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명 'People's Power'는 사회주의 정당"… "안철수 연상" "정청래 단체와 이름 같다" 비판
  • ▲ 김종인(사진)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이종현 기자
    ▲ 김종인(사진)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이종현 기자
    미래통합당이 새 당명 최종후보를 '국민의 힘'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새 당명 후보가 공개되자마자 당 내부에서 정체성 논란이 불거졌다. 

    '국민의 힘'의 영문 이름인 'People's Power'(예정)가 과거 사회주의 진영에서 사용한 단어인 데다, 같은 이름의 정당·시민단체가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중도층으로 외연 확장을 노린 김종인호(號)가 결정한 당명이 오히려 무리수로 작용해 '집토끼'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미래통합당 새 당명에 '국민의 힘' 낙점

    미래통합당은 31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새 당명 최종후보안으로 '국민의 힘'을 선정했다. 곧바로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다수의 의원이 새 당명안에 찬성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은 9월1일 상임전국위원회, 9월2일 전국위원회를 거쳐 새 당명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새 당명은 비대위원들이 적극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사석에서 '국민들의 정치혐오가 있으니 당이라는 단어를 빼는 게 낫겠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밝혀졌다. 새 당명에 최종적으로 '국민의 힘당'이 아닌 '국민의 힘'이 낙점된 배경이다. 

    '국민'이라는 단어는 전 국민 당명 공모가 반영된 결과다. 통합당은 지난 13~21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당명을 공모했다. 그 결과, 전체 제안 건수(만6941건) 중 '국민'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제안(20%)됐다. 이를 탈이념적 정당으로 확장하라는 국민 염원이라고 통합당은 해석했다. 

    '안철수 당' '정청래 시민단체' 등 정체성 논란 

    그러나 당명이 공개되자마자 정체성 논란이 일었다. '국민의 힘' 영문명으로 'People's Power'를 예정에 두었다는 통합당 브리핑이 나오자 "영문명이 과거 사회주의 진영에서 쓰던 것과 같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치적으로 'people'이라는 단어는 '국민' 대신 '인민'이라는 뜻으로 통상 사용된다. 

    '국민의 힘'이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을 연상시킨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향후 합당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되지는 않았지만 같은 이름의 정당이 있는 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03년 4월17일 만든 정치단체와 이름이 같은 점 △보수정당에서 주로 사용한 '자유' '한국' 등의 단어가 빠져 보수 색채가 없어졌다는 지적 등도 제기된다. 

    통합당 한 의원은 "(과거 사회주의 진영에서 사용한) 그 영문명은 전국위 등 과정에서 고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극소수 의원들이 '정청래 의원이 만든 단체랑 무엇이 다른가'라고 지적했지만, 대부분은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면서도 "영문명은 조금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김태흠 "새 당명, 미래통합당보다 후퇴"

    중진의 김태흠 통합당 의원은 이날 오후 성명을 통해 "'국민의 힘'은 포괄적이고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며 "추구하는 가치 측면에서 오히려 현재 '미래통합당'보다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국회 밖 인사들도 새 당명에 부정적 반응과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다. 총선백서특위에 참여한 통합당 소속 여명 서울시의원은 "우리 당은 스스로 우리가 추구하는 공화나 자유라는 가치 자체에 자신이 없어 보인다"며 "스스로 보수정당으로서 정통성에 자신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처음에는 어색해도 부르다 보면 나아질 수 있다"며 "과거 '한나라당'에서의 '나라', '자유한국당'에서의 '한국' 등 나라가 들어갔던 당명에서 국가주의적 인상이 빠졌다는 느낌을 준 부분은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영문명과 관련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통합당 "포용 위해 국민이라는 단어 사용"

    통합당은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국민의 힘'으로 당명 변경을 신청한 상황이다. 

    일각의 우려에 통합당 한 관계자는 "당명이 확정될 때까지 7부 능선을 넘겼다고 평가한다"며 "다양한 이들을 포용하기 위해 국민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의원들도 '국민의 힘' 당명에 힘을 실어줬다"고 설명했다. 통합당은 9월 중순쯤 현판식과 함께 새 당색 등도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