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특파원단 만나 브리핑… "과다한 해석 안 하는 게 좋다" 즉답 피해
  • ▲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마이크폼페이오미국 국무장관이 15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에서 면담을 시작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마이크폼페이오미국 국무장관이 15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에서 면담을 시작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5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만난 뒤 "종전선언 문제는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제까지 항상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던 문제였고, 그 부분에 대해 한미 간에 다른 생각이 있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방미 중인 서 실장은 이날 오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면담을 마치고 특파원들과 만나 '국회 국정감사 때 종전선언의 범주와 관련해 비핵화를 전제로 한 종전선언이냐 하는 논의가 있었는데 (미국과)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종전선언이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따로 놀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강조한 서 실장은 "문제는 종전선언이 비핵화 과정에서 선후관계가 어떻게 되느냐, 또는 비핵화와의 결합 정도가 어떻게 되느냐 하는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서 실장은 그러면서 "너무 다른 해석, 과다한 해석은 안 하는 게 좋다"며 "종전선언을 놓고 특별히 깊이있게 얘기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 실장의 이 같은 발언은 종전선언-비핵화 선후 문제와 관련, 한미 간 이견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비핵화 협상보다 우선적으로 내세웠지만, 미국은 비핵화 협상이 종전선언의 전제조건임을 분명히 한 기존 견해를 유지했다.

    美 대선 직전 방문하고도 "염두에 둔 것 아냐"

    미국의 11월 3일 대선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종전선언이나 남북대화 모멘텀을 만들려고 방미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서 실장은 "한미관계는 대선과 관계 없이, 정권 여부와 관계 없이 지속돼야 할 문제 아니겠느냐"며 "특별히 대선을 염두에 뒀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 실장은 이번 방미 활동과 관련 "가장 기본적으로는 굳건한 한미동맹이 얼마나 깊이 있게 잘 관리되는지에 대해 서로 공감하고 확인한 성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얼마 전에 북한의 열병식도 있지 않았느냐.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어떻게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갈지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분석과 토론을 했다"며 "양자 현안에 대해서도 폭넓게 아주 생산적인 얘기를 많이 나눴다"고 전했다.

    지난 13일 미국을 방문한 서 실장은 이날 폼페이오 장관을 면담에 앞서 전날에는 카운터파트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났다. 서 실장은 16일 귀국길에 오른다.

    국민의당 "왜 정부는 명확한 가이드라인 천명 못하나"

    야권에서는 이번 서 실장의 방미 성과를 두고 의구심을 표했다. 홍경희 국민의당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서훈 실장의 말대로라면 왜 정부는 비핵화를 선결과제로 하는 종전선언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천명하지 못하는 것인가"라며 "이미 고도화된 핵 무장을 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비핵화가 빠진 종전선언만을 외치는 것은 자가당착적인 인식의 발로임을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이 스스로 핵무장을 포기하고 협상 테이블로 나올 수 있도록 우선 정부의 일관된 원칙을 수립하기 바란다"며 "사공이 많으면 배는 산으로 간다"고 우려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당 회의에서 "대통령께서는 계속해서 북한과의 종전선언에 상당히 집요한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 것 같은데 지금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한 발자국도 진전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는 한 계속해서 대한민국은 북한의 핵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