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대화 꺼냈으나 반대만 커져… 통합당과 협의 성사돼야 단독 영수회담 가능성
  • ▲ 최재성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 ⓒ뉴시스
    ▲ 최재성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 ⓒ뉴시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참석하는 영수회담을 21일 열자고 미래통합당에 제안했지만, 미래통합당이 거부해 결렬됐다고 밝힌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공방이 이어졌다.

    최 수석이 이런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자 통합당이 "회담 제안을 공식적으로 받은 적 없다"며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신임 정무수석이 취임 일주일 만에 야당의 불신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수회담 일방적 발표했다 불신 키운 靑

    최 수석은 17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여야 협의체는 분기별 1회 연다는 합의에 따라 8월 당대표를 초청해 국정 전반에 대해 의제에 구애받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했다"면서 "하지만 16일 미래통합당이 21일로 제안한 일정이 불가함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이 발표 직후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청와대가 회담을 공식 제안한 적이 없다"며 "빈말로 지나가듯 언저리에 던져놓고 마치 저희가 거부해 성사가 안 된 것처럼 떠넘긴다"고 반발했다.

    "靑·여당, 자꾸 이슈 만들어 엉뚱한 짓"

    다음날인 18일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은 최 수석과의 구체적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저를 찾아와 '대통령이 밥을 먹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고 하길래 '지금 밥 같이 먹어서 뭐하나. 만나서 서로 할 이야기도 없으니 나중에 시기를 봐서 제대로 이야기 할 소재가 있으면 그때 가서 이야기하자'고 했다"며 "그런데 어제 갑자기 통합당이 거절했다는 말을 (최 수석이) 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청와대와 여당을 겨냥해 "광화문집회 등을 생각해 봤을 때 '저 사람들이 굉장히 답답하구나. 오죽 답답하면 자꾸 이슈를 만들어 엉뚱한 짓을 하려고 하겠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지자 야당에 흠집을 내기 위한 이슈를 무리하게 만든다고 꼬집은 것이다.

    김 위원장은 다만 이날 오후 대구 방문 중 문 대통령과 회동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소재가 정해지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는 "밥만 먹으러 청와대에 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구체적 의제가 있어야 하고 ▲문 대통령과 단독 영수회담이어야 하며 ▲결과물을 내는 자리여야 한다는 회동 조건을 내걸었다.

    김종인 '조건부 단독회담' 제안에 靑 "협의해보자"

    최 수석은 18일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께서 어려운 시기에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진심을 갖고 대통령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히신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며 "형식과 내용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협의해서 바로 착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 수석은 그러나 당초 '21일 회동' 제안이 있었는지를 놓고 청와대와 통합당이 빚은 갈등과 관련해서는 해명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다른 정당 대표가 참석하지 않고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만 보는 것이냐'는 질문에 "회동 전례도 있고 다른 정당의 입장도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 관계자는 회동 시기와 관련해서는 "김 위원장 측이 21일 회동은 불가하다고 밝혀온 만큼 이를 재론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대화 제의는 부동산정책 혼선, 여당의 '입법독주' 등 협치 실종에 따라 문 대통령의 지지도가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하자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최 수석의 일방적 발표는 최근 부동산정책과 청와대 참모진 교체 과정에서 여론의 악화로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여야 협치 모색 실패를 야당 탓으로 돌리려는 속셈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성일종 통합당 의원은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무수석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자리"라며 "야당 대표에게 취임인사차 와서 지나가는 말로 '정상회담을 제안했다'며 언론에 떠들어대는 게 청와대 수석의 할 일인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文에 등 돌린 서울·30대·중도층… '조국 사태' 때와 달라

    청와대가 향후 대야관계 개선을 고리로 지지율 회복까지 견인하는 것은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급락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 논란 때와 달리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조 전 장관 논란이 있었던 2019년 10월 3주차 조사와 가장 최근인 8월 2주차 조사에서 긍정평가 최저치(39%)와 부정평가 최고치(53%)를 기록했다.(각각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특히 8월 2주차 조사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서울(긍정 35%, 부정 59%), 30대(긍정 43%, 부정 47%), 중도층(긍정 34%, 부정 58%)이 이탈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눈에 띄는 민심이반 현상이 나타난 서울과 30대, 중도층 모두 부동산 이슈와 연결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동이 성사되면 우한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대처 방안과 부동산정책 등 주요 국정현안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미 회동 협의 과정에서 갈등을 빚은 만큼, 양측의 초당적 협력 약속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은 특정 정당이 아니라 모든 국민을 대변해야 한다"며 "대통령은 물론이고 각 당의 의원들까지, 정치인들이 국가적 비상상황에서 좀 더 책임 있게 행동했으면 좋겠다. 지지율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