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회복 조짐에 '찬물'…'한국해' 표기 옛지도 기증한 학생에 4개월 만에 답변
  •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한 중학생이 청와대로 18세기 세계지도 등을 기증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것이 옳다는 일본 측 주장이 역사왜곡임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밝혔다.

    올해 말 한국이 의장국으로 개최할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담에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참석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문 대통령의 이날 '반일 역사관'이 담긴 공개적 발언으로 스가 총리의 연내 방한이 무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전 글꽃중학교 3학년 조민기 학생은 지난 6월 18세기 영국에서 제작된 세계지도와 조선 선조 시기 한일 간 교류가 담긴 일본의 옛 서적인 '풍공유보도략' 하권 등 두 점의 문화재를 청와대에 기증했다. 특히 조군이 제공한 지도에는 동해가 'Sea of Korea'로 표기됐다.

    조군은 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아버지께서 오래된 지도를 구하셨는데 1700년대에 영국에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며 "일본이 다시는 억지를 부리지 못하게 하는 자료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학생 "일본 억지 못 부리게 해야"…文 "참으로 기특"

    이에  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너무 늦기 전에 감사를 표하고자 선행을 알린다"며 답장 형식의 글을 게시했다.

    문 대통령은 글에서 "역사에 대한 자긍심, 옛것에 대한 열정 없이 살림을 쪼개가며 수집에 몰두하기는 어렵다. 발굴의 기쁨도 안목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어린 학생인데도 참으로 가상하고 기특한 마음이 담겨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스가 총리 취임을 계기로 한일관계가 경색국면에서 회복될 조짐을 보이는 시기에,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반일감정이 담긴 메시지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한일관계 악화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조군의 편지가 문 대통령에게 온 시점은 지난 6월이지만, 문 대통령은 4개월이 지난 이날에야 편지와 답장을 함께 공개했다. 일각에서는 '중학생 편지를 빌미로 한 의도적 메시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스가 "방한 결정 안 돼… 日기업 압류자산 현금화 피해야"

    앞서 스가 일본 총리는 지난 2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중·일 정상회담 참석 여부와 관련 "한일 간에 외교적으로 이뤄지는 사안을 하나하나 말하는 것은 삼가겠다"면서도 "한·중·일 정상회담 일정 등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스가 총리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 "압류된 일본기업의 자산이 현금화되면 한일관계에 매우 심각한 상황이 초래되기 때문에 절대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이 징용 배상 문제에서 '수용 가능한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연내 한국에서 개최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담에 불참하겠다는 견해를 우리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스가 총리는 전향적 태도로 방한 거부와 관련해 일단 말을 아낀 것이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징용 피해자 배상판결과 관련해서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견해에서 변함이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