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권→ 북한 당국, 해수부 공무원→ 어업지도원… '시신 훼손' '북한 만행' 삭제하고 '남북협력' 강조
  • ▲ 당초 여야가 합의해 추진하던 대북규탄결의안(왼쪽)과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수정 제안한 대북규탄결의안. ⓒ권창회 기자
    ▲ 당초 여야가 합의해 추진하던 대북규탄결의안(왼쪽)과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수정 제안한 대북규탄결의안. ⓒ권창회 기자
    여야가 북한의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사살사건을 두고 공동으로 추진하던 대북규탄결의안이 28일 무산된 가운데, 민주당이 주장한 결의안에 북한의 사과문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듯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은 "민주당이 김정은의 눈치를 본다"며 이 같은 내용에 합의할 마음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본지는 이날 여야 간에 있었던 대북규탄결의안 협상 당시 민주당안을 입수했다. 민주당이 지난 25일 통지문 형식으로 전해진 북한의 사과문을 반영해 국민의힘에 제시한 협상안이다. 

    대북규탄결의안에 남북협력 문구 대폭 포함

    민주당안은 기존 국방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했던 대북규탄결의안과 차이가 있다. 대표적인 변화는 규탄 주체가 '김정은 정권'에서 '북한 당국'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제목도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총격 등 무력도발행위 규탄'에서 '북한군의 우리 어업지도원 총격살해 규탄 결의안'으로 수정됐다. 피해 국민이 공무원이라는 것을 명시하는 상징적 단어가 빠진 셈이다.

    게다가 원안 주문에서 언급됐던 북한의  시신 훼손 부분이 빠졌다. 민주당이 북한이 시신 훼손을 부인하며 "부유물을 태웠다"는 취지로 보낸 사과문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민주당안에서는 국제사회에 북한의 행동을 알리고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한다는 부분도 대폭 축소됐다. 이를 대신해 납북협력이 강조됐다.

    '북한 만행, 동북아시아 평화 중대한 위협' 문구 삭제

    원안 4조에서는 "대한민국 국회는 정부가 국제연합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북한의 반인륜적 만행이 동북아시아 평화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북한이 군사적 도발행위를 중단·포기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병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안은 "대한민국 국회는 남북 당국이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와 사실관계의 명확한 파악을 위해 조속히 공동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이를 위한 남북 통신망을 조속히 재가동할 것을 촉구한다"로 바뀌었다.
  • ▲ 당초 여야가 합의해 추진하던 대북규탄결의안(왼쪽)과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수정 제안한 대북규탄결의안. ⓒ권창회 기자
    ▲ 당초 여야가 합의해 추진하던 대북규탄결의안(왼쪽)과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수정 제안한 대북규탄결의안. ⓒ권창회 기자
    국제사회와 협력 부분은 민주당의 선(先) 남북관계 후(後) 국제사회 기조가 그대로 반영됐다.

    민주당안 6조는 "대한민국 국회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남북당국이 상호간의 합의를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며, 국제사회와도 긴밀히 협력하길 촉구한다"고 밝히며 국제사회에 대한 외교적 노력 문구를 최소화했다. 

    野 "민주당의 북한 눈치 보기… 국회가 북한 대변인이냐"

    국민의힘은 민주당안 자체가 협상을 할 수 없는 결의안이라는 인식이다.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북한의 눈치를 보고 쓴 것이라고 보일 만큼 김정은이라는 최고존엄을 금기어로 해놓은 느낌"이라며 "시신을 불태웠다는 문구도 민주당이 받지 못하겠다고 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결의안이 결의안이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한민국 국회가 북한의 대변인이냐 2중대냐"라며 "(민주당이 결의안을 수정해) 협상이 결렬된 것인데 민주당이 (결의안 채택 무산) 책임이 국민의힘에 있다고 발표하니 어이가 없다"고 한탄했다.

    다음은 여야가 기존에 합의한 국회 국방위 대북규탄결의안 원안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총격 등 무력도발행위 규탄>

    주 문

    대한민국 국회는 9월21일 소연평도 인근 해상 어업지도선에서 어업지도 업무를 수행하다가 북한해역에서 표류하던 우리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공무원에 대하여 북한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등 반인륜적인 만행을 저지른 행위는 대한민국에 대한 중대한 무력도발행위이며 한반도 안정과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협하는 아주 심각하고 중대한 위협임을 확인하고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

    대한민국 국회는 우리나라와 국제사회의 평화 정착 노력 및 9.19 군사분야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이번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총격 등의 도발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현 상황이 우려의 수준을 넘었으며, 이와 같은 도발행위는 북한 정권의 안정은 커녕 오히려 국제사회의 우려와 분노를 촉발시킬 것이며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정권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

    대한민국 국회는 이번 해양수산부 공무원 총격 등 북한의 명백한 범죄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는 한편 국민의 생명을 수호할 책임이 있는 우리 정부에 대해 단호한 대응조치를 마련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1. 대한민국 국회는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등의 북한의 반인륜적인 만행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명백한 무력도발행위임을 확인하고 강력히 규탄한다.

    2. 대한민국 국회는 북한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유발하는 일체의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과 이번 만행에 대하여 사과하고 책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한편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엄중하게 촉구한다. 

    3. 대한민국 국회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책임을 지는 대한민국 정부에 대하여 확고한 군사대비테세를 바탕으로 북한의 추가 무력도발행위에 대하여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4. 대한민국 국회는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연합(UN)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하여 북한의 반인륜적 만행이 동북아시아 평화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북한이 군사적 도발행위를 중단·포기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병행할 것을 요구한다.

    다음은 민주당이 수정 제시한 대북규탄결의안 전문.

    <북한군의 우리 어업지도원 총격 살해 규탄 결의안>

    주 문

    대한민국 국회는 우리 어업지도원에 대하여 북한군이 총격을 가해 살해한 반인륜적인 행위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

    대한민국 국회는 우리나라와 국제사회의 평화정착 노력 및 9.19 군사분야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이 이 같은 도발행위를 자행하여 남북 간의 합의 정신을 명백히 위반하고, 긴장을 조성하고 있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대화와 협력을 통해 진상 규명, 재발 방지, 책임자 처벌 등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대한민국 국회는 이번 어업지도원 총격 사망 사건을 규탄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기 위한 단호히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1. 대한민국 국회는 북한이 서해상에서 비무장 상태로 표류 중이던 어업지도원을 총격 살해한 것은 명백한 도발행위이며, 국제규범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위로 강력히 규탄한다.

    2. 대한민국 국회는 북한당국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유발하는 일체의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3. 대한민국 국회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책임을 지는 정부에 대하여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의 추가 무력도발행위에 대하여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4. 대한민국 국회는 남북 당국이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와 사실관계의 명확한 파악을 위해 조속히 공동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이를 위한 남북 동신망을 조속히 재가동할 것을 촉구한다. 

    5. 대한민국 국회는 북한이 이번 사건 책임자를 강력히 처벌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