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보고서 없는데도 장관급 23명 강행… 조국, 김의겸, 이미선… '인사물의' 수두룩한데
  •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020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020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고위공직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 검증까지 하는 풍토와 관련 "반드시 개선됐으면 좋겠다. 좋은 인재를 모시기가 정말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 강행 등으로 빚어진 '인사참사' 이후 어려움을 토로한 것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전날(28일)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요인들과 환담에서 "우리 정부는 종전대로 하더라도 다음 정부는 벗어나야 한다. 청문회 기피현상이 실제로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국회 환담서 '야당 남편' 유명희 사례 거론

    문 대통령은 전날 시정연설 전 국회에서 5부 요인, 정당 대표·원내대표 등과 비공개 환담을 했다.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환담 중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의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결선 라운드 진출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은 "승패에 상관없이 이번에 대통령께서 연좌제를 깼다"고 말했다고 한다. 유 본부장의 남편은 정태옥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부부는 각각의 인격체 아닌가"라며 "각각 독립적으로 자유로운 활동을 하는 것이다. 인사할 때 남편 또는 부인이 누구인지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2017년 임명된 민유숙 대법관의 남편도 야당인 문병호 전 국민의당 의원이다.

    "청문회, 가급적 본인 검증해야"

    문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도 가급적 본인을 검증하는 과정이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박병석 국회의장은 "국회에서도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고 정책 자질 검증을 공개하는 방향으로 청문회 제도를 고치려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본인이 뜻이 있어도 가족이 반대해 좋은 분을 모시지 못한 경우도 있다"면서 "다음 정부에서는 반드시 길이 열렸으면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장관후보자 등을 대상으로 한 국회 인사청문회의 도덕성 검증 부문을 비공개로 하는 내용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文정부 '청문보고서 미채택' 장관 23명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야당의 반대로 청문보고서 채택이 안 됐는데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급 인사는 23명에 이른다. 

    박근혜 정부(10명)나 이명박 정부(17명) 때보다 훨씬 많다. 임명 건수 대비 국회의 임명동의를 받지 못한 장관 비율이 역대 어느 정권보다 높은 수치다. 정치적 이유가 아니라 도덕성 및 불법 문제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경우도 다수 포함됐다.

    문 대통령의 "부부는 각각의 인격체"라는 발언은 조 전 장관 임명 이후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구속된 상황에 따른 아쉬움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조 전 장관은 딸의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불법투자 의혹이 불거지면서 자신은 구속을 면하고 부인이 구속됐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저희 집 경제문제는 제가 아니라 제 처가 관리해 상세한 것은 모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조 전 장관과 관련 "마음의 빚이 있다"며 제대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심경을 표출한 바 있다.

    김의겸·이미선도 '배우자 탓'

    문재인 정부 인사가 배우자를 탓하며 자신을 향한 화살을 피해간 경우는 많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흑석동 뉴타운 부동산투기 논란과 관련 "아내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이미선 헌법재판관은 지난해 인사청문회에서 부부 합산 35억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해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자 "저는 재판업무에 매진하면서 재산문제를 전적으로 배우자에게 맡겼다. 주식 거래에는 관여하지 않았고 1년에 한 번 재산신고할 때만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남편 구속' 전 靑 행정관, 옵티머스 사기 연루 의혹

    또한 현재 청와대는 최근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사기 사건으로 구속된 윤석호 옵티머스 이사의 아내가 이모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이모 전 행정관은 옵티머스 지분을 차명으로 보유한 채 청와대에서 8개월간 근무하며 옵티머스 업무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우리 정부도, 다음 정부도 마찬가지이고 청문회 기피현상에 대해 공감하는 분도 많을 것"이라며 "후보자 본인보다 주변에 대한 게 많고, 심지어 며느리의 성적증명서를 요구하는 상황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절실한 과제인데도 국회에서 인청법 개정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는 상황이라서 우리 정부에서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음 정부라도 반드시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 정말 절실하다고 판단을 하셔서 말씀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