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NMC "화상치료 위해 피부과 증원" 주장… 의사들 "그렇다면 피부과 아니라 외과 늘려야"
  • ▲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정시확대추진전국학부모모임 관계자들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씨의 의사 국가고시 합격을 규탄하고 있다. ⓒ뉴시스
    ▲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정시확대추진전국학부모모임 관계자들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씨의 의사 국가고시 합격을 규탄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 조민 씨가 국립중앙의료원(NMC) 인턴 전형에서 탈락했다. NMC는 29일 오후 '2021년 인턴 합격자 공고'를 내고 총 9명의 합격자 명단을 공개했다. 성(姓)만 공개된 이 명단에 조민 씨는 들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산하 의료기관인 NMC 인턴직에 조씨가 지원한 사실이 지난 27일 알려진 후 특혜 논란이 일었다. 복지부가 NMC 피부과 레지던트 정원을 늘린 것이 조씨의 지원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조씨가 평소 피부과에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혹은 더해졌고, 조 전 장관은 "제 딸은 인턴 지원 시 '피부과'를 신청 또는 희망한 적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의사협회 "NMC 피부과 증원 황당… 복지부 해명 이해 안 돼"

    의혹이 커지자 복지부는 28일 보도설명자료에서 이 같은 증원과 관련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외상·화상 및 피부질환 치료 등 공공의료를 수행토록 하기 위해 피부과 정원을 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의사들 사이에서는 "화상에 따른 피부 진료가 문제되면 피부과가 아니라 외과를 증원해야 한다"며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는 28일 '정부는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전공의 증원 논란에 답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의협은 성명에서 "보건복지부의 해명은 신속했지만 여러 모로 이해가 가지 않는 내용 투성이"라며 "국립중앙의료원에 배정된 '정책 별도정원'이 어떤 방식으로 결정되었는지 그 과정을 소상하게 밝히라"고 촉구했다. 

    의협의 설명에 따르면, 권역외상센터는 교통사고나 추락 등으로 다발성 골절이나 대량 출혈로 생사가 경각에 달린 환자를 살리기 위해 만든 곳이다. 의료진도 외상외과·흉부외과·정형외과·신경외과 등 외과계열 위주로 구성된다. 

    복지부는 "국립중앙의료원은 권역외상센터로 선정돼 개소 준비 중으로, 서울권역 외상환자 치료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을 증원 이유로 밝혔는데, 의협은 이 해명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 것이다.

    유태욱 회장, 의협 윤리위에 조민 제소… "면허 정지하라"

    조씨가 NMC 인턴에 지원한 것과는 별개로 29일 현재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는 조씨의 면허 정지 검토 절차에 착수했다. 이날 유태욱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장이 조씨를 상대로 의협 윤리위에 낸 제소에 따른 것이다.

    유 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1월29일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에 의사 조민을 제소하고 윤리위가 조민 관련 사건의 대법원 확정판결 시까지 조민의 의사면허 정지를 결의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유 회장은 "조민은 고려대학교와 부산대의전원을 입학하는 과정에서 각종 불법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으며, 그런데도 조민이 의사가 되었다는 사실에 본인을 포함한 대부분 의사들이 황당해 하고 있으며, 의협이 나서서 이 같은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제소 이유를 밝혔다. 

    의협은 29일 오후 이 제소가 의협 윤리위에 정식으로 접수됐음을 확인했다.

    "의사업무는 협업이 필수… 조민, 정상적 의사생활 어려워"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이날 통화에서 "의사 업무는 대부분 동료 의료진과 협업으로 이루어지고, 환자와 신뢰관계가 기본"이라며 "조민 씨가 의전원 졸업과 의사면허 취득이 무효처리되지 않는다고 해도 동료 의사들의 무시와 냉대, 그리고 환자의 불신 속에서 의사생활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노 전 회장은 그러면서 "불공정을 걸러내는 이 사회의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지켜볼 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