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명 BH, 산업비서관 요청사항 등 기재… 靑과 수시로 연락한수원 이사회 3주 전에… "월성1호기 폐쇄, 가동중단" 靑에 보고
  • ▲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운전이 영구정지된 월성 1호기. ⓒ정상윤 기자
    ▲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운전이 영구정지된 월성 1호기. ⓒ정상윤 기자
    감사원의 월성1호기 관련 감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삭제한 530건의 자료 목록에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삭제된 자료에는 청와대 보고 문건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28일 SBS가 공개한 A씨(53) 등 산업부 공무원 3명의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감사원법 위반·방실침입 혐의 공소장에 따르면 산업부는 '에너지전환 보완대책 추진현황과 향후 추진 일정'등 청와대 보고용 문건을 다수 작성했다. 

    삭제된 파일엔 청와대 보고 문건 다수

    검찰이 복구한 삭제된 파일에는 청와대를 의미하는 'BH'(Blue house)나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요청사항 등이 기재됐다. 

    산업부가 이사회 날짜와 회의 결과를 담은 내용을 사전에 청와대에 보고한 정황도 나왔다. 2018년 5월 23일 작성된 것으로 표기된 한 문서에는 "(2018년) 6월 15일 한수원 이사회가 월성1호기 조기 폐쇄와 즉시 가동중단을 결정할 예정"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하지만 당시는 한수원 이사회가 열리기 3주 전이었다.

    검찰은 월성 1호기 외부 기관의 경제성 평가 결과도 나오기 전 청와대와 산업부가 미리 '원전 폐쇄'를 답으로 정해놓고 한수원을 압박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또 한수원 이사회가 임박한 2018년 6월 당시 대통령 보고 문건이 청와대의 수정 요구로 재작성된 흔적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탈원전 반대 시민단체 동향 담긴 문건도 포함

    게다가 공소장에 따르면 삭제된 파일 중 북한 원전건설 추진 방안과 탈원전 반대 시민단체 동향을 담은 문건도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A씨가 월성 1호기 폐쇄 추진 계획 등의 안건을 들고 2017년 12월 6일과 2018년 3월 15일에 대통령 비서실에 출장을 다녀온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채희봉 전 산업정책비서관 등 윗선 개입 의혹 파악에 집중할 예정이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대전지검 형사5부(이상현 부장검사)는 이와 관련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백운규 전 산업부장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백 전 장관은 월전 관련 자료 삭제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원전 관련 자료를 삭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산업부 공무원 3명의 첫 공판기일인 오는 3월 9일 전까지 피의자 조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野 "국기문란 이적행위" vs 靑 "법적 대응할 것"

    야당은 공개된 공소장 내용을 토대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9일 입장문을 통해 "이적행위, 국기문란 프로젝트가 일부 공무원 차원이 아닌 정권 차원에서 극비리에 추진돼 온 여러 정황이 드러났다"며 "문재인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소위 탈원전 정책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김종인 위원장에 발언해 격분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북풍 공작과도 다를 바 없는 무책임한 발언이며, 묵과할 수 없다"며 "정부는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