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 부각할 땐 '박정희' 경제발전 기술할 땐 그냥 '정부'… 2020년도 국정교과서 '좌편향' 논란
  • ▲ 초등학교 6학년 사회교과서에서 5.16 군사정변과 유신헌법을 서술한 내용에는 '박정희' 주어를 명시한 반면, 우리나라 경제발전 과정을 서술할 땐 '박정희' 주어를 삭제하고 '정부'라는 표현으로 대체했다.ⓒ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실
    ▲ 초등학교 6학년 사회교과서에서 5.16 군사정변과 유신헌법을 서술한 내용에는 '박정희' 주어를 명시한 반면, 우리나라 경제발전 과정을 서술할 땐 '박정희' 주어를 삭제하고 '정부'라는 표현으로 대체했다.ⓒ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실
    최근 개정된 2020년도 초등학교 국정 사회교과서와 고등학교 역사교과서가 대한민국은 부정적으로, 북한은 우호적으로 기술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초등학교 6학년 국정 사회교과서에서는 5·16군사정변과 유신헌법을 선포한 정부에는 '박정희'라고 명시한 반면,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서술하는 부분에는 '박정희'라는 단어를 없애고 '정부'라는 표현으로 대체한 것 등이 도마에 올랐다. 

    5.16·유신헌법 선포 내용에는 '박정희' 명시…경제발전 내용에는 '정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7일 "새로 발간된 역사교과서와 사회교과서를 전수조사한 결과 대한민국 역사는 비관적 또는 자학사관으로 접근한 데 반해 북한에 대해서는 우호적으로 기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초등학교 6학년 사회교과서의 '우리나라의 정치발전' 내용 중 5·16군사정변과 유신헌법을 설명한 부분에는 "박정희는 군인들을 동원해 정권을 잡았다" "유신헌법을 선포한 후 박정희 정부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빼앗는 등 독재정치를 더 심하게 했다"고 서술했다.

    그러나 같은 교과서의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내용에서는 박정희 정부의 공을 지우려는 흔적이 발견됐다. 교과서에는 "1962년에 정부는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세우고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해외로 수출해 경제성장을 이루고자 노력했다" "1973년에 정부는 국가경제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려고 중화학공업 육성계획을 발표했다"고 서술해 주어에서 '박정희'라는 단어를 삭제했다.

    나아가 새로 개정된 고등학교 역사교과서에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건 내용을 삭제하고, 북한군에 의한 박왕자 씨 피살을 다룬 교과서는 8종 중 2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도 삭제

    김병욱의원실 조사 결과 이전 교육과정에 따른 지학사·미래엔 역사교과서에서 서술된 '천안함 피격 사건'과 '연평도 포격도발' 관련 내용은 새로 개정된 교과서에서 삭제됐다. 개정된 금성 교과서도 북한의 핵실험과 군사적 도발 내용을 삭제하거나 축소 서술했다. 

    북한인권 문제도 새로 개정된 역사교과서에서는 삭제됐다. 이전 교육과정에 따른 금성·천재·동아출판 역사교과서에서는 국제사회의 비난과 제재를 받는 북한인권 문제를 상세히 다뤘지만, 새로 개정된 역사교과서에서는 모두 삭제됐다.

    북한핵과 관련해서도 개정된 금성출판사는 "핵을 이용한 군사적 안전보장을 통해 군사비를 줄이고 에너지를 확보하려는 의도였다"고 서술했으며, 씨마스출판사에서도 "이명박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을 빌미로 북한과 대립했다"고 기술했다.
  • ▲ 역대 교과서들은 사후 역사 평가를 고려해 현직 대통령 관련 기술을 피했지만 새로 개정된 역사교과서에는 현재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다수 실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실
    ▲ 역대 교과서들은 사후 역사 평가를 고려해 현직 대통령 관련 기술을 피했지만 새로 개정된 역사교과서에는 현재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다수 실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실
    "역사교과서 현 정부의 홍보물로 전락"

    현 문재인 정부를 향한 긍정적 평가가 교과서에서 비중 있게 다뤘다는 점도 논란이다.

    역대 교과서들은 역사적 평가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로 현직 대통령과 관련한 기술을 피했지만, 개정된 역사교과서에는 남북정상회담·평창동계올림픽 개최 등 문 대통령 관련 긍정적 평가를 다수 실었다.

    씨마스 교과서의 경우 '남북화해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노력'이라는 단원에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악수하는 사진을 크게 게재하며 "문재인 정부의 노력으로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서술해 문 대통령의 치적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역사교과서가 우리 대한민국의 역사는 비판적으로 기술하거나 심지어 자학사관의 관점으로 접근한 데 반해 인권유린, 무력도발을 일삼는 북한에 대해서는 우호적으로 기술하고 있다"면서 "이런 교과서로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역사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일부 교과서의 경우 이것이 역사교과서인지 정부의 홍보책자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라며 "역사교과서가 균형된 시각과 가치중립적인 내용을 토대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국민의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