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문제에만 치중, 스스로 거리 둬… 중국은 자국 이익에만 관심 가져" 쓴소리
  • ▲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지난 6월 23일 공개한 필리핀해에서 진행된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루스벨트함(CVN-71)과 니미츠함(CVN-68)의 훈련 모습. (사진=미 인도태평양사령부 트위터) ⓒ뉴시스
    ▲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지난 6월 23일 공개한 필리핀해에서 진행된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루스벨트함(CVN-71)과 니미츠함(CVN-68)의 훈련 모습. (사진=미 인도태평양사령부 트위터) ⓒ뉴시스
    '동맹관계 강화'를 강조한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국이 지역안보에 눈을 감고 있어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맷'(Diplomat)은 일본인 학자인 카와시마 신 도쿄대 교수의 기고를 싣고 '인도-태평양전략'에서 소외된 한국의 처지에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이 일본과 신뢰를 회복해 '인도-태평양전략'에 적극참여해야 한다는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디플로맷은 6일(현지시간) '일본과 한국 관계를 시험하다'라는 제목의 글을 홈페이지에 실었다. 

    필자인 카와시마 교수는 "미국에서 새로운 행정부가 출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미국의 동아시아 동맹국들이 한일관계에 관심을 쏟는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 Free and Open Indo-Pacific)이라는 용어를 사용할지는 알 수 없지만, 중국을 염두에 두고 인도-태평양지역의 안보를 강조할 것으로 보여 한국의 태도도 중요한 관심사"라고 평가했다. 

    "한국, 지역안보에 무관심… 통일과 남북대화에만 치중"

    카와시마 교수는 한국이 북한문제에 치우친 나머지 지역안보에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카와시마 교수는 "한국, 특히 문재인정부 외교정책의 주요 의제는 통일과 대북대화"라며 "한국은 스스로 FOIP와 거리를 둘 뿐 아니라 한반도 밖의 지역안보에 어떤 문제든 상대적으로 무관심하다"고 비판했다. 

    카와시마 교수는 일본이 동남아시아 국가를 상대로 FOIP 지지를 적극 호소한 것과 달리 문 대통령은 그와 같은 노력이 전혀 없었다는 비판도 했다. 

    "문 대통령은 동남아시아를 방문했을 때 FOIP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카와시마 교수는 "이는 아베 신조 전 총리와 후임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큰 대조를 이룬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미국의 FOIP 전략에 적극 나서는 반면,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돌려 비판하는 대목이다. 

    일본, 동남아 국가 상대로 "FOIP 참여해달라" 적극 요청

    실제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지난 9월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동남아시아를 택했다. 당시 교도통신은 그 이유를 "미중 간 대립이 계속됨에 따라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안정을 위해 동남아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스가 총리는 지난달 12일에는 일본-아세안 화상정상회의를 열고 FOIP에 참여해달라고 아세안 정상들에게 호소했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은 스가 총리가 "일본은 아세안의 친구로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 더욱 번영하도록 함께 힘을 합해 앞으로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文정부 "'인도-태평양'은 그저 지리적 개념" 

    반면 문재인정부는 FOIP 전략에 동참하는 것을 크게 경계하는 분위기다.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첫 통화할 당시 바이든 당선인은 "한국이 인도-태평양 안보번영의 핵심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발언을 두고 바이든 당선인이 대중국 압박전략을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자 청와대는 해명자료를 내고 "바이든 당선인은 (문 대통령과 통화에서) 전혀 중국과 관련해 발언하지 않았다"며 "(바이든 당선인이 언급한) '인도-태평양'은 지리적 표현이며 인도-태평양전략과는 무관하다"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카와시마 교수는 FOIP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일 간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스가 총리보다 먼저 상대국 정상과 통화를 요청한 사실 등에 비춰 "한국이 일본과 관계를 개선할 방법을 찾고 있을지 모른다"고 짐작하면서도 "그 방법이 한일관계 또는 한·미·일 삼각관계에 얼마나 동기부여가 될지 의문"이라며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

    "한중관계 개선?… 中, 자기 이익 위해서만 행동한다는 것 명심해야"

    카와시마 교수는 이어 "문재인정부가 남북통일과 남북대화를 최우선 과제로 두는 한 미국보다 중국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동맹국들을 떼어놓기 위해 한국과 관계개선을 환영할 수 있다"며 "명심할 것은 중국은 오직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만 행동한다는 사실"이라고 경고했다. 

    카와시마 교수는 FOIP 전략 성공을 위해서는 한국이 일본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동북아지역은 FOIP 전략의 핵심 부분"이라며 "이 전략이 성과를 내기 위해 일본과 한국 양국은 상호 신뢰를 회복해 세계정세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동의 목표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중요한 과제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