줄었다”며 그동안 상황을 지켜보던 다른 헤지펀드들이 ‘수익창출’을 위해 개인투자자 편에 설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고 있다. 이런 양상 때문에 현재 ‘게임스탑’ 사태에서 누가 승리할지 누구도 예측을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