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익태는 친일" 비판하면서 "나는 생계형" 내로남불… 정권 바뀔 때마다 좌우 오락가락
  • ▲ 김원웅(사진) 광복회장이 지난 15일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이승만 건국대통령을
    ▲ 김원웅(사진) 광복회장이 지난 15일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이승만 건국대통령을 "친일세력과 결탁했다"고 묘사해 논란을 일으켰다. ⓒ뉴시스
    건국대통령인 이승만 대통령과 애국가 작곡가인 안익태 선생을 '친일'로 규정하고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한 김원웅 광복회장의 8·15경축사가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말과 행동이 다른 그의 '철새정치인' 이력도 도마에 올랐다.

    김 회장의 정치 입문은 자신이 '친일'이라고 비판하는 박정희 정권의 민주공화당에서 이뤄졌다. 1972년 민주공화당 사무처 공채에 지원해 당료(黨僚)로 근무하면서 정치권에 들어선 것이다. 

    이후 전두환 정권 때 민주정의당에서 조직국 부국장·청년국장 등 당직자로 일한 뒤, 노태우 정부 시절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도한 '꼬마 민주당'에 참여했다. 이 당에서 1992년 14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러다 1997년 한나라당으로 다시 당적을 옮겨 2000년 16대 국회의원이 됐다. 2004년에는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져 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2008년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뒤 지난해 광복회장이 됐다. 

    이를 두고 재향군인회는 16일 성명에서 김 회장을 향해 "자기 이익에 따라 정당을 바꾸는 철새정치인"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민족해방전쟁, 부인하기 어렵다"

    김 회장은 이승만 대통령과 안익태 선생을 '친일'이라고 비판하면서 자신의 이력 논란에는 '생계형'이라는 논리를 폈다. 

    김 회장은 자신의 이력 논란과 관련, 17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40대 초, 노무현 의원 이런 분들과 같이 꼬마 민주당을 창당할 때 같은 또래 동지들한테 '비록 생계이기는 하지만 제가 (공화당 등에) 몸 담았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과거(를) 지울 생각이 없지만, 반성하고 그 반성으로 원죄가 있기 때문에 더 충실하게 지난 삼십몇 년 동안 살아왔다"고도 말했다. 

    김 회장의 정치편향적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 회장은 14대 국회의원 시절인 1993년 10월13일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국정감사에서 "6·25(전쟁)의 경우도 당시 남한이 친일세력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었던 정치·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북한에서 주장하는 민족해방적 성격을 우리가 완전히 부인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일으킨 6·25전쟁을 민족해방전쟁이라고 미화한 것이다. 

    "박근혜보다 김정은이 낫다" 대놓고 친북 발언

    김 회장은 또 "미국은 한반도 분단에 역사적 부채가 있는 나라로, 분단으로 인한 전쟁 등의 원인을 제공했다"(2014년 8월 '새날 희망연대 제61차 포럼') "박근혜보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낫다"(2018년 '김정은 맞이 서울세미나')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광복회장 후보 시절에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친일찬양금지법 제정, 친일 반민족 행위자의 국립묘지 안장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법안 개정 등을 내세웠다.

    그는 특히 6·25전쟁 영웅인 고(故) 백선엽 장군을 이완용과 비교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인터뷰에서 "주한미군 사령관이 백선엽(장군)을 찾아가 '당신이 영웅'이라고 이야기 했다더라"며 "그 장면을 보고 매국노 이완용이 죽었을 때 당시 사이토 일본 총독이 '동양의 정치인 중 최고의 정치인이 이완용'이라고 이야기한 것과 오버랩됐다"고도 말했다. 

    지난 17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6·25가 난 그날 (육군 1사단장이었던) 백선엽 장군이 그날도 그 다음날도 안 나타났고, 그것만 가지고도 사형감"이고 표현했다. 

    하루 뒤인 18일 경남도의회에서 열린 역사 초청 강연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보수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일본 편을 들고 미국 편을 드는데, 이건 '가짜 보수'"라며 "민족주의를 내세우고 친일 청산을 요구하는 광복회가 '진짜 보수'"라고 주장했다. 

    "김원웅, 결국 '김정은 위인론'... 편향적 역사관 위험"

    김 회장은 항일 독립운동가 김근수 지사와 여성광복군 전월선 여사의 장남이다. 지난해 6월 제21대 광복회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2023년 5월까지다. 

    그는 지난 1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이승만 건국대통령이 "친일세력과 결탁했다"고 지적했다. 또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을 '민족반역자'라고 지칭하며 친일 청산을 강조했다. 

    이에 최형두 통합당 원내대변인은 18일 "김 회장 발언의 결론은 결국 '김정은 위인론'"이라며 "편향적인 김 회장의 잘못된 역사관은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최 원내대변인은 "김 회장은 (자신의 이력과 관련된 논란과 관련) 생계형이라고 해명했는데, 이는 친일파가 했던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라고도 지적했다.