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뇌물궁전’과 ‘사생아’ 폭로로 러시아 발칵… 미국·EU “나발니와 시위대 석방” 촉구
  • ▲ 지난 23일(현지시간) 나발니 석방 촉구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체포되는 시민.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3일(현지시간) 나발니 석방 촉구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체포되는 시민.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가 국제적 갈등으로 커지는 모양새다. 

    러시아 대통령궁은 “미국이 불법시위를 부추겼다”고 주장했고, 미국 국무부와 유럽연합(EU)은 나발니와 시위로 체포된 시민들을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했다. 

    러시아 시민들은 나발니 측이 폭로한 ‘푸틴의 뇌물궁전’과 ‘사생아의 호화생활’로 여전히 분노한 상태다.

    23일 러시아 곳곳서 나발니 석방 촉구 시위… 3100여 명 체포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러시아 109개 도시에서 나발니 석방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고 영국의 가디언과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매체들은 “모스크바 중심가에만 4만여 명이 모였다”며 “이날 시위로 모스크바에서만 1100명 이상이 붙잡혀가는 등 최소 3500여 명의 시민이 러시아 곳곳에서 당국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니 또한 경찰에 체포됐다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정부는 나발니 석방 촉구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드리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대통령궁) 대변인은 24일 국영방송에 출연해 “이번 시위는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매우 적었다. 그러나 많은 국민이 푸틴에게 투표했다”고 강조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관한 ‘폭로’를 하는 사람들은 러시아에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싶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러시아 시민들, ‘푸틴 사생아의 사치스러운 생활’ 보고 분노

    러시아 시민들은 단순히 나발니 석방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푸틴의 부정부패에 분노했기 때문에 시위를 벌인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나발니 측은 지난 19일 ‘푸틴의 뇌물궁전’이라는 1시간52분짜리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건물 면적만 1만7691㎡(약 5350평), 부지 면적은 27평방마일(약 70㎢, 여의도 면적의 28배)에 이르는 푸틴의 뇌물궁전은 대형 수영장과 헬기장·극장·아이스링크 등을 갖췄다. 밖에는 자체 부두도 있었다. 

    나발니 측은 “푸틴의 뇌물궁전의 가치는 13억7000만 달러(약 1조5000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지난 21일에는 새로운 폭로가 있었다. 나발니 측은 ‘엘리자베타’라는 17세 소녀의 인스타그램을 공개했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루이자’로 불리는 소녀는 구찌 마스크를 비롯해 입생로랑·보테가베네타·톰포드·미우미우 등 호화 명품으로 꾸민 사진을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등 SNS에 올렸다. 또한 우한코로나로 보통사람들은 집 밖에도 함부로 나가지 못하는 때인데도 샴페인 파티를 즐기고 친구들과 댄스 파티를 벌이는 사진을 올려놓았다. 

    그런데 이 소녀가 푸틴 대통령의 사생아라는 것이 나발니 측 주장이었다.
  • ▲ 나발니 측이 공개한 푸틴 대통령의 사생아 '엘리자베타'의 사진. ⓒ인스타그램 캡쳐-데일리 메일
    ▲ 나발니 측이 공개한 푸틴 대통령의 사생아 '엘리자베타'의 사진. ⓒ인스타그램 캡쳐-데일리 메일
    러시아 매체 프로엑트에 따르면, ‘엘리자베타’는 2003년 스베틀라니 크리보노기크라는 여성과 푸틴 대통령 사이에서 태어났다. 

    크리보노기크는 올해 45세로 러시아 은행 지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키장 등을 보유했다고 한다. 크리보노기크는 20대 후반이던 1990년대 말 푸틴 대통령과 여러 번 여행을 떠나는 모습이 포착돼 잠깐 대중의 눈길을 끌었는데 2000년대 초반 갑자기 1000억원 이상을 보유한 자산가로 등장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크리보노기크의 막대한 재산, 그의 딸이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는 돈은 모두 푸틴의 비자금”이라는 것이 나발니 측의 주장이다. 이런 폭로를 한 나발니가 구금되자 러시아 국민들이 분노했다는 것이 매체의 보도 내용이다.

    미국·EU “나발니와 시민들, 풀어줘라” 러시아 “미국이 불법시위 부추겨”

    미국 국무부는 시위가 일어난 23일 성명을 내고 “러시아 전역에서 시위대와 언론을 겨냥한 가혹한 행동이 있었다. 시민들의 기본적 자유를 제한하는 행동이었다”며 “나발니와 시위대를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러시아는 즉각 반박했다.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4일 성명을 통해 “미국이 러시아 시민들의 불법시위를 부추긴다”며 “그들의 주장은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최근 나발니 측이 제기한 푸틴 대통령의 ‘호화 비밀별장’이나 사생아 주장도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EU까지 러시아를 비판하고 나섰다. 27개 EU 회원국 외무장관이 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나발니 체포 등 러시아의 행동에 대응할 방안을 논의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방송에 따르면, 하이스 마코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러시아 헌법에 따라 모든 시민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자유롭게 집회에 참석할 권리가 있다”며 “러시아에서도 법치주의가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EU 회원국 외무장관들도 러시아를 비판하며 “나발니와 시위대를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은 “러시아의 나발니와 시위대 체포를 우려한다”며 “오늘 회의에서 ‘다음 단계 조치’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방송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