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 "공익적 차원에서 깐다"며 사진도 공개… 사준모 "공익 차원 아닌 명예훼손"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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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55·박훈법률사무소) 변호사가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로 알려진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술접대를 받은 인물이라며 현직 검사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다.박 변호사는 해당 검사의 신상을 공개하면서도 김 전 회장으로부터 들었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결국 시민단체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했다.박 변호사는 30일 오전 페이스북에 "이 친구가 김봉현이 접대했다는 검사 중 한 명"이라며 경기지역 한 지청에 근무하는 나모 부부장검사의 프로필 사진을 올렸다. 해당 프로필에는 나 검사의 실명을 비롯해 얼굴사진, 사법연수원 기수, 출신지, 출신학교, 취미, 가족구성원 등 약력이 적혔다.박훈 "쓰레기가 날 어찌해보겠다면 그건 전쟁"앞서 김 전 회장은 지난 16일 옥중성명을 통해 "지난해 7월 전관 출신 A변호사를 통해 현직 검사 3명에게 1000만원 상당의 술접대를 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회식 참석 당시 추후 라임 수사팀에 합류할 검사들이라고 소개받았는데, 실제 1명은 수사팀에 참여했다"고 밝혔다.박 변호사는 나 검사의 정보를 공개한 이유를 "공익적 차원에서 깐다"며 "저 쓰레기가 날 어찌해보겠다면 그건 전쟁이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박 변호사는 이어 "김봉현은 내 금호고 8년 후배고, 내가 9월21일 설득해 (편지를) 받아내고 모든 것을 내가 뒤집었다"며 "내가 이 사태의 주범"이라고 주장했다.조국 전 법무부장관도 이날 오전 박 변호사의 글을 자신의 SNS에 공유하며 나 검사의 신상을 퍼뜨렸다. 조 전 장관은 "박훈 변호사의 실명 공개. 큰 사회적 물의가 일어난 사건의 수사 및 감찰대상자이므로 공개의 공익이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그러나 이날 시민단체인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은 "박 변호사가 현직 검사의 신상을 공개한 것이 공익을 위한 목적으로 볼 수 없다"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로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대검찰청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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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준모는 "김 전 회장의 옥중편지에 적힌 내용이 진실인지 여부에 대해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박 변호사는 김 전 회장의 편지 내용이 모두 진실인 것처럼 믿고 피해자 신상을 공개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사준모는 또 "박 변호사가 피해자를 '쓰레기'라고 지칭하고 있어 주관적 감정이 많이 반영됐다"며 "현재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박 변호사가 게시한 글이 비방의 목적과 반대되는 공익을 위한 목적으로 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법조계 "명예훼손 등 법적 책임져야"… 박훈, 논란에 게시물 일부 수정법조계에서도 박 변호사가 술접대 의혹을 받는 검사의 정보를 공개하면서 별다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점을 들어 "무책임한 폭로"라는 지적이 나온다.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통화에서 "박 변호사가 김봉현 전 회장의 일방적 진술만 듣고 너무 무책임한 행동을 했다"며 "실체적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폭로한 이유가 궁금하다"고 말했다.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현직 검사의 신상을 이렇게 공개한 것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며 "이번 폭로가 거짓일 경우 명예훼손 외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사준모의 고발 소식이 전해지자 박 변호사는 자신의 게시물 내용을 일부 수정했다. 기존에 적혀 있던 '쓰레기'라는 단어를 삭제했고, "사진은 법조인 인명대전에 나온 것임. 명함 아닙니다"라는 설명을 추가했다.박 변호사는 민주노동당 당원 출신으로 2012년 총선 당시 경남 창원선거구에 무소속 예비후보로 등록한 바 있다. 이후 2016년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 예비후보 등록을 예고했으나 "노회찬 후보를 돕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박 변호사는 또 정봉주 전 의원으로부터 성추행당했다는 피해여성의 변호를 맡기도 했으며, 지난해 "고 장자연 리스트를 봤다"고 한 뒤 캐나다로 출국한 윤지오 씨를 검찰에 고발하는 등 그간 언론의 주목을 받는 행보를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