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MB 등 국내외 정치인들의 '말하기 스타일' 분석성공한 정치인들이 사용한 효과적 '어휘 구사법' 총정리
  • 연예인 못지 않은 높은 인기를 누리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정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결국 조 바이든에게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서울시장의 치적과 대중적 인기를 등에 업고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초기 광우병 사태가 발생하면서 재임 기간 국정을 이끌어 나가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보수 정치권에서 독보적 위상을 갖고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이른바 국정농단 의혹 사건으로 탄핵을 당하고 옥살이까지 하는 신세가 됐다.

    "박근혜의 '자백'으로 대통령 신뢰 자산 무너져"


    '정치수사학(도서출판 지식과 감성)'의 저자는 이들 모두 실패한 '어휘 구사법' 때문에 지지도가 추락하고 국민적 저항을 초래했다고 분석한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후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고 말하고 부작용이 보고된 말라리아약을 복용하라고 권하는 등 성급하고 무책임한 발언을 수차례 했다. 특히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보여준 트럼프 대통령의 경솔하고 편향적인 발언들은 그의 여론 지지도 하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즉흥 발언' 자체가 문제였다기보다는 그런 발언이 대통령 혼자만의 신념과 결합해 검증없이 나갔다는 게 문제였다.

    이른바 '경제살리기'를 기치로 내걸고 정권을 잡은 이명박 대통령은 과거 대기업을 지휘했듯이 국가를 일사불란하게 지휘하려 했고, 이에 따라 카리스마적 수사법(修辭法)을 사용했다. 그러나 대중은 자신을 향해서 뭔가를 불도저처럼 밀어붙일 것 같은 이 대통령에 대해 방어적 태도를 보였다. '대통령이 국민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느낌을 심어준 이러한 수사법은 결국 국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촉매제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2007년 7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검증청문회를 비롯한 여러 자리에서 정윤회 씨가 보좌관을 그만둔 이후 최순실 씨와 접촉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설명해 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2016년 10월 25일 발표한 1차 대국민 사과담화문에서 최씨와의 관계성을 인정하면서 10년 넘게 이어온 입장을 뒤집었다.

    박 대통령의 담화문은 대통령 본인의 '자백'으로 들렸고, 이 자백은 탄핵의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했다. 대통령의 신뢰 자산은 사실상 여기에서 무너진 것이다. 대통령이 신뢰를 잃을 때 그 충격은 어떤 방식으로든 본인과 국가공동체로 전해지고 병리적 현상이 발생한다.  

    "최고의 정치수사는 '기교 없는 기교'"


    '정치수사학'은 트럼프 대통령과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등 국내외 정치지도자들의 추락이 잘못된 어휘 구사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보여 주면서 이를 '정치수사학(political rhetoric)'의 원리로 통찰력 있게 설명한다.

    나아가, 우리만의 틀에서 나와 우리의 전·현직 대통령들을 직시함으로써 이들이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놓쳤는지 알아낸다. 특정 대통령에 대한 일방적 칭송이나 비난에서 벗어나 정치적 소통에 관한 실질적 교훈을 얻고자 함이 저자의 집필 의도다.

    한국 정치는 '값싸고 부정직한 반수사적인 말'로 중병을 앓고 있다. 정치인의 막말, 식언, 궤변, 위선으로 사회적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 그러나 수사(修辭)는 본래 고귀한 성품에서 우러나는 진실한 말을 지향한다.

    이 책이 이야기하는 21세기 최고의 정치 수사는 '기교 없는 기교(artless art)'다. 지도자의 말 속 꾸밈없는 솔직함과 의로움이 결국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고 디지털화된 문명사회를 지탱한다.

    대통령의 진정한 아우라는 '대통령다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평범함'에서 나오는 것일 수 있다고 강조한 저자는 정치인들이 겉과 속 모두에서 기교가 없는 순수한 평범함을 지향해야 '대중적 흡인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고대 그리스의 책 '레토릭(rhetoric)'부터 2020년 발간된 국내외 논문까지 '정치수사학'과 관련된 230여 편의 문헌을 검토한 저자는 '타이밍', '방어', '잘 소화되는 진술', '시각화', '도덕 레토릭', '동양적 말하기 전통',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 '공중 속으로', '기교 없는 기교' 등 총 11가지 원리와 적용사례를 통해 유권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정치인들의 메시지 표현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 저자 소개

    허만섭: 정치수사학과 관련된 이론과 현장을 드물게 두루 경험했다. 연세대 철학과를 나와 고려대 대학원 언론학과에서 대통령의 레토릭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국내외 메이저 저널에 연관된 논문을 게재해왔다. 성균관대 언론정보 대학원에서 정치수사학 과목을 강의했다. 신동아 기자로 정치현장을 취재하면서 한국기자상을 받았다. 채널A 시사프로그램에 패널로 130회 출연했다. 현재 국민대 교양대학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