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 "공익적 차원에서 깐다"며 사진도 공개… 사준모 "공익 차원 아닌 명예훼손" 고발
  • ▲ 박훈 변호사는 30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 박훈 변호사는 30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친구가 김봉현이 접대했다는 검사 중 한 명"이라며 경기 지역 한 지청에 근무하는 나모 부부장검사의 프로필 사진을 올렸다. ⓒ페이스북 캡쳐
    박훈(55·박훈법률사무소) 변호사가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로 알려진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술접대를 받은 인물이라며 현직 검사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다. 

    박 변호사는 해당 검사의 신상을 공개하면서도 김 전 회장으로부터 들었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결국 시민단체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했다.

    박 변호사는 30일 오전 페이스북에 "이 친구가 김봉현이 접대했다는 검사 중 한 명"이라며 경기지역 한 지청에 근무하는 나모 부부장검사의 프로필 사진을 올렸다. 해당 프로필에는 나 검사의 실명을 비롯해 얼굴사진, 사법연수원 기수, 출신지, 출신학교, 취미, 가족구성원 등 약력이 적혔다.

    박훈 "쓰레기가 날 어찌해보겠다면 그건 전쟁"

    앞서 김 전 회장은 지난 16일 옥중성명을 통해 "지난해 7월 전관 출신 A변호사를 통해 현직 검사 3명에게 1000만원 상당의 술접대를 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회식 참석 당시 추후 라임 수사팀에 합류할 검사들이라고 소개받았는데, 실제 1명은 수사팀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나 검사의 정보를 공개한 이유를 "공익적 차원에서 깐다"며 "저 쓰레기가 날 어찌해보겠다면 그건 전쟁이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김봉현은 내 금호고 8년 후배고, 내가 9월21일 설득해 (편지를) 받아내고 모든 것을 내가 뒤집었다"며 "내가 이 사태의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도 이날 오전 박 변호사의 글을 자신의 SNS에 공유하며 나 검사의 신상을 퍼뜨렸다. 조 전 장관은 "박훈 변호사의 실명 공개. 큰 사회적 물의가 일어난 사건의 수사 및 감찰대상자이므로 공개의 공익이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시민단체인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은 "박 변호사가 현직 검사의 신상을 공개한 것이 공익을 위한 목적으로 볼 수 없다"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로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대검찰청에 제출했다.
  • ▲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민원실에서 고(故) 장자연 사건 주요 증언자인 배우 윤지오 씨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하고 있다. ⓒ뉴시스
    ▲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민원실에서 고(故) 장자연 사건 주요 증언자인 배우 윤지오 씨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하고 있다. ⓒ뉴시스
    사준모는 "김 전 회장의 옥중편지에 적힌 내용이 진실인지 여부에 대해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박 변호사는 김 전 회장의 편지 내용이 모두 진실인 것처럼 믿고 피해자 신상을 공개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사준모는 또 "박 변호사가 피해자를 '쓰레기'라고 지칭하고 있어 주관적 감정이 많이 반영됐다"며 "현재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박 변호사가 게시한 글이 비방의 목적과 반대되는 공익을 위한 목적으로 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법조계 "명예훼손 등 법적 책임져야"… 박훈, 논란에 게시물 일부 수정

    법조계에서도 박 변호사가 술접대 의혹을 받는 검사의 정보를 공개하면서 별다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점을 들어 "무책임한 폭로"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통화에서 "박 변호사가 김봉현 전 회장의 일방적 진술만 듣고 너무 무책임한 행동을 했다"며 "실체적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폭로한 이유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현직 검사의 신상을 이렇게 공개한 것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며 "이번 폭로가 거짓일 경우 명예훼손 외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준모의 고발 소식이 전해지자 박 변호사는 자신의 게시물 내용을 일부 수정했다. 기존에 적혀 있던 '쓰레기'라는 단어를 삭제했고, "사진은 법조인 인명대전에 나온 것임. 명함 아닙니다"라는 설명을 추가했다.

    박 변호사는 민주노동당 당원 출신으로 2012년 총선 당시 경남 창원선거구에 무소속 예비후보로 등록한 바 있다. 이후 2016년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 예비후보 등록을 예고했으나 "노회찬 후보를 돕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 변호사는 또 정봉주 전 의원으로부터 성추행당했다는 피해여성의 변호를 맡기도 했으며, 지난해 "고 장자연 리스트를 봤다"고 한 뒤 캐나다로 출국한 윤지오 씨를 검찰에 고발하는 등 그간 언론의 주목을 받는 행보를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