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학 제주4.3사건진실규명도민연대 사무총장 인터뷰…"4·3특별법 개정안, 대한민국 건국·정체성 통째로 부정"
  • ▲ 이승학 제주4.3사건진실규명 도민연대 사무총장이 16일 그의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이승학 제주4.3사건진실규명 도민연대 사무총장이 16일 그의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1948년 9월9일 북한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가 수립된 후 제주읍청사의 국기 게양대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기가 걸리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제주는 남로당 인민위원회가 장악해 지역 곳곳에 인공기가 펄럭이던 상황이었습니다. 그해 10월19일 여수 주둔 제14연대가 반란을 일으키자 닷새 뒤인 24일 남로당 제주도당은 제주도 인민유격대 사령관 이덕구 명의로 대한민국 정부에 선전포고를 합니다. 이 선전포고 사실을 좌파는 부정합니다. 그 선전포고문을 본 사람들도 없고, 잔존하지도 않는다고 말입니다. 그해 8월15일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을 선포했기에 이 선전포고는 곧 반란입니다. 1949년 6월7일 이덕구는 경찰 특공대에게 사살당했는데, 북한은 이덕구에게 국기훈장 3급을 수여했습니다. 또 1949년 3월9일 인민유격대(빨치산)는 군인 출동 소식을 미리 알고 노루오름전투에서 제6여단 유격대대 1개중대를 기습해 전멸시키고는 전사자의 성기를 칼로 잘랐습니다. 군·경에게 겁을 주기 위해 그렇게 참혹하게 처리한 것입니다. 이런 남로당 인민유격대원들에게 국가가 포상하겠다는 게 특별법 개정안입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4·3사건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의 독소조항 관련 의견을 듣기 위해 이승학 제주4·3사건진실규명도민연대 사무총장을 만났다. 

    오영훈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27일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전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발의에 참여한 의원은 136명이다. 이 개정안은 발의 당시부터 대한민국 반역세력에 면죄부를 주고 오히려 그들을 포상하려 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16일 본지와 만난 이 사무총장은 개정안의 절차상·내용상 문제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 사무총장은 "4·3사건은 5·10총선거 실시를 방해하기 위한 남로당 중앙당의 지령을 받은 남로당 좌익세력의 공작이었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수립하려 했던 폭동과 반란이 '통일정부'를 세우려 했다는 식으로 미화됐다. 국가반역자를 세금으로 포상하겠다니 통탄할 노릇"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무총장은 조부모에게 들었던 당시 남로당 제주도위원회 자위대의 만행도 전했다. 다음은 이 사무총장이 본지와 인터뷰하며 지목한 개정안의 문제점과 증언을 하나씩 들어 요약한 것이다. 
  • ▲ 이승학 제주4.3사건진실규명 도민연대 사무총장이 16일 그의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이승학 제주4.3사건진실규명 도민연대 사무총장이 16일 그의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여당이 발의한 법안에서 제주 4·3사건의 정의부터 잘못됐다고 주장하는데…

    "개정안 제2조는 제주 4·3사건이 '1947년 3·1절 기념행사에서 경찰 발포에 의한 민간인 사망사고'를 계기로 일어났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의는 당시 3·1절 시위사건이 남로당 제주도위원회의 불법시위로 인해 6명이 사망한 사건만 부각하려는 의도다. 당시 발포 상황은 이렇다. 미 군정이 금지한 불법시위를 해산하려고 기마경찰이 출동했다. 영주여관 앞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뒤섞이던 중, 기마경찰이 탄 말의 항문을 남로당 청년당원이 플래카드 막대기로 쑤셔버린 것이다.

    이에 말이 날뛰자 근처에서 시위를 구경하던 영주여관 주인 아들이 놀라 하수구로 몸을 피했다. 시위대는 이 장면을 보고 '경찰이 아이를 치고 도망간다'고 선동하기 시작했다. 시위대가 관덕정 앞으로 돌진하자 경찰이 해산하라고 경고하며 위협으로 총을 쐈다. 마침 식산은행 골목길에서 남로당 민애청 청년들이 기마경찰 한 사람을 말에서 끌어내리려 했다. 이때 망루에 있던 경찰이 동료 기마경찰의 위험을 보고 시위대를 향해 총을 쐈다. 6명이 등에 총을 맞았다. 

    하지만 이 사건은 4·3사건이 발생하기 1년 전의 일이다. 4·3사건과 결부시키는 것은 무리다. 4·3사건은 그해 2월 유엔이 남한만의 총선거를 실시하기로 결정하자 위기를 느낀 남로당 좌익세력이 5월10일로 예정된 총선거를 방해하고 제주도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세우기 위해 일으킨 폭동과 반란이다."

    - 개정안은 4·3사건을 '봉기'라고 규정했는데…

    "개정안은 '1948년 4월3일의 봉기에서'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봉기'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 1948년 4월3일부터 8월15일까지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이므로, 그때 남로당 인민유격대의 습격·살인·방화행위 등은 '폭동'으로 불러야 한다. 그리고 8월15일 이후부터는 합법정부에 반대해 일어난 '반란'으로 규정해야 한다. 군사력을 가진 무장조직인 인민유격대가 정부기관과 마을을 습격해 저지른 폭력행위는 어디까지나 '반란'이다. 또 개정안은 4·3사건을 '무력충돌'이라고 규정했다. 남로당의 무장 반란세력과 진압 군·경의 공권력이 마치 동격인 것처럼 표현한 것은 가당찮다.

    - 반란 주모자의 행위를 은폐하고 진상규명을 원천 차단하려 한다는 비판도 있다.

    "개정안은 '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한 사람은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했다. 이것은 위원회의 결정이 '무오류의 선'이라는 것을 전제로, 위원회 조사의 과오를 은폐하고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조사에 참가했으면, 나중에라도 학자나 기자 등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연구자들에게 자유롭게 사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반란세력에 선친이 살해됐거나 집이 약탈당했던 피해당사자는 물론 가해당사자까지도 당연히 진실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어느 누구도 위원회에 역사를 결정하라는 권한을 주지 않았다. 남로당 인민유격대의 만행을 숨기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 언론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 규정이 담겼다는 지적도 있다.

    "개정안은 희생자나 유족을 비방할 목적으로 진상조사 결과를 부인·왜곡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최대 3년 징역 또는 3000만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것은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위헌적 전체주의적 독소조항이다. 위원회의 조사가 헌법보다 우위에 있다는 뜻인가. 종교의 경전도 학문적으로는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 성역을 만들어 결국 좌익의 만행을 올바로 알리려는 노력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 정당한 사법절차를 부정하는 초법적 규정도 있다던데…

    "개정안은 당시 군법회의 판결을 무효로 하고 군법회의 명령을 범죄경력자료에서 삭제한다고 규정했다. 지금처럼 안정된 사법체계를 갖추지 못했던 당시 상황을 지금의 잣대로 문제 삼아 이를 전면 무효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개정안에 대한 행정안전위원회 전문위원 검토보고도 이 같은 문제를 지적헸다. 판결에 불복하고자 한다면, 형사소송법상 재심 절차를 따르면 된다는 것이다. 또 현재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에 수형인명부를 폐기할 수 있는 근거는 있지만 범죄 경력을 없앨 수 있는 법은 없다. 범죄경력자료를 왜 없애려고 할까. 대한민국 건국을 막고 인민공화국을 세우려 했던 좌익의 만행을 역사적으로 세탁하겠다는 뜻이다."

    - 말씀에 따르면 살인·약탈을 저지른 자에게 보상금을 주겠다는 것인데…

    "개정안은 '희생자로 결정된 사람에 대하여 보상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했다. 남로당 인민유격대 활동에 적극 가담해 '김일성 장군 만세'를 외치고, 적기가를 부르고, 살인을 저지르고 남의 집을 불태웠던 사람에게 국가가 보상하겠다는 얘기다. 돈을 준다고 하니 너 나 할 것 없이 '희생자'를 자처하고 나설 것이다. 지금 제주4·3평화공원 위패에는 남로당 인민유격대 사령관은 말할 것도 없고, 인민군 지휘관, 인민군, 남파간첩, 일본 도피자, 월북자 등 대한민국에 항적한 남로당 핵심간부을 비롯해 심지어 4·3사건과 무관한 생존자, 자연사한 사람, 자살한 사람까지 부적격자 상당수가 포함됐다. 남로당 좌파세력의 만행에 희생당한 군·경, 그리고 건국 우익인사와 그 가족들의 명예는 지금도 더렵혀진 상태다. 그런데 국가반역사범에게 돈까지 주겠다니 그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 이 사무총장은 제주에서 중·고등학교 역사교사로 39년 7개월을 지냈다. 그의 조부는 일제강점기 때 노무자로 징용돼 일본 탄광에서 석탄을 캐며 근검절약해 가족을 부양했다. 덕분에 경제적 형편이 남들보다 나았다는 이유로 남로당 인민유격대의 타깃이 됐다. 이 사무총장의 조부모가 좌익세력으로부터 협박받고 생명의 위협을 당했던 일은 그가 어렸을 때부터 귀에 박히도록 들었다고 한다. 이 사무총장은 인터뷰 말미에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제 외종조부(할머니의 남동생)께서 당시 마을 대동청년단이라는 우익단체의 단장이었다. 1948년 4월3일 새벽 4시쯤 남로당 인민유격대원들이 외종조부 집으로 쳐들어왔다. 외종조부가 황소를 판 게 마을에 소문나, 그 돈을 내놓으라고 며칠 전부터 협박하던 상황이었다. 그날도 요구에 응하지 않자 인민유격대원 중 한 명이 외종조부에게 총을 겨눴다. 옆에 있던 외종조부 어머니께서 솜이불을 급히 덮어 씌웠다. 총알은 이불을 뚫지 못했다. 그러자 집에 불을 질렀다. 그런데 인민유격대원 중에 외종조부의 친척도 있었다. 조선인민공화국을 세우겠다는 명분 앞에는 혈연도 소용 없었던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전부개정법률안'과 함께 여수14연대 반란사건 진상규명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이다. 여순반란 사건 진상규명을 통해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고 유족들에게 생활·의료지원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소병철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고, 국회의원 152명이 발의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