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법안 하원서 발의…경제전문가 “최저시급, 일정 수준 넘어가면 저소득층 고용 감소”
  • ▲ 2017년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최저시급 15달러 인상 촉구' 시위.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7년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최저시급 15달러 인상 촉구' 시위.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민주당이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1만6470원)로 인상하는 법안을 상원에 상정했다고 CNBC 등이 보도했다. 법안이 실제 통과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망했다.

    민주당 “우한코로나로 인한 불경기 극복하려면 소득 올려야”

    방송에 따르면, 해당 법안은 바비 스콧(버지니아·민주) 하원의원이 발의했다. 현재 연방 최저임금 7.25달러(8011원)를 시행 첫해 9.5달러(1만500원)로 올린 뒤 단계적으로 인상, 2025년까지 15달러(1만6470원)로 올린다는 내용을 담았다. 법안이 하원에 상정되자 상원 예산위원장을 맡게 될 것으로 알려진 버니 샌더스 의원(버몬트·무소속)은 해당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연방 최저임금인 시급 7.25달러는 기아에 시달릴 임금”이라며 “미국에서 시급 8달러나 10달러를 받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기간 동안 "연방 최저임금을 2배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임금을 높여 우한코로나로 인한 불경기를 극복하겠다는 설명이 붙었다.

    2019년 7월 연방 최저임금 인상법안을 통과시키려다 좌절된 민주당은 이번에는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다고 방송은 전했다. 샌더스 의원은 “공화당이 (최저임금 인상 법안을) 계속 반대하면 필리버스터(의회 의결을 막기 위한 무제한 토론)를 우회하는 절차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샌더스 의원의 말은 일반 예산안처럼 심사·의결하지 않고 긴급 예산안 절차를 통하겠다는 의미라고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풀이했다.

    ‘최저임금 15달러 인상’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샌더스 상원의원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상·하원 민주당 의원들도 연방 최저임금 인상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衆論)이다. 공화당이 여전히 상원 50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 의회에서조차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는 부정적인 시각을 내보인 바 있다.

    미국 의회예산국 “최저임금 두 배로 올리면 130만명 실직할 것”

    2019년 7월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최저임금을 시급 15달러로 높였을 경우 일어날 사회적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2025년까지 시급을 15달러로 올리면, 당시 기준으로 15달러 미만을 받는 1700만명의 임금이 오르고, 15달러보다 약간 높은 시급을 받는 1000만명의 임금도 함께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저소득층 130만명은 빈곤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고 CBO는 내다봤다.

    CBO는 “그러나 급격한 임금 상승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져 실업률을 높일 가능성도 크다”며 시급이 15달러가 되면 130만명이 실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시에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각종 물품과 서비스 가격도 함께 오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해 12월 자유기업원이 인용한 해외 칼럼도 CBO와 비슷한 지적을 했다. 2019년부터 최저시급 15달러의 ‘생존임금’ 정책을 펼친 뉴욕이나 캘리포니아에서는 1년 만에 일자리가 1.6% 줄었다. 뉴욕요식업연맹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음식점 경영자의 76.5%가 직원들의 근로시간을 줄였고 36%는 고용인원을 축소했다고 답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2018년 4월 <매일경제> 기고문에서 “미국에서는 최저임금이 10~15달러(1만1050~1만6570원)를 넘어가면, 이후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최저시급을 2015년 9.47달러(1만470원)에서 11달러(1만2150원)로, 2016년에는 13달러(1만4360원)로, 2017년에는 15달러로 인상한 시애틀의 사례를 소개했다. “시애틀에서 2016년 최저시급이 13달러로 오르면서 저임금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9.4%, 일자리는 6.8% 감소했고, 시간당 임금만 3.1% 증가했다”며 “근로시간과 시급을 함께 감안한 2016년 저임금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은 오히려 125달러(13만8100원)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고 김상봉 교수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