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하대했으면" "여당 과방위원은 '갑 오브 갑'"…기업 대관 담당들의 분노
  • ▲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일 '카카오 외압성 문자' 내용이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에 휩싸였다.ⓒ연합뉴스
    ▲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일 '카카오 외압성 문자' 내용이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에 휩싸였다.ⓒ연합뉴스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기업에 손가락 까딱하면서 들어오라는 것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입니다."

    11일 본지가 만난 한 IT 업계 대관업무 담당자 A씨의 말이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최근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카카오 외압' 문자 논란을 두고 "한두 번 해본 말솜씨로 안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업 대관 담당자 "윤영찬 문자, 공포스럽다"

    최근 윤 의원의 문자 논란을 바라보는 대관업무 담당자들은 "공포스럽다"며 한숨 섞인 반응을 내놓는다. 국회에는 각 기업이나 정부·공공기관에서 국회 업무를 대비해 파견한 직원이 상주한다. 대관업무 담당자들은 주로 소속 기관의 이익을 대변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

    A씨는 윤 의원 관련 논란에 "평소 얼마나 기업을 하대했으면 그런 말을 하고도 반쪽짜리 사과로 일관하는지 어처구니가 없다"며 "네이버 대관 출신 윤 의원이 알고리즘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서 카카오를 부르라고 했을 것 같지는 않다. '똑바로 하라'든지 소위 '조인트 까기' 위한 것 아니겠나"라고 개탄했다.

    윤 의원은 보좌관에게 보낸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고 하세(요)"라는 문자로 논란이 확산하자 지난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송구하다"면서도 "여야 대표연설의 포털 노출 과정의 형평성에 의문을 가졌던 것이다. 제가 의문을 갖고 묻고자 했던 것은 뉴스 편집 알고리즘의 객관성과 공정성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 A씨는 "모든 기업이 그렇지만 IT 기업은 특히 정부와 국회의 규제에 기업의 흥망이 좌우될 만큼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기관 동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과방위는 인터넷기업들, 나아가 산업계 전체의 목숨줄을 쥐었기 때문에 여당 과방위원이라고 하면 기업으로서는 '갑 오브(of) 갑'으로 떠받들어야 하는 대상"이라고 말했다.

    A씨는 "물론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권능으로 해명을 요구하면 어쩔 수 없지만, 이번에는 카카오한테 하지도 않은 일로 문제 삼은 경우"라며 "문제는 이런 일로 시도 때도 없이 국회에 불려나가면 기업으로서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야당 콘텐츠를 올리는 것 자체가 위험스러운 일이 돼 책 잡힐 일을 최소화한다면서 당연히 자기검열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권력 이용해 포털 길들이기"

    또 다른 대관업무 담당자 B씨도 본지와 통화에서 "윤 의원이 호출하려던 기업이 시장지배적 영향력을 가진 포털이라 더 큰 문제"라며 "권력을 이용해 기업을 길들이려던 게 아니면 뭔가 싶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B씨는 "자신도 대관업무 경험이 있으면서 정계에 진출하고 나서 '갑질'의 전형을 보인 것은 유감"이라며 "곧 국정감사 기간인데 카카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라고 우려했다.

    역시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C씨는 차제에 업계를 향한 국회의 무리한 전횡을 폭로했다. 국회와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업계로서는 윤 의원만의 문제가 아닌 국회의 고질적 '갑질'이 부담이라는 말이다.

    C씨는 "종종 의원들이 기업에 들어주기 어려운 요구나 기업의 내밀한 영업기밀을 무리하게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민간기업이 국회의원에게 자료를 내줘야 하는 법적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지만 의원들이 요구하면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논란 커지자 기업 대관업무 없앤다는 민주당

    그러나 민주당은 윤 의원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하자 대관업무 자체를 없애야 한다며 화살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10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정부는 물론이고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이 소위 '대관업무'를 하는 게 있다. 말이 안 되는 것인데, 사실상 로비 하는 것"이라며 "이런 대관업무 자체를 없애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을 두고 A씨는 "없어져야 할 것은 기업의 대관업무가 아니라 여당 의원들의 오만한 태도"라며 "대관업무를 없애야 한다는 둥 본질을 흐린 궤변과 맹목적인 비호"라고 비판했다.

    C씨도 "국회나 정부기관에서 기업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소통하는 과정은 지금보다 더 활발해져야 한다"면서 "기업도 국민이고 국가경제를 이끌어가는 중요 파트너인데, 국회가 현실의 충분한 이해 없이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C씨는 "대관활동을 못하게 하겠다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11일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윤 의원의 사임을 요청했다. 박성중 국민의힘 과방위 간사는 윤 의원과 관련 "국회법 제48조에 따라 윤 의원이 상임위원으로 활동하는 것이 공정을 기할 수 없는 뚜렷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조속한 사임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