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절 휘말리지 말라, 참모들에게 강조… "외부 개입 원천적으로 불가능" 변호인 말 뒤집어
  • ▲ 추미애 법무장관. 그의 아들 부대 배치와 관련해 청탁이 있었다는 폭로가 11일 나왔다. ⓒ뉴데일리 DB.
    ▲ 추미애 법무장관. 그의 아들 부대 배치와 관련해 청탁이 있었다는 폭로가 11일 나왔다. ⓒ뉴데일리 DB.
    이철원 예비역 육군 대령이 11일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아들 서모 씨가 카투사(KATUSA)에 복무할 당시 여러 차례 청탁했었다고 폭로했다. 이 전 대령은 서씨가 군에 복무를 했던 2016~18년 미8군 한국군지원단장이었다.

    “서씨 입대 직후 참모로부터 청탁 있었다는 보고 받았다”

    이 전 대령은 이날 서씨의 청탁 문제와 관련한 성명을 냈다. 이 전 대령은 “서씨가 주한미군 신병교육대에서 교육받을 당시였다”며 “지원단 참모 가운데 한 명이 모처에서 서씨의 용산 배치 가능 여부를 물었고, 안 된다고 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다른 참모들이 있는 자리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일절 청탁에 휘말리지 말라’고 강조했다”며 이후 신병교육대 수료식에 참석한 부모들에게도 청탁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당부를 했다는 것이 이 전 대령의 설명이었다. 

    이 전 대령은 “수료식에 참석한 부모 400명 가운데 서씨 가족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관련 보고를 의식해 부대장 인사말에서 그런 당부를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창동계올림픽 통역병 선발 때도 여러 차례 부대로 청탁 들어와

    이 전 대령은 또한 평창동계올림픽 통역병 선발 때도 서씨와 관련해 여러 차례 청탁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전 대령에 따르면, 국방부에서 통역병 선발 공문이 하달되자 참모들로부터 서씨와 관련해 여러 차례 청탁전화가 왔고, 미 육군 2사단 한국군지역대에도 청탁전화가 왔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 전 대령은 “부하들에게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킨 뒤 직접 미 육군 2사단지역대로 가서 서씨를 포함한 통역병 지원자 앞에서 제비뽑기를 했다”고 밝혔다.
  • ▲ 서 씨 변호인 측이 공개한 미군 신병교육대 수료식. 이철원 전 지원단장은
    ▲ 서 씨 변호인 측이 공개한 미군 신병교육대 수료식. 이철원 전 지원단장은 "수료식 인사말에서 청탁하지 말라는 당부를 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전 대령이 밝힌 내용은 “부대 및 보직 배치에 관한 사항은 어떤 외부의 개입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라는 서씨 변호인 측의 주장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서씨 변호인 측은 청탁문제를 보도한 SBS와 이 전 대령을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예비역 카투사의 양심선언 보면서 침묵하기에는 마음이 불편했다”

    이 전 대령은 “예비역 카투사의 양심선언을 보면서 당시 지휘관으로서 침묵하기에는 마음이 불편했지만 현역에 남아 있는 부하들에게 불이익이 갈까봐 지켜만 보고 있었다”면서 “신원식 의원 보좌관에 의해 지원장교와 지역대장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되고, 신 의원 보좌관과 저의 통화 내용 가운데 일부만 보도돼 오해의 소지가 있어 이렇게 입장을 밝힌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령은 “전우들이 이런 일을 겪게 돼 마음이 아프다”며 “이번 사건이 더 이상 정파싸움이 되지 말고, 군에 대한 청탁문화가 바뀌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육사 42기로 동티모르평화유지부대 작전과장, 이라크 자이툰부대 대대장, 필리핀 파병 아라우부대장을 지낸 이 전 대령은 한미연합작전 전문가로 유명하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의 제자이기도 하다.

    다음은 이철원 대령의 성명 전문이다.
  • ▲ 필리핀 재해복구지원을 맡은 아라우 부대를 이끌 당시 이철원 대령(오른쪽). 필리핀 국방참모총장에게 훈장을 받았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필리핀 재해복구지원을 맡은 아라우 부대를 이끌 당시 이철원 대령(오른쪽). 필리핀 국방참모총장에게 훈장을 받았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 한국군 지원단장 이철원 대령입니다.

    최근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서군과 관련하여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한 여러 의문점에 대하여 글을 올립니다. 군 생활을 34년하고 작년 11월에 대령으로 전역했지만 대령이란 계급도 과분한 사람이고 어떻게 군 생활을 감당했는지 그저 감사할 따름이고 저와 인연을 맺었던 전우분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지금은 부끄럽지 않은 예비역으로 욕심 없는 평범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도 많은 군 간부들은 저보다 더 강직하고 소신 있게 행동하고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부대를 지휘하고 있습니다.

    1. 서 언

    추 장관 아들의 병가 관련 예비역 카투사의 양심선언을 보면서 당시 최종 지휘관으로서 침묵하기에는 마음이 불편했지만, 현역인 부하들에게 불이익이 생길까봐 지켜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신원식 의원 보좌관에 의한 지원장교와 지역대장의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되었고 저도 신 의원 보좌관과 통화를 했는데, 일부 내용만 보도되어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입장을 밝힙니다.

    2. 서군의 부대 분류에 대한 건

    서군이 미 신병교육대에서 교육 중 참모 한 명이 모처에서 서군의 용산 배치 여부를 물었는데, 안 된다고 하면서 카투사 부대 분류에 대하여 설명하였다는 보고를 하였습니다. 이에 저는 다른 참모들이 있는 자리에서 일체 청탁에 휘말리지 말라고 강조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겠다는 우려의 말을 했습니다.

    3. 서군 가족분들에 관한 건

    미 신병교육 수료식에 400여 명의 가족분 중에 서군 가족분들도 오셨다는 얘기를 듣고 청탁 관련 참모 보고를 의식하여 부대장 인사말 및 부대소개 시간에 청탁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강조하며 당부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일부 매체에서 보도된 것처럼 서군 가족분들에게만 한 것이 아니었고, 서군의 가족분들을 별도로 접촉하지 않았습니다.

    4. 동계올림픽 통역병에 대한 청탁 건

    국방부로부터 통역병을 선발한다는 공문이 하달되자 참모들로부터 서군과 관련하여 여러 번 청탁전화가 오고, 2사단 지역대에도 청탁전화가 온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이에 부하들에게 나중에 큰 문제가 된다는 것을 인지시키고 지역대별 추첨으로 통역병을 선발하도록 지시를 하였습니다. 이후 제가 2사단 지역대에 가서 서군을 포함한 지원자들을 모아놓고 제비뽑기로 선발하였습니다.

    5. 신원식 의원 관련 건

    일부 언론에서 저와 신원식 의원과의 관계에 대하여 특수관계라고 잘못 언급하고 있어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힙니다. 신 의원과 저는 3사단장과 참모장으로 2011년 1월 말부터 4월 말까지 약 3개월을 같이 근무했습니다. 34년의 군생활 중 같이 근무한 수 백 명 중 한 분입니다. 그 이후로 연락이 없이 지냈고, 이번 일로 인해서 거의 9년 만에 통화를 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제가 과거 지휘를 했던 한국군지원단에서 일어난 일로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또한 제 전우들이 이런 일을 겪게 되어 마음이 아픕니다. 이번 사건이 더 이상 정파싸움이 되지 말고 군의 청탁문화가 바뀌는 계기기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군 관련 인원은 보호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빨리 이 사건이 정의롭고 공정하게 해결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