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 대비한 '조직적' 증거인멸 드러나… 복구 대비해 파일명 바꾸기도
  • ▲ 최재형 감사원장. ⓒ뉴데일리 DB
    ▲ 최재형 감사원장. ⓒ뉴데일리 DB
    산업통상자원부 직원들이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원자력발전소(월성1호기) 조기폐쇄 관련 감사원 감사를 피하기 위해 한밤중에 관련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20일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날 오후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월성1호기 감사보고서를 발표하고 산업부에 이를 통보하며, 감사 대상자의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강하게 비판했다.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산업부 직원들은 2019년 11월 월성1호기 조기폐쇄에 관한 감사원 감사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보고받고 대책을 논의했다.

    산업부 직원 A씨는 부하직원들에게 컴퓨터에 저장된 관련 문서를 포함해 이메일·휴대전화 등 모든 매체에 저장된 월성1호기 조기폐쇄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했다.

    청와대 보고 문건도 감춰

    산업부는 감사원이 BH(청와대) 협의문건 등 월성1호기 관련 최근 3년의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하자 소송 동향 등 일부 자료만 제출했다. 하지만 2018년 4월3일 대통령비서실에 보고한 문서 등 대부분의 문서는 누락했다.

    또 감사원이 2019년 12월 추가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자, 사무실이 비는 시간을 골라 일요일 오후 11시24분부터 2일 오전 1시16분까지 2시간 가까이 월성1호기 관련 자료 총 122개 폴더를 삭제했다.

    처음에는 산업부에 중요하고 민감하다고 판단되는 문서는 우선적으로 삭제하되, 복구하더라도 내용을 알아볼 수 없도록 파일명을 수정한 뒤 삭제했다. 그러다 삭제할 자료가 너무 많다고 판단되자 단순삭제(shift+delete키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아예 파일들이 저장된 폴더 자체를 지웠다.

    폴더 '자체 삭제'까지… '감사 방해' 징계 대상

    감사원은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총 444개의 삭제문서를 확인했고, 이 가운데 324개의 문서 내용을 복구했다. 120개는 내용을 복구하지 못했다.

    감사원법은 감사에 필요하면 증명서·변명서와 함께 그밖의 관계 문서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 제출을 게을리 한 공무원은 그 소속 장관에게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은 공무원과 감사를 방해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자료 삭제로 감사를 방해한 공무원 A씨 등 2명에게 경징계 이상 처분을 내리도록 산업부장관에게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