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단체 "교원 확충·학생 수 감축, 진작부터 요구… 이제와서 기간제 투입 미봉책"
  • ▲ 정부가 유치원·초등학교 저학년·특수학교 학생의 등교수업을 확대하기 위해 기간제 교사 2000명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하자 교원단체와 현장 교사들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사진은 지난달 15일 서울 노원구 화랑초등학교에서 긴급돌봄 어린이들이 원격수업을 듣고 있는 모습. ⓒ뉴시스
    ▲ 정부가 유치원·초등학교 저학년·특수학교 학생의 등교수업을 확대하기 위해 기간제 교사 2000명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하자 교원단체와 현장 교사들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사진은 지난달 15일 서울 노원구 화랑초등학교에서 긴급돌봄 어린이들이 원격수업을 듣고 있는 모습. ⓒ뉴시스
    정부가 등교수업 확대를 명분으로 기간제 교사 2000명을 투입하기로 결정하자 "비정규직만 양산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여러 교원단체들이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및 교사 확충을 꾸준히 요구해 왔는데도 묵묵부답이던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발생 후 1년이 넘어 내놓은 대책이 '비정규직 양산'이란 부작용만 초래하게 됐다는 비판이다.

    교육부는 지난 26일 유치원·초등학교 저학년·특수학교 학생 위주로 등교수업을 우선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초등학교 1~3학년 중 학생 수 30명 이상 과밀학급에는 기간제 교사 약 2000명을 추가 배치해 분반 또는 협력 수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초등학교 1~3학년 과밀학급은 1학년 620개, 2학년 794개, 3학년 882개 등 총 2296개다.

    "기간제 교사만 양산하는 미봉책… 근본 방안 내놔야"

    교육계에서는 이 같은 교육부 방침이 임시방편일 뿐 장기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등교수업을 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과밀학급을 쪼개야 한다. 미리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교사를 확충했어야 하는데 이제 와서 기간제 교사를 대거 투입하는 것은 '땜질 처방'이란 얘기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회장은 26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교육부 방침이) 기존 제시했던 방안에 머무르고 있으며 기간제 교사 한시 배치 등 단기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초등학교 교사 정원을 줄이려다 기간제 교원만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초등학교는 물론 중·고등학교의 등교 확대와 교실 방역, 맞춤형 미래교육을 위해서는 정규 교원 확충과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이 근본대책임을 염두에 두고 교원 수급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도 2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학급당 학생 수 기준을 30명으로 잡아서는 안전한 등교수업이 불가능하다"며 "20명 이상만 되도 학교 내 충분한 거리두기가 어렵기 때문에 학급당 학생 수를 감축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교원 증원과 공간 확보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교 공간 부족'으로 현실적인 한계, 시간도 촉박

    현장 교사들도 이번 교육부 방침이 미흡하다는 반응이다. 수도권 지역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김 모씨는 "이번 교육부 방침은 기간제 교사로 과밀학급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건데 학교 여건상 아이들을 나눌 공간이 부족하니 이를 현장에서 어떻게 풀어나갈지는 결국 각 학교가 자체적으로 방안을 마련하라는 얘기"라며 "3월 개학이 이제 한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지금까지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다 이제 와서 부랴부랴 등교수업을 대비하자니 정신없을 거 같다"고 27일 본지에 토로했다.

    또 다른 초등학교 교사 A씨는 같은 날 통화에서 "이런 방침을 각 학교에 미리 알려주고 준비시켰으면 좋았을 텐데 좀 급하게 결정한 감이 있다"며 "정부는 등교수업 확대 여론을 반영했다는 이익이 생기겠지만 뒷수습은 오로지 현장의 몫"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인력 충원돼서 다행… 분반 수업 할 수 있게 됐다" 반론도

    다만 이번 교육부 대책이 현재 상황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반론도 있다. 엄격한 공무원 정원 제한에 막혀 정규 교원을 추가로 채용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어쩔 수 없는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교사노동조합연맹 한 관계자는 "과밀학급의 밀집도를 낮출 방안을 구체화했고, 현장의 요구를 정책으로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인력 충원으로 분반 수업이나 협력교사제 등의 대책을 실행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현재 각 시‧도교육청이 '정원 외'로 기간제 교사를 마구 채용하는 문제를 막기 위해 교육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이에 대한 인건비를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교육부가 초등학교 1~3학년 과밀학급에 대해 이를 인정하기로 함에 따라 시‧도교육청은 기간제 교사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기간제 교사의 수는 지난해 4월 기준 5만7776명이다. 이번에 교육부가 채용하기로 한 기간제 교사 2000명은 작년 공립 초등교원 신규채용 인원(3916명)이나 올해 채용 예정 인원(3780~3880명)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