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판에 대통령 비판 낙서했다고 문제아 낙인… 野 "학생 표현의 자유 억압"
  •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학교 칠판에 '좌파친북 문재인' 등의 문구를 썼다 '문제아' 취급을 받은 고교생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문재인 정권을 '찬양'하는 글을 썼어도 학생이 상담 조치를 받았겠느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독재국가인 북한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라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좌파친북 문재인' 썼다 '문제아' 취급 받은 고교생

    국회 교육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곽상도 의원은 22일 통화에서 문 대통령 비방 글로 인해 '문제아' 취급을 받게 된 고교생 사태와 관련 "북한 김여정의 하명으로 대북전단금지법을 강행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학생이 폭력적 행위를 한 것도 아닌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심리적 위축을 주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난 20일 '경기도 모 고등학교 근황'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 게시글에는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문구가 적힌 칠판 사진이 함께 게재됐다. 다만, 게시물 제목과 달리 이 학교는 경기도 소재가 아닌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K고등학교인 것으로 파악됐다.

    게시글에 올라온 사진을 살펴보면, 칠판에는 '좌파친북 문재인' '문재인 심판론'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또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발언과 관련해 'Coupang Baby(쿠팡 베이비)' '무료반품' '미국과 군사훈련 시 북한과 협의' 등 문 대통령의 발언을 조롱하는 내용도 적혀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미 군사연합훈련 재개와 관련해 "필요하면 북한과 협의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어느 나라 대통령이냐'는 지탄을 받은 바 있다. 또 문 대통령은 "일정기간 안에는 입양을 취소한다든지, 아이를 바꾼다든지" 등 '입양아 교환' 발언을 해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학교 측은 한 인터넷 신문과 통화에서 "논란이 된 사진을 보니 (우리 학교) 교실이 맞다. 칠판에 글을 쓴 학생이 누구인지는 특정하고 있으며, 현재 해당 학생을 '상담지도'하고 있다"며 "해당 학생은 예전에도 온라인상에 논란이 되는 글을 올린 바 있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에서는 해당 고교생이 '반성문을 썼다'고 보도했지만, 본지가 이를 확인하기 위해 학교 측에 연락을 시도한 결과 "확인이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대통령 비판했다고 상담지도…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

    그러나 진로(대학 및 취업) 또는 학생 개인의 자발적 고민 상담이 아닌 학생의 행위 때문에 '상담지도' 조치를 취한 것은 학교 측이 학생을 '문제아' 취급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학생이 폭력적 언행 등으로 문제를 일으킨 상황이 아닌 데다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한 것만으로 압박을 가한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교원조합 관계자는 통화에서 "학생이 폭력·선정적인 내용도 아닌 개인의 의사를 자유롭게 칠판에 낙서한 것만으로 학생을 문제아 취급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학생의 상담 거부 의사가 용납되지 않고 학교가 아이에게 상담을 '반드시' 받도록 강요했다면 징계나 처벌의 연장선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학생의 표현의 자유를 침범한 '인권침해' 또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전국학생수호연합 최인호 대변인도 통화에서 "'다음부터 칠판에 낙서하지 마라' 하고 넘어갈 일을 학교 측에서 상담 조치까지 하며 일을 키우는 것은 학생 개인에게 엄청난 압박"이라며 "정치교사는 힘 없는 학생에게 자신의 정치사상을 억지로 주입하고 집회에 끌고 다니면서 고작 학생이 개인 생각을 칠판에 낙서한 것 가지고 문제아 취급하는 것은 '내로남불'"이라고 개탄했다.

    곽상도 의원은 "교사의 경우 직위와 권위를 이용해 어린 미성년 학생에게 특정 사상을 주입하는 등 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어 '중립성'을 요구하고 일부 제재하고 있다"며 "하지만 학생들이 친구들과 대등하게 서로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엄연히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이고 이를 제재하는 것은 과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좌파무죄 우파유죄"

    교육위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도 통화에서 "우파 정권에서는 '촛불' 들고 나가게 하고 학생들을 정치화하는 등 온갖 선동을 일삼으면서 학생의 칠판 낙서를 두고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것은 '내로남불'의 극치"라며 "좌파무죄 우파유죄"라고 꼬집었다.

    교육위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그렇게 학생 인권을 부르짖으면서 문재인정권 하에서는 학생 표현의 자유나 인권은 말살하다시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언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고교생의 사례를 거론하며 "독재국가인 북한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라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