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수공천, 시민들이 거부… 경선, 당원 의견 반영해야"… "추석 이후 공식 출마 선언할 것"
  • ▲ 유재중 전 의원은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대한 공식적인 출마 선언을 추석 이후로 생각하고 있다. 사진은 본지와 인터뷰 중인 유 전 의원의 모습. ⓒ정상윤 기자
    ▲ 유재중 전 의원은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대한 공식적인 출마 선언을 추석 이후로 생각하고 있다. 사진은 본지와 인터뷰 중인 유 전 의원의 모습. ⓒ정상윤 기자
    유재중(64)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에게 부산 수영구는 정치적 고향이다. 21대 총선 전까지 부산 수영구에서만 내리 3선을 했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 수영구청장, 수영1선거구 시의원도 지냈다. 지역구에서는 유 전 의원을 모르는 구민이 없지만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이유다. 그는 "의원 시절 너무 지역구에만 신경 썼다"며 "부산시장 출마를 생각하니 언론에서 관심을 가져줄 수 있을 정도로 '쎈' 발언을 못한 게 약점이 됐다"고 아쉬워했다.

    지난 총선에서 '3선 이상 불출마'라는 당내 방침에 따라 공천 심사에서 탈락했던 유 전 의원이 부산시장에 나서려는 이유는 뭘까. 지난 17일 부산 수영구 유 전 의원의 '가유(可YOU)포럼'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 내년 부산시장보궐선거 출마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공식 출마선언은 하지 않았는데, 결심은 섰나? 
    "출마 각오는 다진 상태다. 공식 출마선언만 남았다. 다만, 아직 보궐선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고, 지금 당장은 부산시민들이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어 당장 출마선언을 하기는 꺼려진다. 추석 이후 공식 출마선언을 하는 게 옳지 않을까 싶다. 출마 준비를 조금 더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 준비의 일환으로 '가유(可YOU)포럼'을 준비 중이다."

    - 지난 총선에서 공천 탈락 후 정치일선에서 물러나는 것 아닌가 싶었다. 부산시장 출마 계기가 있나?
    "국회의원비서관·시의원·구청장·국회의원직을 수행하면서 수영구민들과 부산시민들께 많은 은혜를 입었다. 여덟 번 선거에서 당선시켜준 것이 바로 이곳 수영구이고 부산시다. 부산시정을 훌륭한 분께서 잘 이끌어나가고 있다면 내가 나설 자리는 없다. 그러나 지금 부산시정을 보라. 오거돈 전 시장이 성추행 추문을 일으키며 물러나면서 부산시는 갈 길을 잃었다. 그동안 구청장으로서 자치구를 다스린 경험과 여의도에서의 정치경험을 살려 부산시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

    - 오거돈 체제의 부산시를 평가한다면?
    "오거돈 전 시장은 굉장히 경험 많은 인물이다. 그런데 그런 경험을 살려 일해야 하는데 제대로 된 일을 한 게 없지 않나. 부산시장이라는 직위는 스스로 책임지고 부산시정을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하는 자리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의 발전과 시민의 행복이다. 이런 가치를 추구하고 실현하려면 1분 1초도 낭비하지 않고 시정을 돌봐야 한다. 부산시에 필요한 사업이 있다면 중앙에서 예산을 어떻게든 끌어와야 한다. 그게 안 되면 민간투자를 통해서라도 사업을 유치해야 한다. 오 전 시장 체제에서는 이런 것들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내륙과 바다를 잇는 부산은 지정학적으로 세계적 거점도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큰 도시다. 이런 부산을 세계적 도시로 업그레이드시키지 못한 것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 오거돈 체제에서 특히 인사문제와 관련한 지적이 많았다. 결국 불공정성 문제인데….
    "오거돈 체제의 가장 큰 문제가 방금 언급한 인사문제다. 부산시의 책임자라면 공정성과 신상필벌을 통해 부산시 공무원들의 사기를 진작시켰어야 하는데 인사파탄으로 모든 것을 망쳤다. (선거 과정에서) 주변 도움을 많이 받아 거기에 휘말린 것 같다. 도움받은 것을 인사문제로 해결하려 한 것이다. 여기저기에 사람을 꽂으니 기존 공무원들의 사기가 급락했다. 게다가 오 전 시장은 일도 직접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시장부터 나사가 풀려 있으니 제대로 진행되는 일이 있겠나. 지금 부산을 봐라. 오거돈 이후 첫 삽조차 제대로 뜬 게 없다. 대표적인 게 가덕도신공항이다. 신공항사업은 중앙에서 훼방놓고 있다. 그렇다면 중앙을 버리고 민간투자 같은 다른 방식으로 첫 삽을 떴어야 했다. 오 전 시장이 생각을 굉장히 잘못했다."
  • ▲ 유재중 전 의원은 중앙정부가 신공항 문제에 지나치게 관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유재중 전 의원은 중앙정부가 신공항 문제에 지나치게 관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신공항 문제는 정쟁의 도구로 전락한 지 오래다. 논쟁을 끝낼 방법은 뭔가?
    "나는 신공항 문제를 국가와 별개로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앙이 너무 쥐고 흔든다. 우리가 조금 힘들더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가덕신공항을 유치해야 한다. 더 넓은 미래를 보자. 부산이 더욱 발전하려면 이런 공항이 꼭 필요하다. 당장 크게 시작할 필요 없다. 처음에는 작게 시작하면 된다. 단, 점차 확장할 수 있도록 디자인을 잘해야 한다."

    - 내년 부산시장보궐선거는 예선이 곧 본선이라고 한다. 미스터트롯 방식은 물론 단수공천 의견도 나오는데?
    "경선방식은 다른 게 없다. 부산시민이 바라는 후보가 나와야 한다. 당내경선을 투명하게 진행해 모두가 납득하는 후보가 나온다면 불협화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단수공천? 시민들이 크게 반대할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후보를 단수공천하면 부산시장을 임명직으로 뽑는 것이나 다름 없다. 당원들의 의사도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단수공천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이야기다."

    - 김종인 위원장이 '초선 등판론'을 언급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는데.
    "부산시장이라는 자리는 경륜이 있고 식견이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 그런 경륜은 하루아침에 쌓이는 게 아니다. 내가 수영구청장을 처음 한 것이 42세 때다.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크게 혼쭐이 나기도 했다. 구청장과 공무원들의 판단 하나하나로 구의 발전이 결정됐다. 때로는 수영구의 선택이 부산시의 발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런 막중한 자리를 그저 신선하고 인기 좋은 인물에게 맡기겠다? 그래서는 안 된다. 시장은 집행기관의 장이다. 부산이라는 제2의 도시를 이끌어가려면 경륜이 있는 인물이 당선돼야 한다. 무조건 인기와 신선함에만 집착해서 경험 없는 인물이 올라오면 어떡하나."

    - 서병수 의원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안다. 서 의원이 최근 출마 의사를 밝혔는데.
    "서 의원은 원론적 얘기를 한 듯하다. 정치인이라면 정치적 가능성을 다양하게 열어놔야 한다는 말이다. 꼭 부산시장에 출마를 안 한다고 닫아놓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지 않나. 그런 차원의 발언으로 안다."

    - 현역의원 출마에 따른 의견은?
    "지금 4·15총선이 끝난 지 1년도 안 지났다. 현역의원들은 지역구를 위해 할 일이 많고, 국정도 돌봐야 한다. 이 때문에 현역의원이 보궐선거에 출마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 현역의원 출마로 또 다른 보궐선거를 하게 된다면 세금이 중복낭비된다는 지적도 있다. 공감하는 부분이다. 현역의원은 중앙에서 부산을 위해 힘을 실어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 보수진영의 세력 중 하나가 광화문집회세력이다. 이들과 거리를 두는 김종인 위원장의 전략을 어떻게 생각하나?
    "광화문에 나오신 분들도 나라를 걱정해서 나온 것 아니겠나. 이들을 끌어안아야 한다. 어찌됐든 같이 가야 한다. 보수가 다시 분열돼서는 안 된다."
  • ▲ 유재중 전 의원은 본지에
    ▲ 유재중 전 의원은 본지에 "현역의원들은 지역구를 위해 할 일이 많고, 국정도 돌봐야 한다"며 현역 의원들의 출마에 대한 부정적 의사를 보였다. ⓒ정상윤 기자
    - 시의원부터 의원까지 총 여덟 차례 선거에서 모두 이겼다. 비결이 뭔가?
    "중요한 것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지역민들은 제게 '항상 초선의원 같다'고 한다. 현역 시절, 부산에 항상 내려와 있었고 지역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다녔다. 지역민 우선이었다. 이런 것이 공감능력으로 이어진 듯하다. 그러다 보니 솔직히 이 지역에서 출마할 때는 항상 자신이 있었다. 솔직히 지난 선거에서도 당선될 자신이 있었다. 다만 20여 년간 정치인의 아내로, 자녀로 고생한 가족들을 위해 휴식을 갖고 싶었다."

    - 국회의원 3선에 구청장·시의원 등 화려한 경력에 비해 인지도가 낮다.
    "그러게 말이다. 부산시장에 출마할 결단이 설 줄 알았으면 국회의원 하면서 말도 좀 못 되게 하고 언론에 노출되게끔 했어야 하는데(웃음). 나는 국회의원으로서 할 역할은 다했다. 비대위원도 하고 상임위원장도 해봤다. 또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직은 2년을 다 채웠다. 남들 1년 채우고 내려갈 때도 열심히 일했다. 지역만 챙기고 할 일만 해서 인지도가 낮은 것 같다."

    - 경선에서는 결국 인지도가 관건 아니겠나. 인지도를 끌어올릴 전략은 있나?
    "시민들이 앞으로 보선에 관심을 갖게 되면 판도가 달라질 것이다. 지금 당장은 귀에 익은 사람들을 뽑는다. 하지만 시민들도 시장은 경륜 있고, 경험이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것을 안다. 한 지역 언론의 여론조사 순위는 의미가 없다. 그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김세연 전 의원도 불출마하지 않았나."

    - 마지막으로 부산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20대 국회에서 공약 이행률 1등을 달성했다. 허위공약·거짓공약으로 표를 구걸하지 않았다. 내가 이루지 못할 것은 이야기도 안 꺼냈다. 선공후사(先公後私:사사로운 이익보다 공익을 앞세운다는 뜻)의 마음가짐으로 일했다. 다만 부산시에는 마음의 부채가 있다. 국회의원 시절 부산의 발전 방향에 대한 고민보다 시장이 하려는 일에 원활하게 예산만 많이 주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가졌다. 부산시장 출마를 마음먹고 보니 대한민국 제2의 도시로서 위상이 없어진 부산의 현실에 책임감을 느꼈다. 부산은 제대로 된 대기업 하나 없고, 오는 기업이 없어 젊은이들이 다 떠난다. 그런 기반을 못 만든 게 아쉽다. 부산시장은 앞으로 자신의 영달보다 미래세대를 위한 준비를 갖춰나가야 된다. 미래를 내다보는 시장, 일을 저지르는 시장이 돼야 한다. 부산의 자원을 활용해 부산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데 힘쓰겠다."

    대담=최재필 부울경취재본부장, 정리=박찬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