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12일 홍지호·안용근 전 대표에 무죄판단… "원료와 폐질환 인과관계 인정할 증거 없어"
  • ▲ 법원. ⓒ뉴데일리 DB
    ▲ 법원. ⓒ뉴데일리 DB
    인체에 해로운 원료로 만들어진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 전 대표와 애경산업 전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12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홍 전 대표와 함께 기소된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및 제조업체의 전직 임직원들 11명도 이날 모두 무죄판단을 받았다. 

    재판부는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 및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살균제 사용과 폐질환 발생 혹은 악화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원료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과 달리 CMIT와 MIT 성분은 폐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PHMG 및 PGH는 명백하게 (인체에) 유해하다는 결론이 나온 반면 CMIT 및 MIT는 이 사건 폐질환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실험 결과와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도 CMIT 및 MIT 성분이 폐질환을 유발한다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면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인정 기준은 근본적으로 PHMG 및 PGH 피해사례로부터 도출된 것인데 물질성분이 상당히 다른 CMIT 및 MIT 살균제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의 사용과 피해자들의 상해 및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됨을 전제로 하는 공소사실 및 나머지 쟁점들 역시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증명이 없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추가 연구결과가 나오면 역사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모르겠지만 재판부로선 현재까지 나온 증거를 바탕으로 형사사법의 근본적 원칙 범위 내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도 했다. 

    홍 전 대표 등은 지난 2002년부터 2011년까지 CMIT 및 MIT 등을 원료로 만든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2016년 SK케미칼과 애경산업 관계자들은 1차 가습기 살균제 수사에서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2018년 11월 검찰의 2차 수사로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등이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의 법정최고형인 각 금고 5년을 구형하고 나머지 직원들에게는 각 금고 3~5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금고는 수형자를 형무소에 구치하지만 징역처럼 강제노동은 시키지 않는 처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