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석 등 빅히트 이사 3명, 상장 직전 퇴사… 경영진 '책임성' 논란 대두
  • 방시혁 빅히트 대표이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 방시혁 빅히트 대표이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 PEF(경영참여형 사모펀드)에 관여한 빅히트 임원 3명이 빅히트 상장 직전 회사를 관둔 것으로 확인됐다.

    빅히트 주가 폭락을 야기한 사모펀드 결성을 주도하거나 펀드운용사 간부로 일한 이들은, 1명을 제외하고 현재도 펀드운용사 대표와 간부로 재직 중이다. 3년 전 빅히트 감사직을 사임한 뒤 현재 빅히트 자회사 대표를 맡고 있는 전직 임원까지 포함하면 총 4명의 빅히트 임원 출신 인사가 도합 4257억원어치의 '매물 폭탄'을 던진 사모펀드 2개에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상장을 앞둔 회사 임원이 비상장 주식 투자 펀드 설립을 주도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더욱이 회사 경영에 책임이 있는 임원이 관여한 투자목적회사가 거액의 '차익 실현'으로 사실상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는 점에서 도덕적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양준석·김중동·채진호 등 빅히트 임원 출신, PEF 결성·운영 관여


    본지 취재 결과 빅히트 상장 후 나흘간 3644억원어치의 주식(158만주, 전체 주식의 4.5%)을 팔아치워 주가를 폭락시킨 '주범'으로 꼽히는 '메인스톤 유한회사(빅히트 4대 주주)'와 '특별관계사'에 양준석 전 빅히트 등기이사(비상근·경영자문)와 김중동 전 빅히트 CIO(최고투자책임자)가 관여한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해 4월 설립된 사모펀드운용사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에서 각각 대표이사와 등기이사(비상근)로 일하며 빅히트를 겨냥한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펀드 결성을 주도한 두 사람은 빅히트 상장이 임박한 지난 8일(김중동)과 13일(양준석) 빅히트에서 퇴사했다.

    상장 당일인 지난 15일 주가 최고점(35만1000원) 부근에서 한 주당 31만2874원에 빅히트 주식 19만6177주를 팔아 613억원을 현금화한 사모펀드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빅히트 3대 주주)'에는 채진호 전 빅히트 등기이사(비상근·경영자문)가 투자2본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현재 스틱스페셜시츄에이션윈유한회사·스틱스페셜시츄에이션다이아몬드 유한회사 등에서도 이사를 겸하고 있는 채 전 이사는 2018년 11월부터 빅히트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경영자문을 해왔다. 올해 4월 빅히트 등기이사(비상근)로 선임된 채 전 이사는 지난 13일, 양준석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 대표와 함께 빅히트에서 퇴사했다.

    방탄소년단 등 빅히트 소속 가수들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 부가가치를 이끌어내는 사업을 맡고 있는 '빅히트 아이피'의 이승석 대표는 2016년 3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빅히트에서 감사를 역임했던 인물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6월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에 등기이사로 참여했다 3개월 뒤 사임했다.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는 메인스톤(빅히트 4대 주주) 특별관계사인 '이스톤 제1호 사모투자 합자회사'의 최대주주이자, 메인스톤 최대주주 '이스톤 뉴메인 제2호 창업벤처전문 사모투자 합자회사'의 최대주주다.

    양준석 대표, 1000억원대 빅히트 비상장주 투자 유치


    한국투자증권 PE 본부, NH투자증권 PI부, 대우증권 주식인수부 등을 거쳐 자기자본(PI) 투자 전문가로 활동해온 양준석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 대표는 지난해 4월부터 해당 펀드운용사를 운영하며 1000억원대 빅히트 비상장주 투자 유치를 이끌어낸 장본인이다.

    양 대표가 이끄는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는 메인스톤과 이스톤 뉴메인 제2호 창업벤처전문 사모투자 합자회사의 의사결정기구나 대표자 등으로 관여하며 지난 15~20일 빅히트 지분 158만주를 매도해 총 3644억원을 거둬들였다.

    지난해 8월부터 사외이사 자격으로 빅히트에 경영자문을 해온 양 대표는 올해 4월 등기이사(비상근)로 선임됐으나 6개월 만인 지난 13일 사임했다.

    SV인베스트먼트에서 문화콘텐츠 분야 투자를 담당했던 김중동 전 빅히트 CIO는 2011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빅히트의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초창기 빅히트 투자 유치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지난 3월 최고투자책임자인 CIO에 선임된 김 전 CIO는 지난 8월 빅히트 자회사인 빅히트에듀·쏘스뮤직·빅히트쓰리식스티·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의 미등기이사(상근)로도 이름을 올렸으나 지난 8일 퇴사했다.

    김 전 CIO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양 대표가 설립한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에서 등기이사(비상근)를 지내며 프리IPO 펀드 결성에 관여했다.

    빅히트 주가, '따상' 대비 반토막 수준… 이젠 공모가도 위험?


    상장 당일 공모가(13만5000원) 대비 2배 가격인 27만원에 거래를 시작한 빅히트는 한때 35만원대까지 주가가 폭등하며 기대를 모았으나 메인스톤을 비롯한 '기타법인'과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연일 폭락을 거듭하는 중이다.

    26일 빅히트는 코스피 시장에서 전날보다 1만6500원(9.57%) 내린 15만6000원에 마감해 공모가와 2만1000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까지 내려갔다.

    3대 주주인 스틱인베스트먼트와 4대 주주인 메인스톤 등이 상장 직후 158만주를 내다팔아 사실상 주가를 끌어내렸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마지막 보루'인 개인투자자들마저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빅히트 상장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460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반면, ▲기타법인(3073억원) ▲사모펀드(1961억원) ▲외국인(790억원) ▲기관(783억원) 등이 빅히트를 순매도하면서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보호예수 묶인 '기관 물량' 152만주, 내달부터 해제


    앞으로의 전망도 불투명하다. 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진 데다, 다음달부터 청약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의 의무 보호예수도 해제돼 기관 매물이 대량으로 쏟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내달부터 시장에 풀리는 보호예수 물량은 152만7000주에 달한다.

    상장 첫날부터 매도세를 주도한 빅히트 3·4대 주주도 여전히 아킬레스건이다. 이들이 또다시 매물을 토해낼 경우 상대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률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4대 주주인 메인스톤과 특별관계사들이 보유한 빅히트 잔여 물량은 168만주다. 메인스톤은 보호예수에 참여하지 않아 언제든지 주식 처분이 가능한 상태다.

    상장 첫날 빅히트 보유 주식 중 19만6177주를 팔아치운 3대 주주 스틱인베스트먼트는 빅히트 잔여 주식 326만6703주 가운데 70%에 해당하는 242만4016주에 대해선 3개월 의무보유를 확약했다. 보호예수 물량을 뺀 나머지 84만2687주는 당장이라도 처분이 가능하다.

    빅히트 "투자 담당자들, 경영 참여 후 목적 달성해 사임한 것"


    한편 빅히트는 25일 현재까지 공개된 투자자 외에 빅히트 임원들이 개인 자금을 해당 펀드에 넣은 사실이 있는지를 묻는 서울경제의 질문에 "해당 펀드에 확인한 결과 임직원이 직접 혹은 우회적으로 출자한 내용은 전혀 없다"며 "상장 심사 과정에서도 거래소가 LP(투자자) 내역을 파악해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빅히트는 현재 해당 펀드의 관계자가 모두 사임했다며 이번 지분 매각은 회사와 관련이 없다고도 했다. 빅히트 측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양준석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 대표와 김중동 전 빅히트 CIO는 펀드 설립 이후 주주 자격으로 경영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올해 회사의 경영진으로 선임됐다"며 "투자 담당자들이 경영 참여 후 목적을 달성해 사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본지는 ▲회사 임원들이 재직 기간 프리IPO 펀드 설립을 주도하고, 이번 주가 폭락을 야기한 사모펀드운용사에서 간부로 일한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3·4대 주주가 상장 후 곧장 차익 실현에 나서리라는 점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3·4대 주주의 전격적인 지분 매각이 방시혁 빅히트 대표와 사전 협의된 사안은 아닌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빅히트 측에 질문 내용을 전달하고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 빅히트 "경영진이 펀드를 만든 게 아니라 펀드가 회사 경영에 참여한 것"

    본지 보도 후 빅히트는 "뉴데일리 기사는 '빅히트의 임원들이 별도로 사모펀드를 만들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경영진의 '책임성'을 언급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회사의 임원이 펀드를 만든 것이 아니라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의 인사가 법적인 요건에 따라 경영에 참여한 것으로, 순서가 바뀌었다"고 반박했다.

    따라서 "빅히트의 경영진이 펀드를 만든 것이 아니고, 펀드가 법적 절차에 따라 회사 경영에 참여한 것"이라고 강조한 빅히트는 경영에 참여한 분들이 상장 이전에 사임했기 때문에 이들은 '회사 경영에 책임이 있는 임원'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또한 '빅히트를 겨냥한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펀드 결성을 주도한 두 사람이 지난 8일(김중동)과 13일(양준석) 빅히트에서 퇴사했다'는 본문 내용에 대해서도 빅히트는 "당사는 해당 펀드들에게 LP를 모집할 때 'Pre-IPO 펀드'라는 내용을 포함해 마케팅을 했는지를 문의한 결과, 펀드들로부터 이러한 내용이 들어가 있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해당 펀드들이 설립 및 투자가 이뤄진 시점에는 빅히트가 상장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은 시기였으므로 '프리IPO펀드'라는 표현은 이 사안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잘못된 인상을 심어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빅히트는 지난해 6월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에 기타비상무이사로 취임했다 3개월 뒤 사임한 이승석 빅히트 아이피 대표에 대해서도 "이승석 사업대표는 빅히트 입사 전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 이사직을 사임했다"며 "이 대표는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의 지분을 보유하거나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가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한 바 없고,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어떠한 형태의 보수도 받은 바 없음을 직접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빅히트 측과의 일문일답.

    - 회사 임원 2명(양준석·김중동)이 프리IPO 펀드 설립을 주도한 사실과, 이들이 관여한 (의무보유를 확약하지 않은)주요 주주들이 상장 후 차익 실현에 나서리라는 점을 사전에 알고 있었습니까?

    ▲주신 질문에 오해가 있어 바로잡습니다. 회사의 임원이 펀드를 만든 것이 아니라,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의 인사가 법적인 요건에 따라 경영에 참여한 것입니다. 순서가 바뀌어서 바로잡습니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가 차익실현을 할 것이라는 것은 예상 가능하나,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차익실현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사전에 알고 있지도 않았고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보유지분70%에 대해 자발적 보호예수를 걸었고, 메인스톤과 이스톤 2개사는 자발적 보호예수가 없다는 점은 상장준비 단계에서 확인된 사안이지만. 차익실현과 관련된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회사가 관여할 수 없고 펀드가 자발적으로 결정하는 건입니다.

    이전 서울경제 보도로 인해, 당사는 해당 펀드들에게 LP를 모집할 때 'Pre-IPO 펀드'라는 내용을 포함하여 마케팅을 하였는 지에 대해 문의하였으며, 펀드들로부터 이러한 내용이 들어가 있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따라서 프리IPO 펀드라고 규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 이번 주가 폭락을 야기한 사모펀드 운용사에 빅히트 자회사 대표(이승석 : 2019년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에 기타비상무이사로 3개월간 근무)와 또 다른 임원(채진호 전 빅히트 이사 : 스틱인베스트먼트 재직 중)이 관여한 사실을 알고 있었나요?

    ▲채진호 전 사외이사의 경우, 위 답변에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스틱인베스트먼트도 경영참여형 펀드의 인사가 사외이사로 참여한 형태입니다. 또, 앞서 설명 드린 바와 같이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주식 매도는 회사의 통제 권한이 없으며, 해당 회사가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이승석 사업대표의 경우, 빅히트 입사 전에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의 기타비상무이사로 2019년 6월부터 2019년 9월까지 등재된 것을 확인하였고, 빅히트 입사 전에 사임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이승석 사업대표는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의 지분을 보유하거나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가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한 바 없고,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어떠한 형태의 보수도 받은 바 없음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 기업의 주요 주주가 보유한 대규모 물량은 상장 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을 통해 매각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편이 일반적인데, 비상장 주식 투자 펀드 설립을 주도한 내부 임원이 상장 직전 퇴사하고 이들이 관여한 투자목적회사가 대규모 장내매도를 단행한 것은 주주 가치를 높여야할 경영진으로서 무책임한 행보라는 지적에 대해 귀사의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펀드는 거래에 대해 독자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경영진으로서 무책임한 행보라는 지적은 사실과 다릅니다. 경영진이 펀드를 만든 것이 아니고, 펀드가 법적 절차에 따라 회사 경영에 참여하였고, 경영에 참여하신 분들이 상장 이전에 사임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펀드들의 투자자산 매각 등 고유의 운용 행위는 펀드의 의사결정 사안이고, 회사는 권한이 없습니다.  

    펀드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을 거래함에 있어 어떤 방식으로 매도하는지에 대해(예: 블록딜 방식 등), 당사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투자 대상 회사인 당사는 그러한 권한이 없고, 거래 방식의 논의를 요청할 수도 없으며, 펀드 측도 회사와 상의하지 않습니다. 

    - 3·4대 주주의 전격적인 지분 매각이 방시혁 빅히트 대표와 사전 협의된 사안은 아닌지요? 또 방 대표 등 빅히트 임원 중 해당 펀드에 투자한 사람은 없습니까?

    ▲해당 펀드들은 보유 주식 거래 관련하여 방시혁 의장을 포함한 빅히트 임직원 누구와도 사전에 협의한 사실이 없습니다. 실제로 펀드들의 투자자산 매각 등 고유의 운용 행위는 법에 따라 투자대상 회사 및 그 회사의 임직원 등과 상의하여 결정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방시혁 의장을 포함한 빅히트 임직원 누구도 해당 펀드에 투자하지 않은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번 상장과정에서 거래소가 최대주주를 제외한 주요 주주들 중 투자기관(이스톤 및 메인스톤 포함)의 LP 내역을 추가로 제출할 것을 요청하였고, 이 기관들은 주관사를 통해 LP 내역을 제출하였으며 거래소가 검토하였습니다. 만약 빅히트 임직원이 제출된 LP 내역에 들어가 있었다면 거래소 검토 과정에서 확인이 되었을 겁니다. 

    또한, 이전 서울경제 기사 관련 문의로 인해, 당사는 이스톤 및 메인스톤에 재차 문의하였고, 펀드의 LP 중 빅히트 임직원의 직접 또는 우회적인 투자참여는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