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개천절 300여대 버스로 광화문 광장 철통방어… "광화문이 재인산성 됐다" 각계 비판 쏟아져
  • ▲ 우파단체가 개천절 집회를 예고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이 경찰차벽으로 둘러싸여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기륭 기자
    ▲ 우파단체가 개천절 집회를 예고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이 경찰차벽으로 둘러싸여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기륭 기자
    3일 경찰이 시민들이 참여하는 '개천절 집회'를 막기 위해 서울 광화문 광장을 둘러싼 세종대로와 인도에 300여대의 경찰 버스로 '차벽'을 세운 것을 두고 "'명박산성'은 귀여운 수준이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명박산성'은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08년 대규모 촛불집회를 앞두고 경찰이 컨테이너 박스로 광화문 도로를 차단한 것을 시민들이 '산성 같다'고 비유하면서 유래된 말이다.

    "광장에서 수십 km 떨어진 곳부터 차벽 세워"


    이날 경찰이 세운 기다란 '차벽'을 본 네티즌들은 "광화문 광장만 막았던 '명박산성'과는 달리 '재인산성'은 광장에서 수십 km 떨어진 곳에서부터 물 샐 틈 없이 차벽을 세워 규모 자체가 다르다"며 "비교불가"라는 의견을 달았다.

    특히 다수 네티즌은 "과거 '명박산성'이라고 그렇게 비웃고 조롱하더니, 자기들은 산성이 아니라 아예 만리장성을 쌓았다"며 "내로남불이 따로 없다"는 일침을 가했다.

    '재인산성이 더 크고 길다'는 이야기는 시민단체 관계자의 입에서도 나왔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이날 보수단체 8·15 참가자시민비대위가 광화문역 7번 출구 인근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하는 방역은 '정치방역' '파쇼방역' '거꾸로 방역'"이라며 "부모 관계까지 끊어놓는 '패륜방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금 광화문 광장을 버스로 막았는데 이른바 명박산성보다 이번 차벽이 훨씬 길다"고 강조했다.

    "차문도 열지 말랬는데… 경찰이 차문 열고 검문"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차벽을 세워 집회 참가자 집결을 막은 정부 조치를 문제삼았다. 그는 "재인산성? 이게 정상인가? 독재시대에 모든 집회를 봉쇄하던 시절에나 볼만한 광경"이라며 '민주 정부'를 표방하면서도 시민들의 합법적 시위에 공권력을 투입한 문재인 정부의 봉쇄 조치를 비판했다.

    유 의원은 이어 "현재 광화문은 버스로 바리케이트를 치고 1인 시위를 포함한 모든 시위를 막고 있는데,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시위 자유는 누구에게나 보장된 국민적 권리"라며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다"고 따져물었다.

    같은 당 박대출 의원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광화문에만 가느냐"며 "'재인산성'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다면 전국 방방곡곡을 둘러싸야 하지 않을까"라고 비꼬았다.

    그는 "법원은 코로나 때문에 위험하니 1명만 타고, 차문도 열지 말라는 조건으로 차량집회 허가를 내줬는데, 경찰은 원천봉쇄하면서도 차문을 열고 검문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며 "최루탄 화염병이 난무하던 40년 전 '서울의 봄'과, 민주를 외치는 정권의 반민주 현장은 다른 듯, 같은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권력에 취해 '아무말 잔치'하시는 문재인 정권의 실세 분들,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국민 건강에 더 해로운 '입바이러스' 퍼뜨리지 마시고, 한가위 명절 연휴에는 듣는 국민도 좀 생각해달라"고 쏘아붙였다.

    "경찰, 대명천지 멀쩡한 시민 상대 '불심검문' 자행"


    같은 당 배현진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지난 대선, 광화문 집무실을 공약하며 '소통의 광장으로 만들겠다'고 부산 피웠던 문재인 정부의 광화문에 경찰 버스 차벽으로 가로막힌 '독재의 그림자'가 섬뜩하게 드리웠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대단히 잘못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 원내대변인은 "경찰 버스 차벽으로 꽉 막힌 광화문에서 오가는 시민들을 상대로 '왜 여길 지나느냐' '신분을 밝혀라' '차에 왜 태극기가 있느냐'는 불심검문이 온종일 벌어졌다"며 범죄를 저질렀거나 저지를 것으로 상당히 의심되는 자에게 불시에 행하는 '불심검문'이 대명천지에 벌어진 것을 질타했다.

    그러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논란에는 한없이 관대한 문재인 정부가 10월 3일, 유독 광화문을 지나던 시민들에게는 위협적인 공권력을 들이댔다"고 지적한 그는 "사람이 먼저인, 진정으로 국민을 아끼는 '알맹이'만 남고, 10월의 광화문 광장에 불통의 철벽을 두른 껍데기들은 제발 가라. 정부에 대한 국민의 비판과 질책에 귀를 닫은 껍데기 민주주의는 가라. 가짜 민주주의 세력은 가라"고 비판했다.

    시사평론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문재인 정부의 '광화문 차벽'을 '재인산성'이라 명명하며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광화문 광장을 둘러싼 차벽 사진을 게재한 뒤 "코로나 긴급조치, 재인산성으로 변한 광화문"이라며 "데 키리코의 형이상학적 회화를 보는 듯하다"고 비꼬았다.
  • ▲ 보수단체가 개천절 집회를 예고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일대가 차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기륭 기자
    ▲ 보수단체가 개천절 집회를 예고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일대가 차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기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