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중등교사 임용고시 7명 합격 번복 후 "단순실수"… 충남교육감, 비슷한 사건에 사과 및 자체 감사
  • ▲ 서울시교육청. ⓒ권창회 기자
    ▲ 서울시교육청. ⓒ권창회 기자
    2021학년도 서울 공립중등교사 임용시험 1차 합격자 7명이 교육당국의 실수로 뒤늦게 합격취소를 통보받아 논란이다. 합격취소 당사자들이 서울시교육청을 단체로 방문해 항의하는 등 반발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향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대처가 주목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9일 오전 10시 홈페이지를 통해 중등교사 임용시험 1차 합격자 명단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중등 체육과목 1차 합격자는 74명이었다. 체육과목 일반전형 모집인원은 45명으로 중등임용 1차 시험의 경우 모집인원의 1.5배수를 선발하고, 합격선에 동점자가 있으면 전원 합격 처리한다.

    하지만 시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같은 날 오후 8시30분쯤 체육과목 합격자 7명에게 전화를 걸어 '합격취소'를 통보했다. 합격자 발표 약 10시간 만에 결과를 번복한 것이다. 

    시험 당일인 지난달 21일 우한코로(코로나19)로 인해 별도시험장에서 시험을 친 자가격리 응시자 6명이 당초 배정된 일반시험장에서 결시 처리돼 과목별 합격자를 정할 때 누락됐다 뒤늦게 점수가 반영됐다는 이유에서였다.

    체육과목의 기존 합격점은 75점이었으나 실수로 결시 처리된 응시자 6명을 포함해 합격자를 재산정한 결과 75.33점으로 변경됐다. 따라서 누락된 응시자 중 합격선 이상의 점수를 받은 2명은 합격했고, 기존 합격선에 있던 동점자 7명은 불합격으로 바뀌었다.

    채점은 정상적으로 이뤄져... '단순실수'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당시 일반시험장에 별도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르는 응시자들의 명단을 제공하면서 '결시 처리하지 말라'고 안내했으나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며 "하지만 결시 처리와 성적 산정은 별도의 과정이라 답안지는 일괄적으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전달돼 채점했다. 그렇기 때문에 별도시험장에서 응시한 105명 전원의 성적 자체는 정상적으로 처리됐다"고 설명했다.

    보건과목 일반전형도 누락된 응시자 중 합격선을 넘긴 1명이 추가 합격하면서 합격인원이 121명에서 122명으로 늘었으나 합격선은 동점자 처리 기준으로 기존 68.33점과 동일해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합격 10시간 만에 다시 탈락 처리된 응시자들은 서울시교육청의 행정착오가 납득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한 수험생은 카페 '한마음 교사 되기'에 글을 올려 "이제 와서 자가격리 응시자가 반영되지 않아 다시 취합해서 합격자를 취소시킨다니, 그렇게 무책임한 발언이 어디 있나"라며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담당자가 본인 일이라면 이 사실을 믿고 받아들이겠나. 비리가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지난 30일에는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된 불합격 피해자들이 단체로 서울시교육청을 방문해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개별 전화 아닌 조희연 교육감 공식 사과 나와야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서울시교육청의 향후 대처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코로나19 별도시험장을 운영하게 되면서 생긴 실수로 불합격 처리에 납득하지 못하는 분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면서도 "그래도 성적 산출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구제책을 마련할 수는 없다는 게 현재 입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또는 서울시교육청 명의의 제대로 된 사과와 후속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실제로 지난 2월 충남도교육청은 공·사립 중등학교 교사 임용시험 최종 합격자를 발표하고 30분 후 2차 시험 일부 교과 성적 처리 과정에서 응시자 4명의 점수(심층면접 3명, 수업실연 1명)가 온라인 채용 시스템에 입력되지 않으면서 다시 정정해 합격했던 3명이 불합격 처리되고, 불합격된 3명은 합격자 명단에 올랐다. 당시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자체 감사까지 벌였다.

    같은 달 제주도교육청도 중등교사 임용고시 과정에서 업무담당자가 온라인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NEIS)에 시험 점수를 잘못 입력하면서 최종 합격자를 번복하는 일이 생겼다. 그러자 제주도교육청은 브리핑을 통해 공식 사과하고 몇 달 뒤 후속조치로 '신규 교사 임용시험 공정성 및 신뢰도 강화대책'을 내놨다.

    이러한 지적에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최종 합격자 번복과 1차 시험 합격자 번복은 그 무게감이 다르다"며 "현재 피해자들에게 개별 전화를 통해 사과 입장을 전달한 상태로 별다른 추가적인 조치는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