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정전 상태…서해긴장지역 근무하는 군인, 무단 침입자 어떻게 할지 잘 알 것”
  • ▲ 북한군에 살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씨가 탔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군에 살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씨가 탔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해상에서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살해한 북한이 그 책임을 한국으로 돌리려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9일 “남조선 보수패당의 계속되는 대결 망동은 더 큰 화를 불러오게 될 것”이라는 보도를 통해 공무원 살해사건은 자국민 관리를 못한 한국에 우선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사건으로 북한을 비난하는 국민의힘과 우파진영 때문에 남북관계가 파탄날 수도 있다고 한국 정부를 협박했다.

    조선중앙통신 통해서 “우리는 할 만큼 했다”고 주장한 북한

    “그동안 우리는 서해상에서 발생한 불상사로 남북 간 신뢰와 존중이 허물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고 지도부의 의중을 담아 사건 전말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통보해주고 우리 측 수역에서 유감스러운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미안한 마음도 전했다”면서 “우리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사망자 시신을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려 보내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나 안타깝게도 아직 결실을 보지 못했다”고 통신은 밝혔다. 통신은 “그러나 지금 남쪽에서는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동족 사이에 불신과 대결을 극대화하려는 불경스러운 작태가 날이 갈수록 험악해지고 이제는 도를 넘고 있다”면서 “이 사건에 관해 우리도 남측에 할 말이 있다”면서 변명하기 시작했다.

    “과거 역사나 다른 나라 사례만 봐도 국경에서는 별 것 아닌 일이 치열한 총격전으로 확산된 적이 숱하게 많다. 하물며 지금 남북은 평화상태가 아닌 정전(停戰) 상태이고, 이번 사건이 발생한 곳은 ‘서해열점수역(서해긴장지역)’이다. 이런 곳에 무단침입한 남측 주민이 단속에 불응하는데 근무하는 군인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남측에서도 불 보듯 헤아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무원 사망, 자국민 관리통제 못한 남측에 우선적 책임”

    통신은 이어 “우리 해상에서 사고가 발생한 만큼 남측에서 나오는 각종 험담에도 최대한 인내하며 자제해 왔다”며 “하지만 ‘국민의힘’을 비롯한 남조선 보수 세력들은 ‘만행’이니 ‘인권유린’이니 하며 동족을 헐뜯는데 피눈(혈안)이 돼 날뛰는가 하면 자신들의 더러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분주탕(분탕질)을 피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남조선 전역을 휩쓰는 악성 바이러스(우한코로나)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위험천만한 시기에, 열점수역에서 자기 측 주민을 제대로 관리통제하지 못해 일어난 사건”이라며 “남측에 우선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이 우리의 변함없는 입장”이라고 통신은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군사법원 국정감사에서 서욱 국방장관이 “추정 사실을 단도직입적으로, 단언적인 표현을 해서 국민적 심려를 끼쳤다”고 말한 것을 가리키며 “보수패당이 야단법석 대는 ‘시신훼손’도 남조선 군부에 의해 이미 진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신은 이어 “보수패당의 분별없는 처사는 인간의 생명과 인권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번 사건을 기회로 남조선에 전례없는 반공화국 대결과 용공척결 광풍을 불러일으키려는 진의가 있다는 것을 우리가 모르는 게 아니다”라며 국민의힘과 우파진영을 비난했다. 통신은 “정권 강탈 야욕에 환장해 오직 동족대결과 정쟁으로 날을 보내고 사회적 혼란 조성에만 혈안이 돼 날뛰는 미친 병자들 때문에 남북 관계에 불안과 불화의 구름이 걷히지 못하고 있다”고 거듭 국민의 힘과 우파진영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발적 사건이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갔던 전례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바로 우리의 입장”이라며 “우리는 남조선 보수패당의 분별없는 대결 망동이 더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을 미리 경고한다”고 위협했다.

    국방부·통일부 “남북간 소통 필요하다”며 군 통신선 연결만 촉구

    이 같은 북한의 발표를 두고 국방부와 통일부는 “군 통신선부터 연결하자”는 말만 내놨다. 문홍식 국방부 대변인 직무대리는 30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북한의 사실규명과 해결을 위한 노력이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며 “이를 위해 남북간 소통을 위한 군 통신선의 우선 연결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혜실 통일부 부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똑같은 입장을 밝혔다. “공무원 사망은 남측 책임”이며 “남조선 보수패당 때문에 남북관계가 엉망”이라는 북한의 억지에 대한 비판이나 반박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