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한 사진, 피해자 손 만져" 인정… "묵인·방조 증거 없고, 피소사실 유출 경위는 파악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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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에 이어 국가인권위원회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성희롱 사실을 인정하자 야권은 26일 "인권위 체면은 살렸다"면서도 '묵인·방조' 혐의 불인정에는 유감을 표명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인권위 직권조사 결과 발표와 관련해 논평을 내고 "뒤늦게나마 진실이 빛을 보게 돼 다행"이라며 "그간 문재인정부와 지지자로부터 말로 다 못할 2차 가해를 당한 피해자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당헌 개정을 통해 서울시장후보 공천을 확정한 더불어민주당을 겨냥 "가해자의 바통을 이어받아 (서울)시장선거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국민과 여성들에게 2차 가해에 동참하라는 강권이나 다름없다"고도 꼬집었다.

    "법원에 이어 두 번째로 박원순 성추행 인정"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수많은 2차 피해에 노출된 피해자를 생각하면 만시지탄"이라면서도 "법원에 이어 국가기관으로는 두 번째로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고 인권위의 견해를 평가했다.

    이 정책위 의장은 민주당을 향해 "무관용 조치와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즉각 조치를 재차 요구한다"며 "피해사실을 유출하고 2차 피해를 가한 남인순 의원에 대한 징계가 첫 단추가 돼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경희 국민의당 수석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도덕성과 말라붙은 성인지감수성으로 자기 편 감싸기에 급급했던 민주당의 횡포는 우리 정치사의 수치스러운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며 "민주당 의원들은 부끄러움을 안다면 석고대죄하기 바란다"고 종용했다.

    홍 수석부대변인은 또 박 전 시장의 피소사실을 유출한 의혹이 있는 남인순 의원을 향해 "조국 전 장관이 쓴 '파리가 앞발을 싹싹 비빌 때 이놈이 사과한다고 착각하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사과가 아니라 사퇴가 정답"이라고 지적했다.

    "방조·묵인·피소사실 유출 의혹은 규명 못해"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시장예비후보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판결에 이어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사실을 인정한 부분이 그나마 인권위의 최소한의 체면을 세워줬다"면서도 "그러나 역시 이번에도 주변 측근들에 의한 묵인·방조 혐의를 규명해내지 못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나 예비후보는 "'자료부족' '조사의 한계'라는 궁색한 이유로 피소사실이 박 전 시장에게 유출된 경위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며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의 제안만 있을 뿐, 구체적으로 박 전 시장 성범죄 피해자에게 가해진 2차 가해의 위험성과 심각성은 애써 외면했다"고 평가했다. 

    나 예비후보는 이어 "인권위 앞에 '문재인정권'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인권은 사라지는 것인가"라고 비꼬았다.

    민주당은 신영대 대변인 명의의 짧은 서면 브리핑과 정춘숙 민주당 전국여성위원장의 성명을 통해 "인권위 직권조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원론적 견해를 전했다.

    앞서 인권위는 전날 저녁 보도자료를 통해 "박원순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인권위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는 내용의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 조사에 착수한 지 6개월 만에 내린 결론이다.
  • ▲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7월28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포함해 서울시청 내 성추행 방조 의혹, 비서 채용 기준의 성차별적 요소 개선 등 내용을 담은 인권위 직권조사 발동 요청서를 제출했다.ⓒ뉴데일리DB
    ▲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7월28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포함해 서울시청 내 성추행 방조 의혹, 비서 채용 기준의 성차별적 요소 개선 등 내용을 담은 인권위 직권조사 발동 요청서를 제출했다.ⓒ뉴데일리DB
    특히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의 '성적 언동'과 관련해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유력한 정치인'과 '하위 공무원' 사이의 '권력관계의 문제'로 발생한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성희롱'에는 위력에 의한 '성추행' '성폭력' '강제추행' '성적 괴롭힘'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인권위는 지난해 7월30일 박 전 시장의 성범죄 의혹을 직권조사하기로 의결하면서 이같이 설명한 바 있다.

    인권위, 피소사실 유출의혹 경위 파악은 실패

    인권위는 이날 결과를 발표하면서 "피해자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등 증거자료 및 박 전 시장의 행위가 발생했을 당시 피해자로부터 들었다거나 메시지를 보았다는 참고인들의 진술,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등에 근거해 보면 박 전 시장이 늦은 밤시간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등을 보냈다는 피해자의 주장이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박 전 시장이)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도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고 본 인권위는 "이와 같은 박 전 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부연했다.

    다만 인권위는 비서실 관계자들의 묵인·방조 혐의와 관련해서는 "객관적 증거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으며, 피소사실 유출의혹 등의 경위를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