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소재 A사, 불량 전투식량 195만 개 납품 논란… 불량 드러났는데도 靑·나주시 비호 의혹
  • ▲ 논란이 된 것과 같은 종류의 전투식량.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논란이 된 것과 같은 종류의 전투식량.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18일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방위사업청을 압수수색했다. 방사청과 전투식량 제조업체 A사 간 유착의혹 때문이었다. 

    이 사건에 방사청과 국방기술품질원뿐 아니라 청와대 행정관과 지자체까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투식량 경쟁업체 입찰정보 담긴 방사청 평가서류"

    경찰이 방사청 전산실을 압수수색한 계기는 A사 마케팅 관계자가 방사청 서류를 소지했기 때문이라고 SBS가 전했다. 이 서류에는 A사 경쟁업체의 2016년 입찰정보와 방사청 평가정보가 고스란히 담겼다고 방송은 전했다. 

    A사는 2017년부터 전투식량 S형(과거 전투식량 Ⅱ형, 끓는 물을 부어 먹는 형식)을 군에 납품했다. 지금까지 납품한 전투식량은 195만 개에 달한다.

    방송에 따르면, 2018년 3월 A사의 전투식량에 문제가 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보관기한이 3년인 전투식량을 만들면서 제조한 지 2년이 넘은 식재료를 사용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지난 2년6개월 동안 관계기관들은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고 SBS는 지적했다.

    당시 국방기술품질원은 민원에 따라 해당 전투식량의 품질을 검사하고는 보름 뒤 “식품위생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판정했다. 

    그러자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같은 민원이 제기됐다. 식약처는 한 달 뒤 “식품위생법 제10조 위반”이라며 “해당 전투식량을 모두 회수 후 폐기하라”고 방사청과 국방기술품질원에 통보했다. 

    방사청과 국방기술품질원은 47일이 지난 8월2일에야 해당 전투식량의 급식을 중단하라고 각 군에 통보했다.

    그런데 같은 해 11월 중순 나주시 측이 “해당 전투식량에는 문제가 없다”며 행정 불처분 결정을 내렸다고 국방기술품질원에 뒤늦게 알렸다. 

    참고로 식약처는 인력부족을 이유로 각종 식품의 위생법 위반 여부 조사권한을 지자체에 위임했다. 나주시는 A사가 위치한 도시여서 전투식량의 위생법 위반을 조사한 것이다. 나주시의 결정이 나오자 방사청과 기품원은 발 빠르게 11월20일 각 군에 해당 전투식량 급식을 허용했다. 

    하지만 식품 품질문제는 결국 해결하지 못했다. 2019년 4월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이 해당 전투식량을 조사한 뒤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광주지방검찰청은 지난해 6월 “A사의 피의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지역신문 “해당 업체 전투식량에서 고무줄·귀뚜라미·플라스틱 나와”
  • ▲ 지난해 7월 전남 나주를 찾아 한전공대 부지를 살펴보는 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은 한전공대 설립 지원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7월 전남 나주를 찾아 한전공대 부지를 살펴보는 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은 한전공대 설립 지원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여곡절 끝에 국방부가 A사 전투식량의 급식을 중단한 것은 지난해 8월이었다. 국방기술품질원은 그보다 보름 늦은 9월3일에서야 A사에 하자 처리를 요구했다. 

    18일 방사청이 내놓은 해명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10월 사이 방사청과 국방기술품질원은 A사에 하자 조치 요구를 세 번 했다. 그러나 A사가 이를 거부해 지난해 11월 A사에게 29억7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방사청은 밝혔다.

    A사 전투식량 문제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10월10일 광주일보 보도에 따르면, 군 전투식량 가운데 이물질이 나온 제품은 모두 A사 것이었다.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방사청과 국방기술품질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2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전투식량에 대한 장병 불만은 16건인데 모두 A사 제품이었다. 

    카레비빔밥에서는 고무줄·플라스틱이, 해물비빔밥에서는 고무밴드, 닭고기비빔밥에서는 귀뚜라미가 나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또한 음식 색깔이 변했다거나 제대로 조리가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제는 이런 불만 16건을 모두 나주시가 조사했다. 그런데 나주시는 이중 5건을 “업체 책임 없음”이라고 결론을 냈고, 나머지 11건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고 광주일보는 전했다. 

    신문은 “특히 전남을 대표하는 군납업체인 A사는 지자체장이 모범업체로 자주 방문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지자체의 조사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전했다.

    A사-청와대 행정관-나주시… 여권 핵심까지 의심의 눈

    SBS는 A사 전투식량 문제와 관련해 지난 5월 한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국방기술품질원 담당자들을 불러 “왜 A사 전투식량 문제를 나주시 결정대로 하지 않느냐”며 압박했다고 전했다.

    국방기술품질원 관계자 B씨는 “나주시의 (문제가 없다는) 결정대로 (전투식량을) 배급했으면 C행정관이 이야기를 할 일도 없었을 것”이라면서 “그래서 C행정관이 우리를 불러 ‘왜 그렇게 처리했느냐. 너희 처음에는 문제 없다고 해놓고 왜 이제 와서 (전투식량) 하자 처리를 (업체에 요구)하느냐’고 따졌다”고 방송에 털어놨다.

    청와대 C행정관은 전남 나주 출신이다. 여권 유력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다 호남의 한 기초지자체에서 팀장으로 일했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뒤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서 행정관으로 일했다. 현재는 청와대에서 특정 산업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았다. 

    그가 보좌관으로 일했던 여권 유력의원은 대권주자로 불리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친밀한 관계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전남도지사 시절 나주시에 한전공대를 설립하는 데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