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인터뷰서 '대북전단금지법' 합리화… 홍콩 법원, SNS 금지하며 한 말과 같아 '충격'
  • ▲ 강경화 외교부 장관. 지난달 26일 영국 IISS가 주최한 마나마 회의 중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강경화 외교부 장관. 지난달 26일 영국 IISS가 주최한 마나마 회의 중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CNN과 인터뷰에서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대북전단금지법)을 합리화 했다. 지난해 홍콩 법원이 시민들의 SNS 사용을 제한하며 했던 발언과 똑같다.

    강경화, CNN서 “표현의 자유 절대적인 것 아냐”

    16일 CNN의 ‘크리스티안 아만푸어’ 코너에 출연한 강 장관은 “대북전단금지법을 두고 미국 정치권이 문제를 삼는다”는 지적에 “표현의 자유는 매우 중요한 인권이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제한할 수 있다”고 답했다.

    강 장관은 “한국은 시민의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에 따라 법으로 인권의 범위를 규정하고 그 범위를 제한한다”며 “(대북전단 살포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을 줄 때만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강 장관은 “2008년 이후 국회에서는 (대북전단금지법의) 입법을 수십 번 추진했다”며, 그 이유로 2014년 10월 북한군이 대북전단 살포지역을 향해 고사포를 발사한 사건을 언급했다. 

    “당시 한국군이 응사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다”고 전한 강 장관은 “북한 접경지역 주민들은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지역에서는 이런 일이 더 큰 무력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ICCPR 제4조 1항 “공공 비상사태 공식 선포 때만 엄격한 한도 내에서 제한”

    그러나 강 장관이 언급한 ICCPR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범위’는 내용이 다르다. ICCPR 제4조 제1항은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공공 비상사태가 발생했고 이에 대응하는 비상사태가 공식 선포됐을 때 규약 당사국은 사태의 긴급성에 의해 엄격히 요구되는 한도 내에서 규약상의 의무를 위반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 ▲ 지난 7월 7일 홍콩 당국이 보안법에 따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자 시민들은 백지 시위에 나섰다. ⓒYTN 관련보도 영상캡쳐.
    ▲ 지난 7월 7일 홍콩 당국이 보안법에 따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자 시민들은 백지 시위에 나섰다. ⓒYTN 관련보도 영상캡쳐.
    즉, 대북전단 살포가 이어지고 북한이 여기에 대응해 무력도발을 계속한다거나 남북 간 무력충돌이 상존하지 않는 현실이나, 유엔 인권이사회가 임명한 토머스 오헤야 퀸타나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지난 16일 세계인권선언 제19조 ‘표현의 자유’를 지적하며 “대북전단금지법을 시행하기 전에 관련 있는 민주적 기관에서 적절한 절차에 따라 개정안을 재고할 것을 권고한다”고 촉구한 사실을 봐도 “ICCPR에 따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강 장관의 주장은 설득력이 낮아 보인다.

    국제 인권기준보다 홍콩 법원의 친중 판결 빼닮은 발언

    강 장관의 주장은 이보다 중국 공산당과 홍콩 당국이 시민의 권리를 빼앗은 것과 비슷해 보인다. 

    지난해 10월31일 홍콩 법원은 텔레그램 등 SNS에 시위를 조장하는 글을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임시명령을 내렸다. 당시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법원이 홍콩 당국의 요청을 받아들였다”며 “텔레그램 등 SNS 상에 정부의 질서 유지를 방해하거나 인명피해 또는 재산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폭력(시위)를 암시하는 모든 표현을 금지했다”고 전했다.

    이 결정을 내린 러셀 콜먼 대법관은 해당 조치가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표현의 자유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홍콩 당국의 인권탄압을 합리화했다. 

    이후 홍콩 당국은 지난 7월 보안법을 시행하면서 학교 교재와 참고서 가운데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는 부분이 있는 책을 폐기하라고 지시했고, 홍콩 민주화운동가들이 쓴 책은 일반대출도 금지했다. 모두 “표현의 자유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라는 주장에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